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에 대한 짤막 소감 / 2024년 1월

새해가 되고서도 벌써 1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늘그막에 시작한 새로운 일이, 몸과 마음을 모두 참 힘들게 하는(그러면서 봉급이라도 많이 받으면 좋으련만, 절대로 그렇지는 않고 ㅠㅠ) 그런 일인데 또 나름 장점이 있다면 시간은 참 잘 간다는 것(…).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잔뜩 구독한 OTT를 통해서 이런저런 콘텐츠들을 섭렵하고 있다.

눈은 즐거운데, 주로 밤에 잠 자기 전 한두 편씩 보곤 하니 종종 잠을 설칠 때도 있다는 게 OTT 올빼미(?) 생활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산> 민홍남 감독 / 김현주, 박희순, 류경수 등

호불호는 다소 갈리겠지만… <선산> by 연상호

원작 웹툰이 따로 있지만, <선산>은 누가 봐도 각본을 쓰고 전체 기획을 잡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이번 작품이 데뷔작인 감독은 이전에 연상호 감독의 연출작 <부산행>, <염력>, 그리고 <반도>의 조감독을 맡았다. 이른바 ‘연상호 사단’의 일원).

작품이 공개되고 이를 본 시청자들이 여러 게시판과 SNS에 자신만의 의견을 올렸는데, 재미있는 것은 꽤 많은 사람들이 <선산>을 오컬트 장르, 그러니까 뭔가 초자연적인 현상과 함께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드라마라고 보기 전부터 생각했다는 것. (다소 맥 빠지는)결론을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고 그냥 범죄 스릴러 장르에 속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윤서하(김현주). 어느 날 갑자기, 존재조차 몰랐던 작은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유산으로 시골 마을의 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한편 이 사망 사건에서 형사 최성준(박희순)은 상당히 수상쩍은 구석을 발견하고 수사를 이어간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상호 감독이 일종의 총괄기획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몇 년간 그가 직접 연출을 했거나 시나리오를 썼거나 어쨌든 손을 댄 작품들의 완성도가 다소 들쭉날쭉했던 것을 상기하면 <선산>은 그들 중 비교적 괜찮았다고 본다. 이야기의 발단이 된 ‘그 테마’ 자체가, 아주아주 유명한 할리우드의 고전 작품 중 하나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 작품 제목을 이야기하게 되면 그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니 거 참 답답하네. 간혹 ‘떡밥’이 회수가 다 안 됐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시청자도 있는 모양이고 전체적으로 호불호는 다소 갈릴 듯.

<황야> 허명행 감독 / 마동석, 이희준, 안지혜 등

전형적인 킬링타임 무비 <황야>

무슨 이유에선가 ‘세상이 쫄딱 망한 이후’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영화. 그런데 전형적인 ‘마동석’표 영화인가? 글쎄,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마동석 외에도 나름 근사한 액션을 구사할 수 있는(그런 개연성이 부여된) 캐릭터가 등장하여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마동석 액션의 전매특허가 된 ‘원펀치’를 비롯해서 아크로바틱한 체술과 다양한 총기류도 등장한다.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의 스턴트 배우 출신이기도 하고, <범죄도시> 시리즈 및 다양한 작품에서 무술감독을 맡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황야>에서도 전체적인 액션의 구성과 동선, 특정 캐릭터 사이의 합(合) 같은 부분도 괜찮게 짜였는데, 문제는 카메라가 너무 흔들린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됐는데. 그런 데다 요즘은 이런 ‘셰이키 캠’ 같은 카메라 무브먼트는 살짝 유행이 지난 느낌이기도 하고.

초기 기획 단계에선 지난 여름에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최종적으로 그와 같은 기획은 무산된 듯. 그런데 희한한 것은, <황야>에서 배경이 되는 아파트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아파트, 바로 그 ‘황궁아파트’가 맞다.

<킬러들의 쇼핑몰> 이권 감독 / 김혜준, 이동욱 등

아직 ‘큰 한 방’이 없네, <킬러들의 쇼핑몰>

권총, 군용 소총, 각종 폭발물, 탄약 등 ‘사람을 살상하는 일이 직업’인 킬러들에게 필요한 품목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이 운영된다? 참 신박한 설정 때문에 당연히(?) 웹툰이 원작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설이 원작. <킬러들의 쇼핑몰>은, 얼떨결에 앞서 이야기한 쇼핑몰의 운영권을 넘겨받게 된 20대 여성이 자신의 잠재된 능력에 눈을 뜨고 킬러로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질 것 같다).

