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에 출근을 하게 된 이후 이것저것 신경을 쓸 일도 많고 휴무일엔 지쳐 쓰러지길 어언 3주. 이제서야 겨우 짬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진 여러 가지로 힘들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그렇게 될 걸로 보이는데, 솔직히 한 달 벌어서 한 달 사는 직장인이 뭐 그리 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를 세운다고. ^^;; 그저 매일 잠 자기 직전 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인생의 낙인 1인으로, 지난 얼마간 즐겼던 드라마들에 대해 짤막한 소감을 전하고자 한다. 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에 대한 소감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고.
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에 대한 짤막 소감 / 2024년 4월
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에 대한 짤막 소감 / 2024년 3월
<더 에이트 쇼> 한재림 감독 / 류준열, 천우희, 박정민 등

모처럼 기대를 모은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네임밸류 괜찮은 감독과 출연진, 그리고 큰 호평을 받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데다 ‘여러 사람이 모여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내용 등등이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이어갈 것으로 적잖은 이들이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준수한 드라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엄청난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인데, 모든 이들이 손에 손 잡고 하하호호 웃으며 지내지는 못하게 되는 것이, 각각 받게 되는 상금 액수가 다르기 때문이란 점이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참 독특하게 꾸며진 공간과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고, 한재림 감독은 약간 도회적인 느낌의 세련된 분위기를 참 잘 연출하는 듯(근데 <비상선언>에선 왜 그러셨나요).
다만 여러 게시판에서의 언급을 살펴보면 호불호가 꽤 세게 갈리는 듯. <더 에이트 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특정 부분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개인적으론 뭐 그렇게까지 짜게(ㅋㅋㅋ)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삼식이 삼촌> 신연식 감독 / 송강호, 변요한 등

2024년 상반기를 작정하고 노린,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의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슬쩍만 봐도 세트 제작에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것을 알 수 있을 정도. 물론 1950년대 전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당연하지만.
그리고 송강호 배우가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 본작이기도 하다. 역시나, 능글맞으면서도 여유가 넘치고 때로는 냉철한 ‘삼식이 삼촌’ 역에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변요한 역시 비교적 젊은 배우들 중 연기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배우니 둘의 합이 괜찮다.
<삼식이 삼촌>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야말로 격동과 혼돈이 일상이었던 시절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꽤 진지하고 선 굵은 정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고, 살짝 루즈하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좋으니 몰입해서 보기 좋은 수준. 어쨌든 최근 한국 드라마에선 은근히 자주 보기 힘들었던 장르다. 아직까진 중반 정도밖에 공개되지 않아서 결말 부분을 예측하기가 어려우니 그저 계속 볼 수밖에.
<수사반장 1958> 김성훈, 오다영 감독 / 이제훈, 이동휘, 서은수 등

아주 어렸을 적 <수사반장>을 본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당시 미성년자가 시청하기에 다소 적절치 않은(?) 장면도 종종 나왔던 기억이 스멀스멀 나는데, 그런 것 심각하게 따지는 때가 아니었으니.
그리고 서기 2024년에 공개된 <수사반장 1958>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수사반장 비긴즈>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약 10여 년 이상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바로 그 드라마의 프리퀄. <전원일기>의 김회장과 함께, 최불암 배우 일생의 배역인 <수사반장>의 박영한 형사 젊은 시절로 이제훈이 출연하고, 실제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썼던 캐릭터들인 김상순, 조경환, 서호정 등의 젊은 시절이 1950년대를 배경으로 출연한다. 공교롭게도 바로 직전 언급한 <삼식이 삼촌>과 시간적 배경도 동일하고 공개 중인 플랫폼도 디즈니 플러스로 동일.
다만 <수사반장 1958>은 <삼식이 삼촌>과는 다르게, 다소 가볍고 코믹한 터치를 유지한다. 원작은 조금 진지한 톤이었던 걸로 (어렴풋이)기억하는데 왜 프리퀄은 박영한 형사를 ‘능력 있지만, 살짝 껄렁한’ 모습으로 그렸을까? 아무래도 1950년대의 시대상 자체가 거의 막장 수준이었기 때문에(실제로 드라마에서는 이승만 정권의 각종 추태, 말하자면 정치 깡패를 동원한 테러나 3.15 부정선거 등이 모두 나온다) 이를 정면에서 조명하면 자칫 2024년의 시청자들이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무튼 요즘 은근히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일단 본방은 종영을 했는데, 새 시즌이 나올지 어떨지.
<동조자> 박찬욱 감독 / 호아 수엔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사실 <동조자>는 지난 4월에도 짬짬이 즐기고 있는 콘텐츠로 소개하긴 했는데 그 이후 매주 한 편씩 공개되는 에피소드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특히 추천하고 싶어서 다시 소개한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주인공 대위 역 배우인 호아 수엔데는 imdb에서도 별다른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연기 경력이 일천한데, 그럼에도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는 스파이 역을 매우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스파이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총괄 크리에이터인 박찬욱 감독의 취향이 듬뿍 반영된(듯한) 블랙코미디 스타일이란 점도 매력적. 1970년대 미국에서, 분명 메인스트림은 아닌 인종(게다가 혼혈)과 문화를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우스꽝스럽게 조명된다. ‘매 에피소드에서 매번 다른 배역’으로 나오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도 백미. 박찬욱 감독이 첫 세 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했고 에피소드 4편과 5편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영화들인 <시티 오브 갓>과 <두 교황> 연출한 이후 어디서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했던 그 감독은 <동조자>를 만들고 있었구나.
<1987> 장준환 감독 /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

개봉 당시 극장에서 두 번 봤고, 이후에도 다운 받아서 몇 번 더 봤으며, 넷플릭스에 처음 올라왔을 때도 두어 번 봐서 총 7~8번 정도를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끝끝내 아재를 눈물짓게 만드는 영화. ㅠㅠ 넷플릭스에 올라왔다가 내려갔다는 얘길 들었는데 며칠 전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다시 올라왔는지, 하여튼 있어서 다시 봤다가 또 눈물을. ㅠㅠ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 가장 뜨거웠던 그 해를 다시 돌아본 영화 <1987>이 바로 그 시절로부터 정확히 30년 후,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깜깜했던 시대, 박근혜(!)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제작진과 배우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아, 써놓고 보니 한 번 더 보고 싶다.
이상이 최근에 즐겼던 콘텐츠들이다. 아마도 다음 취향 코너에선 <퓨리오사> 리뷰를 올리게 될 듯. 사실 이 글을 올리고 곧바로 보러 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