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국산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에 관한, 어떤 논란

곧 출시 예정인 한 국산 게임 타이틀을 두고서, 국내외에서 작지 않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PC나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게임 전용 콘솔 타이틀은 아직까진 전체 게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은 편이고, 역시 아직까진 대중적인 취미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마이너한 취향인 것이 사실인데, 국산 콘솔 게임이 출시 전부터 좋든 나쁘든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주인공은 오는 4월 말 출시 예정인 <스텔라 블레이드>. 3인칭 시점의 액션 장르이며, 한국 게임으로는 최초로 플레이스테이션(PS) 독점 타이틀이기도 하다. 플레이 중 내내 뒷모습을 보게 되는 주인공 이브07이 지구를 침공한 외계 문명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스텔라 블레이드>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희한하게도 주인공 이브07의 외모 때문. 스크린샷에서도 볼 수 있듯 그야말로 ‘쭉쭉빵빵 여캐’의 전형적인 외모인데, 진작 공개된 게임 영상과 데모 버전을 접하면서 이 부분을 지적하며 “(이 게임이)성 상품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한 이가 있으니 카림 조비안이란 이름의 유튜버. 게다가 그는 한 술 더 떠서 “캐릭터가 어린아이처럼 생겼고, 이런 내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아동 대상 성범죄자”라는 이야기까지 한 것.

이에 대해 넷상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카림 조비안은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영상을 촬영하여 본인 계정에 올리면서 반박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뭐, 이 정도는 작은 해프닝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진짜 큰 논란은 게임 전문 미디어인 IGN 프랑스(IGN은 세계 각국에 브랜치Branch, 말하자면 지부를 두고 있고 그 지부는 한국에도 있다)으로부터 비롯된 것.

<스텔라 블레이드> 주인공 이브07 바디 모델링의 실제 주인공 신재은

IGN 프랑스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데모 버전 리뷰에서 주인공 이브07을 두고 “여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가 만든 캐릭터”란 이야기를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텔라 블레이드>의 경우와 비슷하게 섹스어필을 한껏 부각시킨 다른 게임 캐릭터, 예컨대 <니어 오토마타>의 2B나 <베요네타>의 베요네타에 대해선 칭찬을 했다는 것.

특히 ‘여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이란 리뷰어의 워딩은, 게임 타이틀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기보단 다분히 인신공격으로 느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게임을 제작한 김형태 디자이너는 이미 아이도 가진 유부남이면서, 결정적으로 이브07은 모델 신재은의 신체를 바탕으로 모델링이 되었다는 사실까지 공개되자 해당 리뷰어는 한국 내에서의 여성혐오 문화가 어쩌지 저쩌니 하며 논지를 흐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대해 IGN 본사에선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올리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리고 여자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워딩 전부를 리뷰 기사에서 삭제하기도 했는데, 업계에선 그와 같은 일들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전하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흐름),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여태껏 게임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대부분의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특정 인종이나 특정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이 존중도, 조명도 받지 못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 그런 점에서 많은 이들이 늦게나마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시각에 동의하게 된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다른 많은 사상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올바름은 그 자체가 ‘도그마’가 되어서 많은 창작자들에게 억지로 강요되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이전까지 조명된 적이 없던 인종으로, 이전까지 조명된 적이 없던 성적 지향을 갖고 있으며, 이전까지 조명된 적이 없던 출신성분의 캐릭터를 기계적으로 배치한다고 해서 만인이 평등해지겠는가?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해 강요되는 획일성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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