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2시즌을 둘러싼 이야기들

<오징어게임> 2시즌, 누가 뭐래도 순항 중

지난 1895년 <뤼미에르 공장 노동자들의 출근>이 관객 앞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이후 13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만들어지고 공개된, 숱하게 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 가운데 아마도 직접 본 사람의 수가 가장 많을 것으로 추측되는 단 한 편을 꼽자면 그 후보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작품이 바로 <오징어게임>.

몇 가지 근거를 댈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2025년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시리즈가 <오징어게임>이란 것. OTT 플랫폼을 통해서 공개된 콘텐츠의 경우 시청 수가 명확히 집계되는 것과 달리 지상파 채널에서 흥했던 예전 드라마들의 시청률과 비교하기가 모호한 측면은 있지만 이슈화라는 관점에선 충분히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의 경우 역대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최대 매출을 올린 작품은 <아바타>이다. 약 3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기록을 갖고 있는데 이를 관객 수로 나누는 게 의미가 없는 이유는 전 세계 모든 상영관의 관람료가 모두 다르기 때문. 그리고 영화관은 아무래도 집 거실이나 안방에 있는 TV와 비교하면 접근성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으며, 특히 TV 드라마는 시청자를 한 명만 상정하는 것도 아니다(넷플릭스를 비롯한 여러 OTT들이 시청 기록을 ‘시청자 수’가 아니라 ‘시청 가구 수’로 셈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많은 이들이 <오징어게임> 1시즌을 봤고, 작년 연말에 공개된 2시즌도 공개되자마자 숨가쁘게 달리며 넷플릭스 시청 가구 수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2025년 1월 둘째 주 기준. 1위는 당연히 <오징어게임> 1시즌이고 2위는 <웬즈데이>다).

그렇게 유명한 드라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할 말은 많은데 워낙 많은 말들이 이미 쏟아져 나와 또 특별히 보탤 말이 없는 것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것. 이전에 드라마나 영화의 리뷰를 작성한다고 할 땐 기본적으로 해당 작품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주로 감독의)연출에서 언급할 만한 부분을 언급하며 배우의 연기 및 기타 추가할 내용을 추가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오늘 <오징어게임> 2시즌의 리뷰는 이전의 리뷰 형식과는 살짝 다르게 해보고자 한다.

그 형식이란, <오징어게임> 2시즌을 이루는 ‘물리적’ 요소들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조명하여 분석한 다음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총평을 붙이는 것. 들어가기에 앞서서 간단한 인상비평 한 마디를 남기자면, 무엇보다 기대(혹은 우려)를 뛰어넘는 매력적인 작품이며 감독의 깊은 고민도 함께 느껴졌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투표 시스템: 각자의 의지, 혹은 밴드웨건에 탑승하기?

<오징어게임>은 1시즌에서도 그랬고 이번의 2시즌에서도, 목숨을 건 게임 도중 참가자들이 도중 하차할 수 있는 투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1시즌에서와 2시즌에서 차이가 있다면, 1시즌의 경우 게임을 그만두고 나가는 사람은 땡전 한푼 받지 못했는데 2시즌에선 현재까지의 누적 상금을 ‘n빵’으로 나눠서 들고 나갈 수 있다는 것.

얼핏 들으면 적당한 금액이 모였다 싶을 때 얼마라도 건지고 이 지옥도를 벗어나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을 모르는 법이다. 게다가 이미 이 죽음의 게임에 참여한 이들은 설정상 적게는 수천 만원, 많게는 수백 억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으니, 고작(?) 2~3천만원 정도엔 만족을 못한다. 게임에 두 번째 참가하게 된 기훈(이정재)의 설득도 소용이 없는 인생 낙오자들은 목청껏 외친다. “한 판 더! 한 판 더!”

당신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투표했습니까?

<오징어게임>의 진행 과정에서 ‘현장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핑크 가드들은 참가자들에게 항상 깍듯한 존대어로 대화를 하는 점에서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아직까진 베일에 가려진 <오징어게임>의 주최측은, 언제나 그렇듯 ‘참가자들의 자율 의지’를 내세우며 결국 자신들의 흥미/욕구를 충족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위선적이라는 것. ‘우리(주최측)가 너희(참가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게 아니라, 너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당위성을 이 죽음의 게임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의 투표가, 정말 참가자 모두 각자의 의지를 표출한 결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민수(이다윗)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에 탑승하는(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민수밖에 없을까? 실시간으로 투표 결과가 드러나는 상황 자체가 다수 의견에 휩쓸리는 밴드웨건 현상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요컨대 <오징어게임> 2시즌의 투표 시스템은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한 노골적인 메타포로 읽히는 것. 또한 황동혁 감독이 2시즌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신의 에고를 가장 의욕적으로 드러낸 부분처럼 보이기도 한다.

