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무섭다

2026년 새해가 되고서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막연하게나마 새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랐으나 세계 각국에선 작년부터, 길게는 수십에서 수 천 년이나 이어진 어지러운 문제들이 해결은커녕 더 나쁜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요즘 같아선 넘치도록 과분한 상찬이 아닌가 싶은데, 어쨌든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라고 할 만한 미국이 제일 문제다. 물론 그 문제의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것이고. 이미 작년에 두 번째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미국을 거의 난장판 상태로 몰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 시간으로 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선 이민세관단속국(약칭 ICE) 요원의 총격으로 두 아이의 엄마인 3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살해당한 여성은 이민자도, 불법 약물 소지자도 아니었고 그녀가 사망 당시 탑승했던 차량엔 6살짜리 아이도 동승한 상태였다는 것.

현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이곳 저곳에서 퍼지는 가운데 관계 당국에선 “(살해당한 여성이)운전하고 있던 차로 ICE 요원을 치려고 했다”면서 “그녀가 좌파에게 세뇌를 당해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르려 했다”는 둥, 이해하기 힘든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살해당한 장소는 6년 전 미국 전역을 들끓게 했던 ‘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로부터 불과 1마일(약 1.6km)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이 사건이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고, 앞으로도 거 커질 것으로 보여서 새해 벽두에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전격 급습해서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것 정도는 그저 애교(?)로 보이는 수준.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에선 대통령 경호 인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민간인도 다수 사망하기도 했다는데.

ICE 요원의 총격으로 인한 사망 사건으로 반 트럼프 시위에 나선 이들

아무튼 미국만 시끄러운 게 아니다. 이란은 지난 수 년간 이어진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분노한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 작년부터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지다가 작년 연말과 올해 초에 각계의 시민들과 대학생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에 집권 세력은(언제나 그랬듯)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며 급기야 이란 전역의 인터넷 접속을 일부 차단하는 강수까지 두고 있다. 항간에는 시위대가 이란 최고의 군사조직 이슬람 혁명수비대 본부를 습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으나 실제 여부 확인은 불가.

참 아이러니한 것은, 이란의 반정부 시위 일각에선 ‘차라리 팔라비 왕조 때가 좋았다’며 이른바 왕정복고(?)를 부르짖는 이들이 있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지난 1970년대만 해도 이란은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고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사이도 좋아 활발한 교류를 가졌다(그러면서 당시 개발 붐이 일었던 서울 강남에서 가장 넓은 도로 이름이 ‘테헤란로’가 되기도 했고). 그렇긴 해도, 극도로 부패하며 온갖 추한 꼴을 다 보여주다가 결국 혁명으로 무너지고 만 팔라비 왕조 때가 좋았다고 하다니. 우리나라에서도 ‘박정희 때가 좋았다’고 하거나, 칠레에서 ‘피노체트 때가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뭐,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극동아시아의 정세도 긴박하게 흘러가는 중. 중국과 일본이 대만 문제를 두고 개입을 하네 마네 으르렁거리고 있는 와중,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 제한을 확대하면서 두 나라 사이도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실 중국과 일본 사이는 작년부터 껄끄럽긴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에서 모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군사 개입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중국 총영사가 본인 SNS에 ‘모가지를 잘라야 한다’고 쓴 것. 그래도 외교 관계자가 이런 표현을 하다니. ㄷㄷㄷ

물론 지금 당장 내 머리맡에 폭탄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만, 아주 잠깐 살펴본 것만으로도 최근 국제 정세는 이렇게나 무섭다. 난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필부 한 명이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기만 하면 안 될 것만 같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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