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에 관한 개인적인 추억 한 자락을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그 해의 생일에, 모친이 마이클 잭슨 ‘스릴러’ 앨범을 선물한 것. 글쎄, 내가 그걸 사달라고 졸랐는지, 아니면 그저 모친이 아들을 생각해서 사주신 건지는 잘 모르겠다(몇 년 전 영화 <마이클>의 예고편이 처음 공개되고 어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당연히 기억을 못하셨다). 아무래도 전자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은데, 당시엔 누나들과 함께 팝송을 많이 듣던 때였고 동네에 단골 앨범 가게도 있었으니 거기에서 내가 그 앨범을 콕 찍어 사달라고 떼를 썼을 법하다.
이후에 한참 나이를 먹고선 혼술을 하다가 갑자기 ‘확 꽂혀서’ 역시 혼자서 코인노래방에 가서 ‘스릴러’ 앨범 전곡을 부르거나(!) 마이클 잭슨의 다른 곡들 중 좋아하는 <맨 인 더 미러>나 <블랙 오어 화이트> 같은 곡들을 부른 적도 있고.
여러 스타들이 뜨고 졌던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아니, 대중문화의 역사에서 마이클 잭슨이란 이름은 정말로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살아생전 모습을 그린 영화가 사후로부터 17년이 지나서야 나오게 되었다는 게 의아할 정도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이클>은 <보헤미안 랩소디>나 <로켓맨>, <도어즈> 같이 실존했던 유명 뮤지션의 생애를 다룬 ‘전기영화’라고 하긴 힘들고(이에 대해선 뒤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한다) 마이클 잭슨의 조카가 삼촌의 생전 모습을 참 잘 재연한 2시간짜리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일단 영화는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 형식을 따르긴 한다. 잭슨 가문의 막내 마이클이 열 살 때부터 형들과 함께 ‘잭슨 파이브’란 이름의 밴드 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 밴드는 아버지 조셉 잭슨(콜먼 도밍고)의 ‘엄격한 관리’(라고 쓰지만 사실상 학대에 가까웠던. 그리고 그 학대는 형제들 중 재능이 유독 탁월했던 막내 마이클에게 집중되었다) 하에 있었다.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 이 열 살짜리 꼬맹이는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인 모타운 레코드사 관계자의 눈에 띄게 되고 영화 속 명백한 빌런의 위치에 있는 아버지 조셉은 엄청난 돈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마이클 잭슨이 형제들과 ‘잭슨 파이브’ 밴드 활동을 하고, 그 역시 솔로 앨범을 내며 전성기를 달렸던 시절로부터 거의 40여 년이 넘게 흘렀으면서도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문제시되고 있지만 은근히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지나치게 어린 나이부터 시작한 엔터테이너 활동이란 것이다. 아이라면 마땅히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놀기도 하고, 안락한 가족의 품 안에서(물론 잭슨가의 ‘가족’이란 매우 ‘특별한’ 경우였지만) 지내야 할 것인데 마이클 잭슨이나 21세기에 K-팝 아이돌을 꿈꾸는 열 살 남짓 아이들이 어디 그랬던가?
영화에도 나온 것처럼 학교도 제대로 다닌 적 없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린 적도 없던 마이클은 그래서 내부로 침잠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피터팬(그리고 ‘악당’ 아버지의 모습이 투영된 후크 선장)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생쥐, 기린, 침팬지 등 일반인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애완동물을 친구로 맞는다.
다만 이런 과정이 영화 속에서 그려진 부분만 보면 상당히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연기 초짜인 잭슨의 조카 자파에게 심도 깊은 내면 연기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일 테고(대신 그는 삼촌의 퍼포먼스는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 높게 재현해냈다!) 연출을 맡은 안톤 후쿠아 감독도 드라마의 전달보단 액션을 비롯한 스펙터클을 구현하는 데에 재능을 발휘했던 인물. 많은 걸 바라진 않았지만 아쉬운 건 사실.
그런 데다, 마이클 잭슨의 광적인 팬까진 아니어도 워낙 유명했던 인물인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주변에서 벌어졌던 많은 일들, 그와 관계를 맺고 있던 주변의 많은 인물들에 대한 조명이 아예 없는 건 의아할 지경이다. 한 가지 예로 그의 가족 중 그나마 가장 깊은 유대를 나눴고 친했던 여동생 자넷 잭슨은 영화에선 아예 코빼기도 안 보이니. 그리고 (단순한 이성간의 염문이 아니라)역시 친교가 깊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브룩 쉴즈 같은 인물들도 전혀 안 나온다.
사실 제작진도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특히 자넷 잭슨 같은 경우는 영화에서 자신이 나오게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하여 일부러 빠진 거고, 특히나 마이클의 말년을 심하게도 괴롭혔던 이른바 아동 성추행 논란이라든가(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혐의 없음’으로 밝혀진) 저작권과 재산을 둘러싼 논란 등을 굳이 조명하게 되면 그건 또 다른 ‘장르’가 될 테니, 그저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바로 그래서, 글의 서두 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이클>은 ‘전기영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 것이다. <마이클>에선 <도어즈>나 <컴플리트 언노운>이 보여준 시대상에 대한 고찰이나, <로켓맨>과 <스프링스틴>이 보여준 뮤지션 개인의 아이러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나, <보헤미안 랩소디>가 보여준 애틋한 정서 같은 게 별로 보이질 않는다.
다만 그 모든 다른 작품에선 보기 힘들었던,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다. 당대의 슈퍼스타 전성기 때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이가 다름 아닌 그의 조카라니, 어쩌면 바로 이 부분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가장 드라마틱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 주연 자파 잭슨은 마이클 잭슨의 외모와 화려한 춤사위는 물론이고 그 특유의 톤 높은 음성까지도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혹시 <마이클>의 속편이 나오게 될까? 확실하진 않지만 개봉 이후 현재까지의 글로벌 성적을 보면 꽤 좋은 편이어서 나올 가능성이 어느 정도 점쳐지고는 있다. 그리고 만약 나오게 된다면 직전에 언급한, 마이클 잭슨에 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조명될까? 개인적으론 그런 가능성이 그리 높진 않아 보이긴 하는데, 적어도 마이클 잭슨의 솔로 첫 앨범인 ‘오프 더 월’과 공전의 히트작 ‘스릴러’, 그리고 그 이후 ‘배드’까지, <마이클>에 나온 여러 곡들 외에 다른 곡들은 나올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