절묘한 게임 배치로 이룩한 밸런스

게임의 밸런스: 시청자를 어떻게 몰입시킬 것인가

<오징어게임> 1시즌이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2시즌이 제작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때부터 ‘새 시즌엔 도대체 어떤 게임이 들어갈 것인지’는 모든 이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개인적으론 1시즌과 전혀 다른 게임이 될 것이란 생각은 들었는데 1시즌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그대로 들어간 건 조금 의외였다. 그런데 조금 지나 생각을 해보니 기훈이 1시즌의 생존자이자 많은 참가자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선택이었단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이 시리즈의 ‘시그니처’가 된,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거대 영희 인형이 다시 등장할 필요도 있었을 테고(?). ^^

1시즌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어렸을 적 놀이에 목숨을 걸게 되는 아이러니’였던 점을 돌이켜보면 2시즌에 딱지치기, 팽이, 공기놀이, 제기차기 같은 우리네 민속놀이를 빠른 속도로 ‘소비’하게 만든 것도 감독의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공기놀이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와중, 해외에서 그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게임이 바로 짝짓기 게임. 정말 간단한 룰로, 짧은 시간에 많은 탈락자를 정리(?)할 수 있어 굉장히 ‘효율적인’ 게임이 바로 짝짓기 게임 아니던가? 개인적으론 학교 때 MT 같은 행사에서 꽤 자주 했던 기억도 되살아났다(물론 거기에서 탈락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상황이 벌어질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예전 황동혁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 중 하나가, 위에 언급했듯 “규칙이 간단해서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 <오징어게임>의 종목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동시에, 넷플릭스 자체가 글로벌 OTT 플랫폼이기에 가급적 해외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지는 게임들이 종목 물망에 올랐다고도 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짝짓기 게임이 벌어지는 세트도 굉장히 공들여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하지만 시각적 쾌감을 얼마나 용이하게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도 있었을 것. 시청자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몰입하게 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한 결과가 바로 게임의 절묘한 밸런스로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포진

1시즌에도 그랬는데, <오징어게임>은 2시즌에 더욱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설정상 이 게임의 참가자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매우 곤궁한 처지에 있으니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 또한 갖고 있다. 주인공 기훈은 물론이고 용식(양동근), 준희(조유리), 타노스(최승현), 그리고 고 변희수 하사가 모티브가 되었다고 감독이 언급한 조현주(박성훈, 전재준 아님) 등에 1시즌에선 기훈의 친구로 아주 잠깐만 나왔던 정배(이서환) 등이 출연한다.

심지어 시청자들만 알고 있는, 프론트맨(이병헌)이 영일이란 이름을 쓰고 기훈과 함께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프론트맨도 예전 게임 참가자에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했다는 떡밥은 이미 1시즌에도 뿌려진 바 있고, 이번에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것 또한, 예전부터 밝혔듯 이른바 ‘서바이벌/데스 게임’ 장르에선 사실 유구한 전통이다(이 장르의 증조할아버지 같은 존재인 일본 영화 <배틀로얄>에서도 전 시즌의 우승자가 다시 참여한다. 참고로 그 우승자 역을 맡았던 배우 야마모토 타로는 현재 일본에서 참의원으로 재직 중이다).

프론트맨/영일 역 이병헌. 그야말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2시즌의 이야기 전개에 있어 시청자들이 유독 흥미를 느끼게 되고 계속 집중을 하게 되는 건 바로 프론트맨 영일의 존재. 전술했듯 그의 정체는 시청자들만 알고 있고 극중 캐릭터들은 전혀 모르는데,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 서스펜스가 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오징어게임>이란 작품의 특성상, 결국 ‘드라마’는 전적으로 캐릭터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시청자 모두가 이 게임의 주최측/VIP가 아닌 이상 ‘다음 게임에선 누가 살아남고, 혹은 떨궈질 것인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어떻게 될 것인지 때로는 응원도 하고, 때로는 저주도 하면서(타노스와 남규 등) 계속 시청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총평: 기대를 뛰어넘은 <오징어게임> 2시즌, 그런데 엔딩은 ㅠㅠ

이상으로 <오징어게임> 2시즌을 이루는 몇 가지 요소들에 대해 일별했다. 사실 2시즌 공개 전엔 1시즌만큼 큰 이슈몰이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다소 의심스러웠는데 다행히 기대보다 훨씬 좋은 작품으로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여러 부분들을 지적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의견이 없진 않지만 어차피 모든 이들을 완벽히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란 존재할 수 없으니.

다만 한 가지 못마땅한 것은, 2시즌이 온전한 엔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6월쯤에 공개된다는 3시즌은 2시즌과 동시에 촬영되었고 현재는 편집 중이라고 하는데, 왠지 한 시즌을 억지로 두 시즌으로 나눈 것 같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말하자면 <기묘한 이야기>처럼 한 시즌을 파트 1, 파트 2로 나눈 듯한 느낌.

황동혁 감독은 진작부터 3시즌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공언했고, 그 3시즌엔 참 희한하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다는 루머(!)도 돌고 있는 중. 루머와는 별개로, 적어도 황동형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오징어게임>은 3시즌으로 끝날 걸로 보이긴 한다.

다만 넷플릭스 입장에선 <오징어게임>이란 최대의 흥행작을 그대로 끝내기란 영 섭섭할 것. 실제로 미국에선 <오징어게임> IP를 활용한 스핀오프 작품의 기획이 확정되었고(이는 루머가 아니라 확인된 사실이다) 여기엔 데이빗 핀처 감독이 쇼러너 혹은 총괄 크리에이터로 참여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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