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분야가 발전하면서 국가간 장벽은 오히려 높아지는 아이러니

대략 1940년대부터 50년대에 이르는 시기를 (고전)SF의 황금기라고 한다. 이 분야의 3대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 등의 작가들이 이 시기에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 그리고 실제로도 이후의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대거 이 시기에 나오기도 했고.

모든 작품이 그런 건 아니지만, 고전 SF 작품 중엔 주로 과학 분야의 기술 발전이 인류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인류 문명은 점차 발전하면서 모든 사람이 평등해지고, 나아가 민족간, 지역간, 국가간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장벽도 없어질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한 경우도 많다(그렇게 나가다가 엔딩에 이르러선 전에 없던 파국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이다).

꼭 SF 작품 속 상황까지 가진 않더라도, IT 분야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과거에 비해 참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 그런데 전 세계 어디서든 ‘빛의 속도’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요즘 들어 국가간 장벽이 더 높아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도 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장 트렌디한 유행이 된 틱톡(TikTok)의 미국 내 서비스가 위태로워지게 생겼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3일, 미국 상원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로 하여금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한(미국의 입법은 하원>상원 순으로 간다) 이 법안은 날리면, 아니 바이든 대통령이 곧바로 서명을 해서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미국 내 틱톡 금지 공식화

이처럼 미국이 자국 내에서 틱톡 금지에 나선 공식적인 이유? 미국 정치권에선 수많은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되면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상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단순한 어깃장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중국은 애초부터 자국 내에서 구글은 물론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까지도 막고 있으니 거기서 거기란 생각도 들고.

비슷한 상황이 또 있으니, 일본 내 사용자가 9천만 명이 넘는 ‘국민 메신저’ 라인에 대해, 일본의 뉴스 미디어들이 흥미로운(?) 기사를 낸 것. 라인은 한국의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가 개발하고 일본에선 소프트뱅크와 절반씩 지분을 소유하고 공동으로 운영 중인 서비스. 그런데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지분을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즉, ‘서비스는 일본에 남겨놓고 일본에서 손 털고 나가라’고 한 것.

이 경우에도 물론 표면상의 이유는 있다. 일본 내에서 라인 서비스에 대한 해킹이 두어 차례 있었고 이로 인해 일본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외국(한국) 기업인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어 해킹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사기업, 더군다나 외국 기업에 대해 일국의 정부가 대놓고 보이콧을 꾀하는 상황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적어도 민간 교류 차원에선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사이인 두 나라 아닌가?

그 어떤 분야와 비교해도 가장 ‘리버럴하다고 할 수 있을’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국가간 장벽이 높아진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 모든 일들이 발생한 계기로 일단 자국 우선주의를 들 수 있을 것이고, 결국 돈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부디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고,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는다’는 격언의 가르침을 따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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