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공공기관에 재직 중이거나, 사기업 소속으로 공공기관과 협업을 해봤거나, 하다못해 나라장터 조달 시스템에 한 번이라도 츄라이를 해본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hwp 파일, 즉 아래아 한글 파일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것이다.
아니, 이런 생각 또한 어쩌면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아래아 한글보다 MS 오피스를 훨씬 더 오래, 많이 썼고 그만큼 MS 워드와 엑셀과 파워포인트에 익숙한 상태. 특히 워드와 아래아 한글 두 프로그램을 모두 써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이 둘의 인터페이스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묘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 당연히 더 많이 쓰는/썼던 프로그램에 익숙할 테고 난 워드 쪽이 훨씬 편한데 아래아 한글을 많이 썼던 이용자로부터는 또 그 쪽이 편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아무튼 대한민국 공공기관에선 내부 열람용 문서나 외부에 배포하는 문서 모두 아래아 한글로만 작성된다. 그리고 공공기관과 협업을 하기 위해선 사전에 여러 문서를 서로 교환해야 하는데 이 또한 hwp 파일이 기본이다(일부 예외가 있긴 한데 극소수에 불과). 만약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이 없다면 기업 단위에선 당연히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고, 개인 차원에선 뷰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되지만 문서 수정이나 저장 같은 편집은 불가하고 이 뷰어 프로그램 자체가 은근히 무거운데다 버그도 좀 있는 편이라 괜찮은 선택지라고 하긴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hwp 파일을 마음껏 수정하고 편집해서 저장까지 할 수 있는, 사실상 완벽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놀라운 건 이 프로그램은 오픈소스를 사용해서 개인이 제작해서 배포한 프로그램이란 것.
HOP이란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오픈소스 rhwp 엔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MS 윈도우는 물론 맥 OS, 리눅스 버전까지 지원한다. 다시 말하지만 간단한 문서 편집과 수정 및 저장만 할 일반인 이용자라면 HOP만 갖고도 차고 넘칠 만큼 쓸 수 있다. 관심 있다면 아래 링크에서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테스트해 보실 것.

실제로 msi 파일을 설치하고 데스크탑에서 실행해보니 뭔가 프로그램이 가볍고 빠른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의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의 입력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가져온 듯해 익숙하기도 하고.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기존 아래아 한글의 라이선스 같은 부분은 깔끔하게 해결된 건가? 이 부분은 굳이 따지기도 뭐한 게, 사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개인 사용자에 대해선 라이선스 보유 여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지 오래다. 그들은 오로지 기업 단위의 사용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게다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rhwp 엔진은 엄연히 오픈소스. 그저 소수의 개발자가 오픈소스 코드를 기반으로 해서 의지를 갖고 개발한 앱을 비상업적으로 배포한 것이니 만약 한컴이 여기에까지 예민하게 군다면 부정적인 피드백도 어마어마하게 받을 것이 뻔하다.
그리고 한컴도 지금까지처럼 단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제작사로 머무는 대신 인공지능 기반의 업무자동화 지원 등으로 주력 비즈니스 분야를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공공기관과 금융권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한컴 오피스는 여전히 캐시카우로 남아있지만, 국내외의 테크 기업들처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해서 기존의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를 새로운 버전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한다(회사 IR, 그리고 여러 보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ㅋㅋㅋ). 여기에 SaaS(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형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분야까지도 발을 뻗치고 있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혹시 MS 오피스도 이렇게, 거의 완벽하게 대체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인이 만들어 배포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사실상 매우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일단 그 바닥엔 꽤 유명한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오픈소스 기반의 이 프로그램은 MS 워드, 엑셀, 그리고 파워포인트 문서 대부분을 열람하고 수정하여 심지어 pdf 파일로 저장하는 기능도 있다. 역시나 가볍고 빠르며 무엇보다 무료라는 게 큰 장점이지만 일부 복잡한 수식이나 표 같은 부분을 불러오면 깨지는 일이 발생한다고 하니 주의.
그렇다면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일단 개발과 배포는 어찌저찌 했다고 해도 대저 소프트웨어란 건 버그 리포트와 수많은 다양한 사용 환경의 유저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부분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개인이나 소수의 개발자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앞서 언급한 리브레오피스를 비롯하여 오픈소스 기반의 문서 작성 프로그램들은 다수가 여러 개발자들과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아 버전 업을 하고 있으며 HOP 또한 깃허브란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만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어쨌거나, 세상은 참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