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드래곤], 부디 이번엔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계속 힘내자

※ 들어가며: 본 글은 HBO 제작으로, 국내에선 WAVVE(웨이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하우스 오브 드래곤> 1시즌(10편) 중 7편까지 시청한 상태에서 작성되고 있습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 은 작가 조지 R.R. 마틴 옹의 소설 <피와 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 자체가 소설보다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 세계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타르가르옌 가문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가상 역사서에 가깝습니다. <왕좌의 게임>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재미의 수준이 매우 큰 폭으로 달라질 텐데요. 본 글에선 적당한 수준(?)에서 <왕좌의 게임> 스포일러를 섞어가면서 원작을 본 독자, 그렇지 않은 독자를 골고루 만족시키고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서 철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를 벌이는 두 주인공
왕비 알리센트(왼쪽)를 지지하는 쪽을 ‘녹색파’, 왕녀 라에니라(오른쪽)를 지지하는 쪽을 ‘흑색파’라고 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전세계적으로 크나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스핀오프이자 프리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가문의 전성기 시절을 다루고 있다(정확히는 대너리스가 태어나기 170여 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타르가르옌 가문은 스스로 용의 후예임을 자처하며 ‘우리 가문에는 용의 피가 흐른다’는 말도 하는가 하면, 실제로 하늘을 날고 입에서 불을 내뿜는 용을 자유자대로 다루는 ‘드래곤 라이더’들도 여럿 존재한다.

그렇다면, HBO에서는 참 이상하게(?) 끝난 <왕좌의 게임> 후속작에서 왜 하필 타르가르옌 가문을 전면적으로 다룰 생각을 했을까?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조지 R.R. 마틴 작가가 집필한, 이른바 ‘웨스테로스 세계관’의 다른 작품인 <불과 피>에서 주인공 가문이 타르가르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해당 세계관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웨스테로스 대륙을 통치했으며 그만큼 치열하게 펼쳐진 가문 내부의 권력 암투를 가장 흥미롭게 그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HBO 제작진의 그 판단은, 적어도 <하우스 오브 드래곤> 1시즌 중 7편까지 시청을 한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꽤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자, 안 그래도 정말 많은 가문과 캐릭터가 등장하는 <왕좌의 게임> 세계관에서도 타르가르옌 가문이 왜 가장 ‘흥미로운지’ 살펴볼 차례다.

만사 귀찮은 표정이지만, 나름 선정을 펼친 비세리스 왕

첫째, 타르가르옌 가문은 가문 내에서 혈육끼리도 혼인을 할 수가 있다는, 즉 근친혼이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다.

일단 대외적으론 ‘순수한 용의 혈통’을 지킨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허구의 이야기에서도 그렇고 실제 역사에서도 그렇고 왕족 내부의 치열한 권력 다툼의 결과물(혹은 원인)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사실 동서양을 통틀어 왕족 내에서의 근친혼은 그렇게까지 드문 일도 아니었지 않은가? <하우스 오브 드래곤> 초반엔 아예 남매끼리 혼인을 시키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 재미있는 건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서 모두, 타르가르옌 가문을 제외한 다른 대부분 가문에 속해 있는 사람이나 아니면 그저 길거리의 필부들조차 이 가문의 근친혼 풍습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둘째, 타르가르옌 가문에 속한 사람은 겉으로 매우 두드러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머리카락이 은발이라는 것.

당연히 <하우스 오브 드래곤>과 <왕좌의 게임>에 등장한 모든(대부분) 타르가르옌 가문의 후예들은 머리가 은발인데, 간혹 특별한 이유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자나 후드를 뒤집어 써서 머리를 가리는 것이다. <왕좌의 게임>에선 삭발을 하고 나오는 한 캐릭터에게, 열성적인 팬덤이 ‘원래 타르가르옌 출신인데 그걸 속이려고 일부러 삭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덧붙이면, 은발은 해당 세계관에선 타르가르옌 가문까진 아니어도 다소 지체 높은 귀족 계급의 상징이기도 하다는 심증이 있다(매음굴에서 “흰 머리 애도 있어요~”라는 식으로 호객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셋째, 이른바 ‘웨스테로스’ 세계관에서 신성시되는 동물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한 드래곤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가문이다.

말 그대로 하늘을 날고, 입에서 불을 뿜으면서 전장을 누비는 드래곤은 ‘드래곤 라이더’들이 탑승을 하고 조종(?)하는데, 바로 이 드래곤 라이더들을 대대로 배출하는 유일한 가문이 타르가르옌. 참고로 드래곤은 제각각 이름도 있고 크기나 특징도 다르며 나름 캐릭터성(?)도 유지하고 있다.

