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 체제를 운영한 기업이 적지 않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 자체가 타 업종 대비 수월한 IT를 비롯한 일부 분야를 시작으로 꽤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실시되며 이른바 ‘뉴 노멀’의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그 와중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근무를 한 지인 2명의 사례를 가볍게(?) 소개한다. 우선 지인 A는 외근도 거의 없고 미팅도 별로 많지 않은 전형적인 사무직 직장인으로, 강남에 거주하며 광화문 근처에 있는 직장에 재직 중이다.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는지라(집과 직장 모두 하필이면 대중교통 이용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 위치) 하루 중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이 상당한 스트레스였는데,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짧은 기간 진행된 재택근무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밝혔다. ㅋㅋㅋ
그 다음으로 지인 B의 사례. B는 광고 영상 제작사에서 연출자로 재직 중인데,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 문제.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회사는 전면 재택근무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언급했다시피 그 자체가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회사 내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모두 퇴근을 하고 난 다음 혼자(혹은 확진자가 아닌 팀원 1~2명과 함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편집장비 등을 이용해서 결과물을 생산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직 직장인들이 ‘편하게’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B는 사실상 원치 않는 철야 근무를 한 셈이 되었다.
다양한 상황이 있지만, 재택근무 자체에 대해서 직장인들은 대체로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생산성 면에 있어서도 의외로 크게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20년 조사하여 발표한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91.3%가 재택근무에 대해 만족(‘대체로 만족’ 60.5% / ‘매우 만족’ 30.8%)하고 있고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도 ‘높아졌다’는 편(66.7%)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편(33.3%)에 비해 많았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팬데믹 기간 중 재택근무에 앞장섰던 IT 분야의 기업들이 다시 ‘사무실 출근 후 업무(대면근무)’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경제지에선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를 또 해당 기업들의 노조 가입률 증가와 연결 짓기도 한다.
“재택 돌려놔” 노조 바람 거센 판교 [IT 업계, 오피스 출근 전환 부작용] 파이낸셜 뉴스(링크)
경제지가 대기업의 나팔수 노릇을 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니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재택근무, 그리고 대면근무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나 명확한 기사 톤(Tone)이라니, 가끔 이 친구들은 너무 투명해서 우스울 지경. ㅋㅋㅋ 다만 재택근무라는 제도 자체를 노조 차원에서 회사에 요구하는 일이나, 반대로 대면근무를 회사가 (부당하다고 생각될 정도로)근로자에게 강요하는 측면이 있는 일은 별개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어쨌든 그 부분은 노조와 회사가 협의를 할 일이다.
그건 그렇고, 재택근무에 대해선 앞으로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택근무라는 건 어차피 제도일 뿐이니 기업으로서나, 직원으로서나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쪽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재택근무는 장점과 단점이 각각 너무 명확하게 두드러지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겠다.
일단 장점으로는 앞선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한 수도권 집중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란 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앞으로 산업 전반에 있어 기술 발전은 지속될 것이고 관련 분야에서도 신뢰할 만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그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반면 단점이라면 역시나 업종의 특성을 탈 수밖에 없는 체제라는 점. 사실 IT 기업에서도 미팅 같은 대면 업무가 은근히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줌(Zoom) 같은 온라인 미팅 플랫폼도 생각조차 못한(특히 기술적-Technical한) 문제로 인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지난 기간 동안 너무 많이 봤다(줌 회의 때 진짜 ‘쓸데없이 짜증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재택근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