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꾼은 축구를 이용하지 말라

김PD가 ‘전적으로 혼자서’ 운영하는 보리스 매거진을 돌이켜보니 가장 많이 다룬 두 가지 테마가 영화, 그리고 축구다. 이 두 가지 테마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무척 큰 영향을 끼쳤고, 당연히 가장 좋아하는 대상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고.

어쨌든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때로 축구 자체보다 축구가 매개가 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그런 경우, 안타깝게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주제를 조명하는 일도 역시나 적지 않다. 오늘 이야기할 내용도 바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월9일의 일이다. 바로 일주일 전 개막한 하나은행 K리그2 2024 시즌의 2라운드, 충남아산 FC와 부천 FC의 경기는 충남아산 FC의 홈 개막전이기도 했던 이 경기에선 참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홈팀인 충남아산 FC의 상징색은 구단 공식 로고에서도 볼 수 있듯 파란색과 노란색인데, 다른 경기도 아니고 시즌 홈 개막전에 홈팀이 난데없이(?) 빨간색의 서드 킷을 입고 출전한 것. 더 희한한 건 경기 전 아산시 관계자들은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에게 빨간색 깃발을 직접 지급하면서 응원을 독려했다는 점. 충남아산 FC 공식 서포터인 ‘아르마다’에게도 마찬가지였고, 한 술 더 떠서 경기장 입구의 포토존과 주변에 걸린 현수막까지 빨간색 일색이었다.

파란색과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하는 충남아산 FC

‘하필이면’ 제22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하필이면’ 현재 집권여당의 상징색이 빨간색(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은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다)인데, ‘하필이면’ 충남아산 FC가 리그 홈 개막전에 빨간색 서드 킷을 입고 나온 게, 과연 우연일까?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이번 사태에 대해, 프로축구연맹(현재 K리그를 주관해서 운영하는 단체는 축구협회가 아니라 프로축구연맹이다)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커녕 관계자들이 나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가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진실을 왜곡(?)해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경기장엔 서포터들도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실정. 충남아산 FC의 이준일 대표란 사람은… 이번 일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라.

풋볼리스트의 충남아산 FC 이준일 대표 인터뷰(링크)

아무튼 이번 일에 대해, 축구팬과 시민들에 대한 사과는커녕 매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축구팀 대표라는 사람이 축구에 대해 이렇게 무지하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그렇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팬이 많아서 그런지, 예전부터 많은 정치꾼들이 축구를 자기네 입맛에 맞게 이용하곤 했다. 와중에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 FC를 어떻게 대했는지 축구팬들이 다 아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개인 SNS에서 이강인을 저격하고 나서기도 했는데, 한 마디로 X소리 하지 말고 꺼지라고 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축구를 자기 멋대로 이용하려 했던 정치꾼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구제불능의 쓰레기 같은 놈들이었다는 것. 그들에게 고한다. 축구를 정치에 이용할 생각을 말라. 시민들은, 그리고 축구팬들은 너희들의 생각보다 똑똑하고 기억력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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