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에 대한 짤막 소감 / 2024년 3월

지난 98호 업데이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나서야 새로 글을 올리게 되었다. 언제나 하는 변명이지만, 직장인인 개인이 시간을 쪼개서 뭐든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런 데다 지금의 직장은 남들처럼 평일에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 쉬는 일이 아니라 주5일 근무를 하긴 하는데 그 이틀의 휴일은 주말이기도, 평일이기도 한 ‘랜덤 시스템’이며 평일 휴무일에는 참 희한할 정도로 뭔가 일이 생기는 것. ㅠㅠ

아무튼 그러면서 잔뜩 구독해 놓은 OTT 서비스를 통해서, 주로 밤에 잠 자기 전에 이런저런 영화나 드라마들을 조금씩 ‘쪼개서’ 보고 있으니, 그런 콘텐츠들을 본 감상을 각각 짤막하게 전하고자 한다.


<삼체> 증국상 감독 외 / 에이사 곤잘레스, 베네딕트 웡 등

<삼체>, 아주 재미있게 본 작품

비교적 최근 들어 봤던 여러 콘텐츠들 중에서, 아주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시간이 좀 나고 개인적으로 여유도 좀 더 있었다면 각 잡고 앉아서 리뷰를 쓸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다 보고서 시간이 좀 많이 지났고 벌써 머릿속에서는 가물가물해지는(…) 느낌이라 아쉽긴 하다. ㅠㅠ 그래도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만큼은 명백하다.

이미 3~4년 정도 전에 류츠신 작가의 원작소설 <삼체>가 국내에 번역 출판되어, 많은 SF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바로 그 작품을 넷플릭스에서(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서) 드라마화. 조금 찾아보니 원작과 다른 부분이 몇 있다고 하는데, 드라마만 본 입장에선 원작이 궁금하긴 하지만 드라마만 봐도 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머나먼 외계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집단)하고 지구인들이 조우한다는 내용. 제목의 ‘삼체(三體, 작품 내에선 중국어 발음으로 Santi라고 한다)’란, 지구의 시각으로 봤을 때 태양이 3개인 항성계이기도 하고, 아예 앞서 이야기한 외계의 문명을 말할 때에도 ‘산티’라고 일컫는다. 당연하게도(?) 그 외계의 존재들이 보유한 과학기술은 지구의 그것을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고 그들은 그다지 멀지 않은(약 400년 후) 미래에 지구를 ‘침공’하려고 한다.

<삼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삼체’의 세계에선 태양이 3개여서 그 태양의 움직임이 대단히 불규칙하며 극단적으로 이 항성계에선 문명의 존립 자체까지 위협을 받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외계의 문명이 오로지 생존을 위해 지구를 침공하는 일에 나름 정당성(?)이 부여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아무튼 엄청난 스케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만큼 제작비도 많이 들었는데, 들리는 이야기론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아서 새 시즌 제작이 불투명할 수도 있다고 하니 조금 안타깝다.

<닭강정> 이병헌 감독 / 류승룡, 안재홍, 김유정 등

솔직히,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사람이 갑자기 닭강정으로 변했다’는 발칙한 상상력이 바탕이 된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나름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고, 누가 뭐래도 코미디 장르에선 대한민국에서 최고 흥행 기록을 쓴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고 해서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기대를 모으긴 했는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작품을 보니…

솔직히 말해서, 감독이 무슨 얘길 하고 싶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어떤 느낌까지 받았는고 하니,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텅~ 비우게 되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드라마가 과연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

이른바 ‘만화적 상상력’이 대단히 큰 폭으로 부여된 작품 중에 재미있는 작품도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닭강정>을 두고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민망하다. 재기 발랄한 코미디가 장기인 이병헌 감독의 작품 치고는 너무 대중적이지 못하다. 물론 그게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지만 그 선택이 훌륭했다고는 결코 말하기 힘들다.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 김다민 감독 / 박나은, 박효주 등

귀여운 배우, 귀여운 상상력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

사실 본 글을 작성하는 날짜 기준으론 거의 한 달 전에 본 영환데 짤막 리뷰는 늦게 작성하게 되었다. 이른바 독립영화 중에서도 매우 작은 규모로 개봉한 작품이어서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일부러 골라서 본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같은 술이라도 소주나 맥주가 알려줄 거라고 했으면 이 영화는 안 봤다. ㅋㅋㅋ 개인적으로 막걸리를 좋아하는 술꾼 1인으로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제목.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귀여운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품이고, 주인공 동춘 역의 초딩 꼬맹이 박나은 배우도 정말 귀엽다! 엔딩이 다소 의외이긴 했고… 아무튼 다 보고 나니 막걸리 한 잔이 땡기더란.

<샌드랜드> 토리야마 아키라 원작

다시 한번, 토리야마 아키라의 명복을 빈다

대중문화 콘텐츠 장르 중에서도 ‘만화’라는 걸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지구상에서 모르는 사람보단 아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드래곤볼>의 원작자이면서 얼마 전 안타깝게 별세한 토리야마 아키라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그 원작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기술적으론 카툰 렌더링 스타일과 일반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유려하게 조화를 이뤘으며, 온통 사막으로 변한 세상에서 사람과 마물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서비스 중.

<로기완> 김희진 감독 / 송중기, 최성은 등

꾀죄죄한 모습도 멋있는(?) 송중기

꽃미남으로 유명한 송중기 배우가, 언젠가부터 망설임 없이 망가지는 배역으로 자주 나오곤 하는 모습을 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기완>에서도, 탈북자 출신이며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노숙자나 다름 없는 모습으로 나온 것을 볼 수가 있다.

한 탈북자 로기완(송중기)이, 여차저차한 일을 겪은 후에 당도한 곳은 벨기에. 여기에서 그는 운명의 상대인 남한 여성 마리(최성은)를 만나고… 또 여차저차한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 작품에서 특별히 언급할 만한 부분이 따로 있다고 보진 않고, 그냥 딱 적당한 로맨스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론 최성은 배우를 여기에서 처음 봤는데 꽤 매력적이었다.

<장송의 프리렌> 야마다 카네히토 원작

애니메이션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이야기 <장송의 프리렌>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은근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원작 만화에 비하면 마법을 시전하는 장면 등의 비주얼이 제법 괜찮아졌다고 하던데, 그 외의 부분에선 (제작 품을 덜 들이기 위해)셀을 줄이려는 각고의 노력(?)이 두드러지는 일본 2D 애니메이션 특유의 연출과 구성 때문에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긴 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야기 자체는 꽤 괜찮았다. 이 작품이 특이한 점은, 일단의 파티가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 직후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 말하자면 후일담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래선지 일본 애니메이션에선 은근히 보기 힘든 플래시백이 자주 나온다).

설정상 1천년을 넘게 산 엘프 마법사 ‘프리렌’은, 인간 용사 힘멜을 비롯한 파티와 함께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했다. 그러고서 50여 년이 지나고, 용사 힘멜은 물론 파티의 일원이었던 성직자 하이터 등이 모두 사망한 후(그래서 매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마다 ‘용사 힘멜의 사후 00년’이란 자막이 뜬다) 새로운 모험에 나서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오늘은 일단 이렇게 짤막 리뷰를 정리하여 올리는데, 아마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는 새 글을 올리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ㅠㅠ 아무튼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컴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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