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TV에서 지상파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 중 그나마(?)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바로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 여기서 ‘그나마’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넷플릭스를 위시로 한 OTT는 물론이고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지상파는 한 없이 작아진 존재가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SBS를 온전한 지상파라고 할 수는 있나? 그건 일단 넘어가고, 아무튼 그런 와중, 필자는 종합편성채널인 JTBC에서 방영 중인 예능 ‘뭉쳐야 찬다 시즌 2’(이하 뭉찬 2)에 관심이 더 간다.
사실 ‘뭉찬 2’와 ‘골때녀’ 두 프로 모두 축구를 메인 테마로 한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는데, 무엇보다 두 프로는 기본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 골때녀의 경우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엔 전혀 문외한이었던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축구를 차근차근 배우면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팀웍을 끈끈하게 다지는 과정에서 그녀들이 발휘하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열정에 포커스를 맞춘다. 말하자면 감동 코드에 주목하는 것.
뭉찬 2에도 감동 코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뭉찬 2는 아예 시작부터 카바디, 스키점프, 럭비, 철인 3종 경기 같은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본 프로를 통해 자신들의 종목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는’ 차원에서 출연했다는 점에서 그런 측면을 볼 수가 있다. 어쨌든 뭉찬 2의 레귤러 멤버는 소수 몇 명을 빼고 대부분 현역이고, 기본적인 운동 능력을 상당한 수준까지 이미 갖고 있는 이들이란 점이 시즌 1의 멤버들과도 다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뭉찬 2는 골때녀보다는 오히려 약 10년 정도 전에 KBS를 통해 방영되었던 천하무적 야구단과 비교를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뭉찬 2의 ‘어쩌다벤져스’ 팀은 시즌 1 때의 팀과 비교해서 평균 연령이 확 내려갔고, 어렸을 때의 일이긴 하지만 축구선수 출신도 여럿 속해 있을 정도. 여기에 시즌 1에는 없던 코치로 이동국이 합류했고, 무엇보다 8인제 경기에서 11명과 11명이 정식으로 맞붙는 경기로(물론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각 25분이다), 전반적인 측면에서 대폭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사령탑인 안정환 감독으로선 당연히 경기력의 향상을 꾀했을 테고, 어쩌면 자연스럽게 뭉찬 2가 지향하는 바가 정해졌다. 뭉찬 2가 방영을 시작하며 전면에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다음과 같다: “이번엔 전국 제패다!”

그래서 시즌 1에 비해 뭉찬 2는 소위 ‘예능감’이 많이 줄었고 출연진이 온전히 축구 경기에 쏟는 노력이 전체 분량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골때녀보다 뭉찬 2를 더 즐겨 보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점을 고백한다. 아무래도 ‘축구’를 경기 그 자체로 볼 때 그래도 경기력 측면에서 당연히 더 나은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취향에 더 가깝다는 것. 특히 지난 10월10일 방영된 10회차, ‘일일 축구회’와의 경기(전반전 한정)는 안정환 감독 스스로도 “(축구에서)완벽이란 건 없지만, 전반전은 정말 거의 완벽한 경기였다”고 인정했을 정도. 어쩌다벤져스 내에서 사실상 블랙홀 포지션(…)인 윤동식의 어시스트에 이은 ‘이동국의 남자’ 허민호의 득점은 그야말로 최고로 멋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뭉찬 2는, 앞으로 당분간은 지금처럼 ‘예능보다는 다큐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회차가 진행되면서 ‘더 잘 하는 팀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안정환 감독의 야망(?)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걸 느낄 수가 있기 때문. 덧붙이면, 2002년 월드컵을 봤다면 그 당시 뛰었던 멤버들 가운데 ‘감독이란 자리에 가장 안 어울리는(?)’ 멤버로 안정환을 꼽은 사람이 제법 많았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외모가 너무나도 뛰어났기 때문. 솔직히 ‘안정환 감독’은 20년 전엔 상상이 잘 안 되었던 것이 사실인데, 시즌 1 때도 느낀 거지만 막상 감독을 맡으니 승부욕 쩌는 모습을 보이는 게… 역시 자신의 종목에서 톱 수준을 찍었던 경험이 있는 운동선수 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점도 느꼈고(참고로 안정환 감독은 현재 국가대표팀 바로 아래, 즉 성인팀 혹은 프로팀 감독을 맡을 수 있는 A급 지도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땀내 나는 남자들의 진짜 스포츠(를 지향하는 모습)’에 대해 시청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AGB 닐슨 코리아가 집계한 뭉찬 2의 시청률은 최고 8.3%, 최저 6.7% 사이를 오가고 있다. 종편 예능 치고는 나름 높은 시청률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또 갈대와도 같은 게 여자 마음, 아니 시청자의 선택이니 제작진으로선 마냥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게다. 또한 경기 룰 자체가 11명 대 11명의 정식 규칙으로 바뀌었는데 현재 어쩌다벤져스는 교체 인원이 사실상 없는 상황. 따라서 팀의 경기력도 끌어올리고 프로그램의 콘셉트도 견지하며 무엇보다 감독이 원하는 팀을 완성하기 위해 시급한 건 추가 멤버 발탁과 선수들의 훈련일 터. 더더욱 ‘진짜’에 가까워질 뭉찬 2, 사람들은 더 재미있어졌다고 할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