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출근 + 늦은 시간 퇴근이 반복되면서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인생에서 잠시나마 쉼표를 찍어보자’는 이야기를 한다면 당연히 반색을 하겠지만 ‘쉰다’는 표현이 매우 아프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경우 대개는 부적절하기도 하다.
바로 ‘쉬었음 청년’을 두고 하는 이야기.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활발한 사회 및 경제활동을 영위해야 할 30대 인구 중 ‘현재 미취업 상태이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이른바 ‘쉬었음’ 인구가 30만 명을 넘어섰다고(2025년) 한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많은 수이고, 여기에 이제 사회에 사실상 첫 발을 내딛게 되는 20대 인구까지 합하면 76만 명. 그리고 여기에다 중장년에 속하는 40대와 50대 세대까지 합하면 17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 용어의 정의에 관하여: 뉴스에서 언급되는 ‘쉬었음 청년’이란 용어는 위에 부가했듯 적극적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으로, 미취업 상태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와는 다르다(당연히 공식 실업률과는 무관하다). 이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여 별도로 정리함.
예전에 참 친하게 지냈던, 요즘은 연락이 뜸해진 후배가 하나 있다. 연락이 뜸해진 이유가 있긴 하다.
직장 일로 알게 된 후배인데(편하게 J라고 칭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러 부분에서 취향이 겹친다는 걸 알고 사이가 가까워졌다. J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술을 좋아해서 같이 술도 많이 마셨고 같이 여행을 간 적도 있다. 그런데 J가 다니던 직장은 얼마 안 가서 폐업을 하게 되었고, 이후로도 몇 번 이직을 했는데 참 희한한 건 그렇게 이직을 한 회사들이 그리 오래지 않아 문을 닫았던 것.
모르긴 몰라도 고만고만한 회사만 다니다 보니 이렇다 할 경력이나 스펙을 쌓는 데에 불리했고, 그러면서 역시 수익구조가 그다지 안정적이라고 하긴 힘든 고만고만한 회사들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때문 아니었을까 추측할 뿐. 솔직히 그리 긴 기간도 아닌데 이직이 몇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자세히 물어보기도 힘들었음을 고백해야 하겠다.
그래도 나름 꾸준히 연락은 주고 받고 때론 만나서 같이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J의 행동거지에 약간 변화가 생겼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예전부터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하긴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자책을 할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어느 샌가 지금 백수로 지내고 있는 게 오로지 ‘내가 못나서’ 그렇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난 네 잘못이 아니라고, 열심히 두드리다 보면 문이 열리지 않겠냐고, 그저 ‘하나마나한’ 조언 아닌 조언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아, 빼먹은 이야기가 있는데 J는 장남이고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남동생은 의외로(?) 꽤 탄탄한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진작 결혼도 한 상황이었던 것. 아무튼 J는 서울에서의 구직 활동을 접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또’ 취업을 했다가 두어 번 정도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역시 예전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 바로 이 때 J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매우 서늘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가뜩이나 소심한 이 친구가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아서 두려워진 나는 얼른 휴무일을 빼서 지방에 내려가 그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중에도 ‘바로 앞에서 들으면 정말 숨이 턱턱 막힐 것만 같은’ 자괴감과 자기 비하 쩌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정말 내가 기 빨리는 느낌이어서(…) 만남을 파한 다음날 곧바로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올라왔다. 그러고 난 이후 J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은 채로 거의 3년 정도가 지났다.
J의 경우를 꺼낸 것은 쉽게 말해 ‘어떤 일’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취업 자리를 열심히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 경우가, 주변을 살펴보면 은근히 있는 편이고 무엇보다 당사자는 바로 그런 ‘쉬었음’ 상태에 놓이는 것이 무척이나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제3자가 보기에도 그럴진대 당사자나 가족이 겪는 고통은 또 얼마나 클까?

지난 칼럼에서 주식시장과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에 대해서 조명하기도 했지만, 지금 코스피 지수가 어떻고 주식시장이 사상 최대의 호황이고 자시고 되새김질할 계제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피지컬 A.I, 즉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암울한 미래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지 않은가 이 말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우선 해외 각국에서 나름 효과를 봤던 정책들을 살펴보고 우리 상황에 대입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른바 ‘취업 빙하기’가 약 20여 년 전에 있었고 이 기간 동안 기업에 채용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은둔과 고립으로 이어지기 쉬운 이들을 대상으로 지자체 단위에서 정서적 지원에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영국과 덴마크 등에서도 젊은 세대의 미취업 상황이 오래 지속된 적이 있고, 이럴 때 어떤 정책을 폈는지 살펴보니 의외로 강제에 가까운(?) 시도를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영국에서 진행한 ‘Youth Guarantee’란 정책은 ‘미취업 상태에 놓인 이는 일정 기간 내 취업을 위한 교육 및 훈련’에 의무적으로 임해야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도 비슷해서 ‘6개월 이상 미취업 시 반드시 훈련이나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LMP)를 편 바 있다. 그리고 실업급여 수급 시 적극적으로 취업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해 보이기도.
아무튼, 인생에서의 쉼표가 마냥 즐겁지 않은 이들은 우리 주변에 많고 그 숫자는 역대 최고라고 하니 괜히 우울하다. 우리 젊은 세대가 즐겁게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은 언제 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