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더하기 2의 답은 무엇입니까?”
척 보는 순간 무척이나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첫 문장, “나는 좆됐다”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의 또 다른 작품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원작소설)를 처음 보려고 했을 때 무엇보다 기대한 부분은 바로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될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적어도 나에겐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2 더하기 2의 답이 뭐냐고? 4잖아. 그게 뭐 중요하다고. 빌어먹을, 알 게 뭐람.
특히 SF 장르에서, 인류가 맞이한 존망(생각해 보니 ‘비슷한’ 발음의 다른 단어로 대체해도 무관하네)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미션의 열쇠를 홀로 손에 쥔 주인공의 이야기는 제법 많다. 그 주인공이 그야말로 ‘얼떨결에’ 그런 위치에 오른, 한 마디로 전통적인 영웅상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란 이야기도, 살펴보면 뭐 그렇게까지 드물진 않다. 자, 그렇게 조금은 익숙한 이야기가 이번엔 관객 앞에 어떻게 펼쳐졌을까?
내용을 조금만 소개하기로 한다. 흑점으로 보이는 물체가 말 그대로 ‘태양을 먹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태양이 조금씩 죽어가는 모습이 관측된다. 인류가 맞이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구의 과학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미션,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수행하고자 한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우주의 저 끝으로 가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말하자면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란 것. 그런데 하필이면 그 중차대한 임무에 스스로 나선 적도 없는 소심한 중학교 과학교사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강제적으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원작소설이 정식 출간되기도 전에 영화화가 결정된 바 있다. 다소 특이한 케이스이긴 한데, 이렇게 된 데에는 영화의 주연 배우이면서 제작자(E.P)로도 이름을 올린 라이언 고슬링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라이언 고슬링은 눈매가 쳐져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소시민 역에 참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기도. ㅋㅋㅋ 그런 데다 본작에선 연기도 무척 훌륭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뒤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는 걸로.
일단 원작소설의 경우 기본적으로 SF 장르이면서 ‘과학적 엄밀성’이란 기준으로 보면 이른바 하드 SF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론 굳이 그렇게까지 구분을 해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진 못하고 있지만 콘텐츠를 더 자세히 뜯어보고자 할 때 다소 편리하고 용이한 부분이 있어 이와 같은 전제를 굳이 두고자 한다.
아무튼 하드 SF의 경우 은근히 영화화가 까다로운 장르에 속한다. 당연하게도 그 과학 부분의 디테일을 관객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전달하는 게 어렵기 때문. 원작과 고증에(만) 충실하면 골수 팬들은 환영하겠지만 과학(과 하드 SF)에는 문외한인 대다수 관객은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편 원작의 과학적 고증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뼈대’만 가져온 채 흥미와 스펙터클 위주로만 다루게 되면 그 반대가 될 테고.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렇게 쉽지 않은 외줄타기 미션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 태양을 먹어 치우는 ‘아스트로파지’에 대해, 원작에선 그 배경과 행동 양식을 꽤 공들여 설명했던 걸 기억하는데 영화에선 다소 얼렁뚱땅 넘어간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관객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을 제공했다. 그 부분은 <마션>에서도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했던 드류 고다드의 역량이 발휘된 결과일 것이다.
본작에서 특히 ‘영화적 재미’가 잘 살아난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그리고 주인공 그레이스와 ‘록키’ 이 두 캐릭터가 연출하는 케미에 있다고 하겠다. 록키의 난데없는(?) 출현 이후로 영화는 사실상 버디 무비로 서브 장르가 변환되는데, 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지면서 둘 사이의 티키타카가 꿀잼 요소가 된다.

다만 원작을 안 읽은 관객 일부에서 외계 생명체 록키가 나오는 점이나 만능 번역기(?)를 통해 둘이 대화를 나누는 부분 등에서 리얼리티가 결여되어 다소 당혹감을 느낀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론 뭐 그렇게까지 깊게 파고들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원작소설은, 그리고 본작 영화는 ‘하드 SF’라곤 해도 어디까지나 대중성이 중요한 콘텐츠이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지구의 인류와, 그리고 록키의 고향 행성 동포들도 무사히 생존할 수 있게 되어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는 결말만 봐도 이 작품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라일랜드 그레이스 역의 라이언 고슬링은 매우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얼핏 <마션>의 맷 데이먼과 비슷한 느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본작에서 그레이스는 슬픔, 분노와 함께 호기심과 유머러스함까지 다양한 모습을 소화해야 했고 라이언 고슬링은 그걸 꽤 잘 해냈다. 개인적으론 그의 커리어 하이가 되었다고 생각. 덧붙이면 원작에서도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강력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이 빛났던 에바 스트라트 역 산드라 휠러는 가진 역량을 모두 보여주진 못한 느낌. 사실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배우인데.
연출 부분에선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본작을 연출한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 콤비가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건 사실 장편 영화 연출보단 애니메이션 분야에서의 성취 덕분인데(<스파이더버스> 시리즈 시나리오 집필) 본작은 일단 음악이 너무 과하다(그리고 너무 많이 쓰였다). 그레이스와 록키가 ‘만담 콤비’가 되어가는 모습은 재미있지만 둘의 첫 조우가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졌다. 이전에 <클로즈 인카운터>나 <E.T> 등에서 보여졌던, 뭐랄까 다소 신비로운 느낌은 완전히 없는 모습. 비교 대상의 허들이 다소 높지 않은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의 격조 높은 연출에 비하면, 글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간만에 꽤 흡족한 재미를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텐트폴 작품답게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로서도 참 오랜만에 만나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이맥스 환경에서의 관람도 만족스러웠고(우주 장면은 아이맥스로 촬영).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면, 글을 작성 중인 2026년 봄 극장가에선 <왕과 사는 남자>가 무려 1,500만 관객을 모으면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데 <프로젝트 헤일메리> 또한 평론가들보단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관객 동원에 나름 성공하고 있는 중. 다소 섣부르지만 모처럼 극장가가 활력을 찾아가는 중으로 보여 영화 팬으로서 괜히(?)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