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가장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듄 PART 2>

바로 지금 극장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 <듄 PART 2>

지구촌 어디서든,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모여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곳이라면 으레 전해지는 민담이나 신화 등의 이야기는 연구 주제로서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츠베탄 토도로프, 테리 이글턴, 노스럽 프라이 같은 당대의 학자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연구를 했을 리가 없지.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연구를 통해 밝혀낸 바, 전세계 곳곳의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전승되었던 ‘옛날 이야기’들에는 공통적인 구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원형(Prototype)’.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주인공격인 인물이 악당을 만나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조력자를 비롯한 주변의 도움과 본인의 굳은 의지로 결국 승리자가 되는 식. 따지고 보면 예수의 이야기도 이런 기본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을 정도.

멸문지화를 입은 유력 가문의 막내아들이 머나먼 사막에 유배된다. 그러던 중 자신의 부친이 황제에 의해 축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본인의 의지와 주변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을 개안(開眼)하여 구원자의 자리에 오른다. 무협지에서 많이 본 이야기 같지만 실은 현재 전세계의 수많은 SF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영화 <듄: PART 2>(이하 <듄 2>. 이렇게 말하니까 그 옛날 즐겼던 RTS 게임 생각난다. <스타크래프트>에 앞서 나왔던, 바로 그 게임)의 이야기다.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4년 3월 기준으로 대한민국 극장가에선 <파묘>의 기세가 워낙 세서(무려 8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듄 2>는 상대적으로 기운이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박스오피스 2위권은 여전히 지키고 있다. 그렇긴 해도, 이 작품이 표방하고 있는 이른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우리나라에선 워낙 마이너한 장르이다 보니 고작 100만 관객 동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 이는 2년 전에 개봉한 1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듄 PART 1>은 국내에서 160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전술했듯 내용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복잡하거나 어려운 이야기가 전혀 아닌데, 단지 이 작품이 두르고 있는 외피가 SF의 그것이기에 국내의 영화팬들 사이에선 일종의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은 SF 팬으로서 못내 안타까운 사실이다.

<듄 2>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처럼 보인다

영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서 흥행 부분을 먼저 언급한 것은, 2024년 초봄 대한민국 극장가가 이제 조금씩 기지개를 켜면서 코로나 이전처럼 많은 관객을 모으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곧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기대작도 제법 있고 하니, 조금이라도 관객이 더 들고 하면서 더 풍요로운 영화 관람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

<듄 2>는, 당연하게도 전편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전편의 경우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흘러가고 나온 맨 마지막 대사가 “이건 시작에 불과해”였는데(ㅋㅋㅋ), 이제 프레멘들의 커뮤니티에 본격적으로 동화된 폴 ‘무앗딥’ 아트레이데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전편에는 나오지 않았던 인물들, 예컨대 은하계의 황제(라고는 하지만 거대한 흑막 ‘베네 제세리트’에 비하면 그냥 허수아비 혹은 ‘바지사장’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딸, 그리고 하코넨 남작의 아들이자 작품의 가장 막강한 빌런 페이드 로타 등이 새로 선보이며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듄 2>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부분은 바로 뛰어난 영상미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안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적어도 <듄 2>에 있어선 솜씨가 뛰어난 화가가 그 위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준비된 캔버스처럼 보인다.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 자체는 당연히 모래 색깔 일색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훌륭한 배경이 되는 것이다. 폴이 샌드웜을 처음 탈 때의 장면에선 능선을 따라 늘어진 그림자로 인해 명확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고, 밤이 되면 더욱 환상적인 비주얼이 구현된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으로 눈호강을 실컷 하다가, 하코넨 가문을 조명하는 장면이 이어지면 더욱 인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의도적으로 흑백 콘트라스트를 극단적으로 부딪히게 만든 페이드 로타의 검투 장면은 그 자체가 이 가문과 캐릭터를 그대로 설명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느낀 점인데, 이 시리즈에선 각 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의 얼굴을 화면에 아주 타이트하게 잡은 클로즈업 쇼트가 유독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래서 티모시 샬라메의 남다른 미모에 흠뻑 빠지게 되는 건 덤. ^^ 아라키스의 광활한 사막과 캐릭터의 얼굴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광경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여기에 전작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와, 역시 전작에선 거의 볼 수가 없었던 대규모 전투 장면 등이 확실한 재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 자체가 마치 캔버스처럼 보이는, 아라키스의 사막

이처럼 영화팬들이 환호할 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지만, 사실 단점으로 지적할 만한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일단 내용 전개가 빠르다 보니 중간중간 뭔가 빼먹은(?) 듯해서 좀 의아한 부분이 있다. 폴은 도대체 어떤 연유로 여성만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을 통과한 건지(물론 설명이 있긴 하지만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폴의 여동생은 또 왜 갑자기 얼굴을 비춘 건지, 같은 프레멘들 내부에서 남부와 북부 출신으로 각각 갈리며 발생한 일종의 갈등 상황은 또 왜 그런 건지, 전편에선 폴을 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던 스틸가는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폴의 광신자(!)가 되었는지(여기에서 다들 외치자. “리산 알 가입!”) 같은 부분들이 다소 얼렁뚱땅 넘어간 느낌이 없지 않다. 어쩌면 더 중요한 단점일 수 있는데, 이처럼 은근히 많은 부분이 생략된 것처럼 보이는데도 전체 러닝타임은 (전편과 마찬가지로)거의 3시간에 육박할 정도로 길다!

그렇긴 하지만 역시나, 영화팬들이라면 설렐 수밖에 없고, 2024년 봄 현재를 기준으로 ‘극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 <듄 2>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듄 2>는 전체 분량이 아이맥스로 촬영된 작품으로, 전세계의 현역 영화감독 가운데 아이맥스를 가장 선호한다고 해도 무방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조차 하지 못한 시도를 한 작품이기도 하다. 가급적 아이맥스 플랫폼에서 관람할 것을 권한다.

‘흥, 칫, 뿡’ 스러운 표정(ㅋㅋㅋ)으로 대망의 엔딩을 장식한 챠니

※ <듄 2>의 아이맥스 관람에 대해선 다소의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까, 전체 분량이 아이맥스로 촬영된 만큼 이 작품을 말 그대로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아이맥스 관람이 필수란 건데 생활 반경 근처에 아이맥스 상영관이 없다면 일반 상영관에서 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과연 이 작품을 100% 보고 느낀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것. 그리고 알다시피 일반 상영관과 아이맥스 상영관은 관람료부터 차이가 나는데, 관객의 주머니 사정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는 관람 환경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하는 것 등이 그런 논란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선 우선 이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하고, 후에 기회가 닿는 대로 상황을 더 확인한 뒤 칼럼의 형식으로 글을 올리고자 한다.

앞서서 1편의 마지막 대사가 “이건 시작에 불과해”라고 했는데, 2편의 마지막 대사는 한 술 더 떠서(?) “이제 성전의 시작이다”이다. 아니 왜 두 편에 걸쳐 연속으로 마지막에 시작을 하고 그러는지 원. ㅋㅋㅋ 원래 이 프로젝트는 애초 2편까지로 기획이 되었는데, 2편 작업 도중 드니 빌뇌브 감독이 ‘2편만으론 안 되겠구나’하고 판단하고 3편을 다소 급하게 기획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듄 2>는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꽤 흥행이 잘 되고 있는 중. 그렇긴 해도 3편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1편과 2편의 개봉 시간 차이(2년) 보다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아쉽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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