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사냥개들 2>, <데어데블> 등 최근 본 영화와 드라마들

지난 업데이트 때에도 언급한 것처럼 짬을 내기가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 환자를 돌보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란 것도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일정한 시간 동안 어디에든 집중을 하는’ 일조차 꽤 어렵게 느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려면 폰을 꺼놔야 하는데 그 두세 시간 동안 환자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급박한 연락을 받을 수도 있으니 영화 관람은 언감생심. 드라마의 경우는 좀 낫지 않을까 싶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자꾸 잡생각이 나면서 한두 시간 동안 드라마를 ‘온전히 집중하면서’ 보기도 힘든 요즘이다. ㅠㅠ

그러면서도, 주로 밤 늦은 시간 잠 자기 직전에 OTT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 몇 편을 봤다(잠 자기 전에 TV 보는 게 건강엔 참 안 좋은 습관이라고 하지만 어쩌랴).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여, 아래에 소개한다. 그 전에 이미 두 달이나 되었지만 직전에 작성했던 잡다 리뷰를 아래 링크에서 확인.

<시라트>, <원더맨>, <스프링스틴> 등 최근 본 영화와 드라마들


<휴민트> 류승완 감독 /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 박해준 등 출연

류승완 감독이 ‘하고 싶은 걸 다 한’ 영화 <휴민트>

<휴민트>는 올해 설 연휴에 <왕과 사는 남자>와 동시에 개봉했는데 초반에 입소문이 나쁘지 않게 나면서 모처럼 한국영화 두 편이 ‘쌍끌이 흥행’에 나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감독이 감독이니 스펙터클은 보장되었을 테고, 여기에 화려한 앙상블 캐스팅까지 더해진 것.

그런데 주지의 사실처럼 <왕사남>이 뜻하지 않게(?)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휴민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생각보다 금방 개봉관에서 내려가게 되었다. 일종의 카니발리즘(사전적 의미로 ‘식인’을 뜻하지만 영화 업계에선 ‘큰 흥행작 한 편이 다른 모든 개봉작을 압도하며 관객을 홀로 모으는’ 상황을 말한다)이 재현된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휴민트>는 불운의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생각보다 일찍 개봉관에서 내려가며 동시에 생각보다 일찍 OTT(넷플릭스)에 풀려 안방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게 된 것 아닐까 한다. 넷플릭스 공개와 함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잠시나마 1위에 랭크된 것이 나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라고 하겠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조과장(조인성)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있는 북한 식당의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를 자신의 ‘휴민트(인적 정보 자원. 말하자면 현지 정보원 정도)’로 삼아 작전을 펼친다. 와중 북한 보위성의 엘리트 박건(박정민)이 블라디보스톡에 파견을 나오고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과 모종의 갈등을 빚게 된다.

개봉 전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고,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영화관에서 봤을 터. 늦게나마 넷플릭스를 통해 보게 된 느낌을 정리해보면, ‘류승완 감독이 야심적인 시도 대신 하고 싶은 걸 한 작품’이란 말로 정리할 수 있겠다. 장점이라면 무엇보다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는 것. 현재 활동 중인 한국인 영화감독 가운데 액션 연출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 아니던가! 특히 본작의 하이라이트인 총격전 장면은 90년대를 풍미한 홍콩 느와르 작품들의 향취가 강하게 느껴지는 편. 전체적인 화면의 질감은, 뭐랄까 굉장히 무겁다가도 때론 풍부하다는 느낌도 든다. 꽤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와 잘 어울려서, 형식과 내용이 잘 맞는다는 인상을 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꽤 좋았다. 조인성은 여전히 발성이 뭔가 아쉽지만 우월한 기럭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상당했고, 누가 뭐래도 2026년 상반기 최고의 ‘뜨거운 남자’ 박정민은 역시나 멜로 부분에선 사연 많은 눈빛으로 구구절절한 대사를 대신했다. <휴민트>를 다 보고 나서 느낀 건데, 모르긴 몰라도 여성 관객들 사이에선 조인성보다 박정민이 더 멋있다고 느껴졌을 터. 신세경은 그냥 미모가 다했고.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멜로와 첩보/액션 부분이 완전히 따로 떨어져서 서로 잘 붙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이야기의 밀도는 떨어지는 편. 그리고 박건(박정민) 정도면 북한 내에서도 나름 엘리트 요원일 텐데 남한의 국정원 요원인 조과장(조인성)과 너무 쉽게 의기투합(?)하는 모습이다. 물론 신세경의 미모가 당위성을 부여한다고 하면(…) 그게 또 나름 말은 되는 거고. ㅋㅋㅋ

그리고 추가로 단점이라고 할 만한 걸 꼭 하나 더 굳이 따지자면, 남북한의 첩보원들이 제3국에서 얽히고 설킨다는 게 주된 내용인데 바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이유인 남북한의 갈등에 대한 사회적 콘센서스는 의도적으로 희석된 느낌도 준다. 그게 꼭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요약하면 자잘하게 부족한 부분이 조금 있지만 전체적으로 꽤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화면의 풍부한 질감이나 후반 총격전 부분의 사운드 효과 등을 생각했을 때 영화관에서 봤으면 더 인상적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


<사냥개들 2> 김주환 감독 / 우도환, 이상이, 정지훈 등 출연

<사냥개들 2> 액션은 좋은데, 이야기는 참… ㅎㅎㅎ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은, 약간 희한하게 국내보단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았다. 제작비 대비 흥행 스코어가 좋아서 무난히 새 시즌 제작이 일찌감치 확정되었고 제작 기간 약 1년 반이 지나 이번 달 초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2시즌이 공개. 참고로 원작 웹툰은 이미 막을 내렸고, 2시즌은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원작(그리고 1시즌)과는 주요 캐릭터 및 세계관만 공유하고 있다는 설정.

