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의 정서로 장사를 한다고?

봄의 한가운데 5월은, 특히 대한민국에서 참 많은 일이 일어난 때다. 우선 1980년 5월 남녘에선 명령을 받은 군인들이 시민들을 학살하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 쿠데타를 일으켜서 정권을 잡고 ‘바로 그’ 명령을 내렸던 자와 그의 파트너, 단 둘을 제외하고 그 뒤에 이어 즉위한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와 UN까지도 인정한 반독재 시민 운동이 바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그런 역사를 ‘폭동’이라며 격하시키는 이들과 정서를 공유하는 이가 수장으로 있는 회사가, 하필이면 5월18일에 누가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행사를 진행했다. 바로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이벤트를 두고 하는 말. 80년 5월의 광주는 물론이고 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열사까지도 조롱하는 것이 뻔한, ‘책상을 탁!’이란 캐치프레이즈까지 얹혀서 참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기업과 브랜드 마케팅 역사에 남을(?) 그런 기획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은 삽시간에 들끓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은 사과문 게재와 함께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해임시켰고 대리인을 통해 광주의 시민단체를 방문하여 사과의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시민단체가 반대하여 결과적으로 무산.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불과 이틀밖에 안 걸릴 정도로 발 빠른 행보였지만, 앞서 말했듯 정용진 회장이 누군가? 바로 ‘멸콩 챌린지’로 유명한 바로 그 아니던가! 이전에 구린 행보를 보인 적이 있는 이 주변에서 구린 냄새가 난다면 누구나 바로 그 당사자를 의심하는 게 뻔하지 않은가 이 말이다.

논란의 중심이 된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마케팅

그런데, 그 이후가 더 가관이다.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이번 이슈가 큰 화두로 떠오른 모습. 이른바 범진보 계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의 진영에선 당연히 스타벅스를 비토하는 입장이다. 실제 일부 현역 의원과 당직자들은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깨뜨리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도 할 정도.

참 신기하게도(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른바 범보수 계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제1야당 국민의힘과 그보다 더 오른쪽에 위치한 진영에선 ‘스타벅스를 마셔서 응원하자’는 취지의 챌린지를 하는 중.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현역 정치인은 물론이고 전한길 등의 인물들이 여기에서 활약(?)하는 중.

어떤 이슈로 인해 특정 기업 브랜드의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그 반대로 어떤 이슈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계속 소비하는 행위까지도, 양보해서 개인의 자유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음험하기 짝이 없는 혐오의 정서로 장사를 하는 일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건 아니 될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 ‘장사’는, 말 그대로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솔직히 스타벅스 정도 되는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수천만~수억을 벌고자 이런 정도의 이벤트를 할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공통의 정서를 은밀하게 공유하며 낄낄대다가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거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몰랐다는 식으로 잡아 떼는(그리고 역시 다시 낄낄대는) 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 자신의 우군에게 이른바 개 호루라기(Dog Whistle: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고 청력이 뛰어난 개에게만 들리는 도구로, 특히 정치적으로 특정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공유하는 행위를 말한다)를 부는 자체를 두고 ‘장사’라고 표현한 것이다.

어쨌든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고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3루에서 태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거기까지 갔다고 생각하는 남자, 아니 3루에서 1루 방향을 향해 전력으로 도루를 하며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하는 남자’인 정용진 회장이 이번엔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뭐, 뻔하지만 아주 조금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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