CG에 투입할 제작비가 풍족해지면서(?) <왕좌의 게임> 때보다 출연 분량을 늘린 드래곤

<하우스 오브 드래곤>과 <왕좌의 게임> 모두 대략 서양 중세의 봉건제 비슷한 정치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각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영주(가문)들이 있는데, 중앙의 수도엔 국왕이 있다. 이 국왕은 영주들로부터 충성의 서약을 받는가 하면 그 영주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자치권도 부여하면서 일정한 통제를 하는 것. 아무튼 그런 배경에서, 타르가르옌 가문이 웨스테로스 대륙을 통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바로 이 드래곤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면, <왕좌의 게임> 초반에는 드래곤이 오래 전 멸종해버린 신화 속 상상의 동물 정도로 언급되다가 시리즈 막판이 되어서야 나온다. 당연히 타르가르옌 가문의 왕녀 대너리스가 드래곤 라이더로서 활약을 하는데,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선 초반부터 여러 마리가 대거 등장한다(모르긴 몰라도 CG 제작비에 대폭 투입된 예산 덕분일 듯 ^^).


이렇게, 여러 가지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구성된 타르가르옌 가문의 이야기가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서 펼쳐진다.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전자에선 매우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제각각의 타임라인으로 소개된다면, 후자에선 이야기 전체의 주된 테마가 바로 타르가르옌 가문 내의 권력 암투라는 점이다. 보여주고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기에, 진행에 군더더기가 별로 없고 상당히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원작 <불과 피>는 가상의 역사서에 가깝다. 즉 어떤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해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그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일대기적 나열만이 있을 뿐이다. 바로 그래서 드라마화 과정에서 대폭 각색이 되었다고 하는데, 캐릭터를 탄탄하게 구축할 만한 제재가 풍족하지 않았음에도 라에니라, 비세리스 왕, 다에몬, 알리센트, 코를리스 등 다양한 캐릭터가 나름의 개성을 갖추게 된 것은 필시 작품에 제작자(Executive Producer)로 참여한 조지 R.R. 마틴 옹 덕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1시즌 중 7편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웨스테로스 대륙의 왕인 비세리스 1세에겐 15살이 넘어간 딸 라에니라 공주 외에 왕권을 이을 아들이 없다는 것과, 그 자신의 동생인 다에몬이 호시탐탐 왕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 큰 고민이다. 이 고민을 일거에 해결 수 있는 방법으로, 비세리스는 이전까지 왕실에서 내려오던 관습을 깨고 파격적으로(!) 자신의 딸인 라에니라 공주를 정식 후계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그것은 왕의 참모이자 수관(Hand,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를 웨스테로스에선 바로 이렇게 부른다)의 딸인 알리센트에게서 아들을 얻기 전의 일.

<왕좌의 게임>에서도 봤던, 바로 그 ‘철왕좌(Iron Throne)’
맷 스미스는 특유의 눈빛 덕분인지 뭔가 흑막을 꾸미는(?) 역에 잘 어울리는 느낌

한편, 개차반인 성격 탓에 왕국 밖으로 떠돌던 다에몬은 왕국의 가장 큰 위협이었던 징검돌 군도의 해적들을 소탕하고 대륙의 수도인 ‘킹스 랜딩’에 금의환향. 하지만 그는 여전히 수상하다(맷 스미스는 눈매가 예사롭지 않아서 그런지 이렇게 뭔가 흑막을 꾸미는 인물로 많이 나오는 듯 ㅋㅋㅋ). 그 와중 독립적인 성격의 라에니라는 나름 뜻한 바가 있어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사촌인 라에노르와 결혼을 한다. 그런데 하필 그 결혼식에서… 하아, 하여튼 이 동네에선 결혼식이 제대로 치러진 적이 없다 ㅠㅠ(궁금한 분은 ‘왕좌의 게임 피의 결혼식’ 검색)

그리고, 이제 성인이 된(아예 배우가 성인 배우로 교체된다) 라에니라 공주와 왕비 알리센트 사이에 철왕좌를 두고 본격적인 권력 다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가 대략 7편까지의 내용.

<하우스 오브 드래곤>, 현재까진 아주 재미있게 봤다. 특히 예전에 <왕좌의 게임>도 아주 재미있게 봤던(6시즌까지) 기억이 있어서, 은근히 비슷한 분위기(오프닝의 OST도 아예 똑같다!)로 흘러가는 <하우스 오브 드래곤>도 남은 에피소드가 무척 기대된다. 덧붙이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지만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며 일찌감치 새 시즌 제작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에 워낙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장르인 만큼 금방은 어려울 거고, 오는 2024년 정도나 되어야 새 시즌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모처럼 재미있게 보게 된 드라마,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전작 <왕좌의 게임>처럼 허무한 결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끝까지 힘내주길 바란다. 근데 새 시즌을 보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네. ㅠㅠ

<하우스 오브 드래곤>, 부디 이번엔 제발 마지막까지 힘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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