1시즌 때도 ‘이야기는 별론데 액션은 볼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들은 복싱을 기본으로 설계된 액션을 직접(혹은 대부분) 소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쳤고 그 성과는 두드러졌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야기가 ‘튄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아니 ‘착한 사채업자’가 어떻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건지? 그럴 거면 사채업을 할 게 아니라 그냥 기부를 하면 될 거 아닌가 이 말이다. 그리고 피도 안 섞인 형/동생 형제들은 또 어쩌면 그리 끈끈한지. 특히 드라마 마지막 부분까지 와선 (당시)논란에 휩싸였던 고 김새론 배우가 안타깝게 하차하는 일도 있었고.

아무튼 (특히 해외에서)인기가 있었던 만큼 새 시즌이 만들어졌고, 이제 공개되어 끝까지 보니…

직접 시나리오를 쓴 감독에겐 참 미안하지만, 이거야 원, 웹툰에 빠진 중학교 3학년짜리 남자애가 쓴 것 같은 스토리와 대사가 민망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스케일을 키웠다고 해도 그렇지, 불법 조직에 살인청부업자에 국정원 블랙 요원에 경찰 내 사조직에 ㅋㅋㅋ 와, 이거 시나리오 집필 중에 주변에 말리는(?) 사람 아무도 없었나?

이야기는 그렇게 엉성해도,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액션은 꽤 좋았다. 역시 이번에도 주인공 김건우(우도환)를 비롯해서, 홍우진(이상이), 그리고 정지훈/비(임백정) 등 주요 캐릭터들은 열심히 복싱을 연마한 모습이었고, 대단한 스펙터클을 자아냈다. 지금까지의 한국영화/드라마에서 보여진 격투 장면에선 발차기 위주거나(태권도) 메치기 위주(유도)인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태권도와 유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격투기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추측해볼 수 있다. 물론 <아저씨> 같이 매우 생소한 격투기를 베이스로 액션 장면을 구성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소수였고.

그런 중, 한국영화 중 손꼽힐 만큼 성공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복싱을 베이스로 해서 격투 장면을 설계하며 다소간 반향이 있었다. 애초부터 주연 마동석 배우가 젊은 시절에 복싱을 하기도 했고 (2편부터)마석도 형사가 복서 출신이란 설정을 뒤늦게 삽입한 것도 나름의 복안이었으리라. 아무튼 <사냥개들 2>에 나오는 불법 격투기 리그 IKFC를 직접 만들고 출전까지 하는 백정(정지훈)도 그렇고, 1시즌에도 나왔던 건우와 우진 형제 모두 복서 출신이란 설정 덕에 기본적으로 복싱의 스텝과 ‘주먹질’을 선보인다. <사냥개들 2>를 다 보고 난 뒤, 우연찮게도 TV 리모컨을 조작하다 스포츠 채널에서 실제 복싱 경기를 보게 되니 본작의 액션 연출이 얼마나 화끈하고 요란한(!)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었던 건 의외의 수확.

투박한 이야기 전개와 오글거리는 대사에 덧붙여 조연급 배우들의 안타까운 연기도 본작의 단점으로 꼽힌다. 대체로 그 의견에 동의하지만, 최대의 빌런 임백정 역을 맡은 정지훈의 연기도 너무 평이해서 별로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엔 동의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정치훈의 빌런 연기는 아주 좋았다고 본다. 자신에게 거슬리는 모든 것들을 꺾어버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캐릭터가, 눈이 작은 편이어서 은근히 눈매가 서늘한 정지훈의 마스크와도 잘 어울렸다. 원래 배우로서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케이스이기도 하고, 역시 대부분의 액션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몸을 잘 만들었다는 인상도 주었고.

1시즌과 마찬가지로 킬링타임용 액션물론 나쁘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이건 뭐 ㅋㅋㅋ 시리즈가 다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을 보면 3시즌도 나올 것 같은데 이거 어떻게 수습하려나.


<데어데블: 본 어게인 2> 케빈 파이기 제작 / 찰리 콕스, 빈센트 도노프리오 등 출연

마침내, 제시카 존스 출전 확정! <데어데블: 본 어게인 2>

MCU 세계관의 작품에 직접 출연한 슈퍼히어로 중,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시리즈의 재미와 완성도 모든 측면에서 손에 꼽힐 만한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로키> 시리즈가 있을 것이고 <완다비전>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리고, <데어데블>도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애초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3시즌까지 진행되다가 (디즈니가 제작하는)MCU 세계관 편입이 확정되면서 출연까지 하게 되면서(‘변호사’ 맷 머독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피터 파커에게 자문을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새롭게 리부트된 시리즈가 바로 <본 어게인>. 그리고 얼마 전 2시즌이 공개되었다.

<데어데블> 시리즈에선 주인공 맷 머독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인상적인 캐릭터가 바로 윌슨 피스크/킹핀일 터. <본 어게인>에선 아예 뉴욕의 시장이 되어 ‘비질란테’ 데어데블을 잡아 족치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리고 AVTF(Anti Vigilante Task Force: 반 자경단 수사대 정도?)란 이름의 팀을 꾸려서 온갖 만행을 일삼는다. 현실의 미국에선 이민단속국(ICE)이 벌이고 있는 기가 막히는 짓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중.

새로 공개된 시즌 중 아직까진 두 편밖에 안 봤지만 당연히 앞으로 계속 볼 예정. 특히 앞서 이야기한 주인공 데어데블과 킹핀 외에도 벤자민 ‘불스아이’ 포인덱스터와 퍼니셔, 그리고 마침내 합류가 공식 결정된 제시카 존스(!)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시리즈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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