디즈니 플러스 채널에서 매주 수요일 두 편씩 공개되는 드라마 시리즈. 글을 쓰는 현재 4편까지 봤는데, 에피소드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전형적인 클리프행어식 엔딩(다음 편을 심히 궁금하게 만드는)이 나름 인상을 남기긴 하지만 뭔가 시청자를 확 휘어잡을 만큼 커다란 임팩트가 보이질 않는다는 게 조금 아쉽다.

<거미집> 김지운 감독 /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등

김지운 감독 초기작의 느낌 <거미집>

때는 1970년대. 이미 제작이 완료된 영화를 ‘결말만 조금 바꿔서’ 다시 촬영하고 편집하면 그야말로 세기에 남을 걸작이 될 거라는 강박에 사로잡힌 한 영화감독과 그 주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거미집>의 내용이다. 덧붙여서, 이 작품에서 김감독(송강호)이 만드는 영화의 제목 또한 <거미집>으로, 이른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이 장기를 잘 발휘하는 블랙코미디 장르이고, 전체적으로 비틀린 유머와 유쾌한 웃음이 공존하는 모습이 감독의 초기작인 <조용한 가족> 분위기도 나고 해서 좋았다. 좋았는데, 아주 솔직히 말해서 영화관에서 1만5천원 관람료 내고 봤다면… 음, 미안하지만 본전 생각 좀 났을 것 같다. 바로 이것이 OTT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2024년 한국인의 모습이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면, 굉장히 의외의 배우가, 굉장히 의외의 모습으로 특별출연을 한다. 처음 봤을 땐 ‘그 배우’인줄도 몰랐던 ㅋㅋㅋ

<던전밥> 쿠이 료코 원작

<던전밥>의 최고 인기 캐릭터, ‘감정과잉 엘프’ 나르실 ㅋㅋㅋ

(서양 중세풍)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작품을 보자. 드래곤을 비롯한 마물들을 때려잡기 위해 인간 기사나 도적, 엘프, 드워프 같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파티를 이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매우 익숙한 이런 이야기들에서 많은 이들이 간과했던 부분이 있다.

그 긴 모험의 기간 동안 그들은 어떻게 끼니를 때울까?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한 작품이 바로 <던전밥>. 수많은 판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슬라임, 독전갈, 두 다리로 걷는 버섯(…) 같은 마물들을 ‘요리’해서 ‘먹는’ 내용이 바로 <던전밥>의 주제이자 모든 것이다(적어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작품의 지금까지 내용은, 그렇다).

다소 코믹하게(실제 작품 내용도 코믹하긴 하다) 들릴 수 있는 설정과는 달리 은근히 본격적(?)인 요리 만화이기도 하고, 판타지 세계관의 여러 가지 디테일한 요소들을 잘 살린 고증(!) 같은 부분도 팬들로부터 환영 받는 요인이라고. 특히 ‘감정과잉 엘프’로 유명한 나르실의 인기가 드높다.

제18회 AFC 아시안컵 카타르 2023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것인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데,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아시아 각국 축구 대표팀의 전반적인 실력이 상향평준화 됐고 상대적 약팀이 전통의 강팀을 잡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일. 지난 1월부터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아시안컵 대회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더 진하게 든다.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무승부를 거뒀다. 강력한 우승후보 일본은 이라크에게 패하기도 했고, 바로 그 이라크는 요르단에게 덜미를 잡혔으며(이로써 확인된 바, 한국이 속한 E조가 진짜 죽음의 조였던 것), 대회에 첫 출전한 타지키스탄은 UAE를 꺾고 16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대회 기간 내내 참 예상하기 힘든 경기 결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 선수 구성 면면으로 봤을 때 역대 최강이란 소리를 듣는 한국 대표팀이, 역대 최고로 무능하다는 ㅠㅠ 소리를 듣는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을 작성하는 날짜를 기준으로 한국 대표팀의 다음 경기는 8강전 호주와의 일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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