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주임교수이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재직 중인 하종강 교수가 노동법 관련 강의를 하던 중에 일어난 일. “학생 여러분 대부분이 졸업을 하고 노동자가 될 텐데…”라며 운을 띄우자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 “전 노동자 안 될 건데요. 전 삼성 갈 거에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 뭐,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저런 기상천외한(!) 발언을 한 학생은, 삼성그룹 내에서 지분이 가장 큰 삼성전자란 회사에도 ‘노동조합’이란 게 있으며, 바로 그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이번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의 삼성전자지부, 이하 ‘초기업노조’로 통칭)의 파업 사태가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걸 보고 “삼성에도 노조가 있었어? 삼성 원래 무노조 아냐?”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니.
이번에 초기업노조가 사측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점은 성과급 지급에 관해 투명한 기준을 세워달라는 것이라곤 하지만, 결국 ‘머니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게 다소 안타깝긴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초기업노조는 이번 사태에서 여러 차례 스스로 ‘똥볼’을 차는 등 실기를 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파업 이야기를 꺼내는 게 지극히 조심스러웠던 초반만 해도 엉뚱한 논란을 스스로 불러일으켰고(대통령이 “일부 노조가 과한 요구를 한다”고 하자 초기업노조에선 “우리가 아니라 LG유플러스 얘기”라고 하니 LG유플러스 쪽에선 또 발끈한 ㅋㅋㅋ), 언론 등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어리숙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더해 개발자나 사무직 위주 조합원으로 구성된 이른바 ‘화이트칼라 노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다소 편향된 시각도 존재한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노조와 기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당연히 노조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나 다름 없는데, 결코 적지 않은 시민들이 ‘배 부른 화이트칼라들이 돈 더 달라며 떼 쓴다’는 식으로 이번 사태를 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런 시각에 결코 동의하지 않으며, 사실 화이트칼라 노조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해외의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 노조에 대해서도 각국 시민들은 그리 호의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데, ‘삼성’아닌가 이 말이다. 삼성이란 회사가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큰 만큼 영향력도 큰데,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의 기억 속 삼성은 결코 긍정적인 이미지만 조명되지 않는다. 노조 설립에 대한 방해공작은 물론이고 개인 사찰, 심지어 노동자의 시신 탈취 같이 천인공노할 일까지 벌인 회사가 바로 삼성. 그런 상황에서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려는데 노조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이토록 차가운 것도 참 희한하다면 희한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 여론전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경우가 많았던 삼성의 일이기 때문일지도.
개인적으론, 다소(아니, 많이) 나이브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 노조가 이기는 모습을 보길 바란다. 삼성이 반도체로 돈을 많이 벌어도 딱히 그 돈이 나한테 올 것도 아니고;; 그래도 조합원들이 SK하이닉스 수준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성과급을 많이 받게 되면 일도 더 열심히 할 테고, 자연스럽게 두 회사는 경쟁을 하면서 기술 부분에서도 더 발전을 할 것이며, 주주들에게도 더 많은 배당이 나올 테니 좋고. 하다 못해 법인세보다 수만 명 직원들이 내게 될 소득세가 더 높지 않겠느냐 이 말이다. 그리고, 혹시 아나? 삼성전자가 이번에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직원들한테 풀어서 큰 부를 거머쥐게 되면, 똘똘한 학생들이 의대 대신 공대 진학으로 방향을 트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이라 양자가 조금씩 물러선 정도에서 매듭이 지어질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이긴 하는데… 어쨌든 삼성전자 노사 모두에게 이번 사태는 풀기 어려운 딜레마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