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한 번 ‘빨고’ 시작할까! ‘더 보이즈’

포스터부터가 범상치 않은 모습의 ‘더 보이즈’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 한 가지를 이야기하면서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더 보이즈’가 가장 재미있거나, 가장 연출이 뛰어나거나,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는 아니겠지만, 가장 쎈 약을 빤(!) 드라마라는 생각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어중간하게 재미있네~ 하거나, 글쎄 뭐, 그냥 그럭저럭? 이런 반응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 극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아니면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 올리며 최고라고 하거나. ‘더 보이즈’는, 그런 드라마다.

아직 이 드라마를 접한 적이 없는 독자를 위해 간단하게 드라마를 소개하면, 그러니까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더 보이즈란 제목부터가 이 초능력 슈퍼히어로 그룹인 ‘더 세븐’에 대적하는 그룹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보이즈’들에게도 초능력이 있냐고? 있는 멤버도, 없는 멤버도 있다.

드라마 속 세상에선 하늘을 날아다니고, 눈에서 광선도 쏘고, 빛의 속도로 달리고, 물건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슈퍼히어로들이 특정 기업(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다. 이 기업이 하는 일은 이 슈퍼히어로들을 그 이름 그대로 영화에 출연시키는가 하면, 피규어나 스냅백이나 머그컵 같은 관련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물론 그 정도로 끝나진 않는다. 슈퍼히어로의 능력을 강화시키는 은밀한 약물을 개발하기도 하고, 정부와 더러운 뒷거래를 하기도 한다. 당연하지, 악당이라니깐.

드라마 속 슈퍼히어로 그룹, ‘더 세븐’은 막장 of 막장이다

그렇다면 이에 맞서는 ‘더 보이즈’는 또 착한 주인공들인가? 그렇지도 않다는 게 이 드라마의 재미 요소라고 할 만하다. 아무리 능력 좋은 에이전시가 곱게 포장을 한다고 해도 초능력 슈퍼히어로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시민의 피해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렇게, 슈퍼히어로들로부터 크게 데이고 복수심에 불타는 이들이 바로 ‘더 보이즈’의 멤버들인 것.

기둥 줄거리가 이렇게 흥미롭긴 해도 작품 자체가 영 별로라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 보이즈’는 앞서 언급한 이야기에 더해서, 이를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물신숭배와 옐로저널리즘, 인종차별과 성차별, 종교적 원리주의와 테러리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말 그대로 쏟아낸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동종업계(?) 종사자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타 슈퍼히어로 장르의 콘텐츠를 대놓고 조롱하는 듯한 장면까지 연출된다. 특히 2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여성 히어로들이 다구리를 놓는(…) 장면은 명백히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참 어색했던 바로 그 장면에 대한 ‘더 보이즈’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3시즌에 와선 아이돌 경연을 연상시키는 프로그램을 통해 새 슈퍼히어로 멤버를 (편견에 가득 찬 채)선발하기까지 한다.

드라마 속 세계관에선 ‘연예인’에 가까운 모습인 슈퍼히어로들

보는 이에 따라서 눈살을 잔뜩 찌푸리게 만드는 신체훼손의 표현도 넘쳐난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슈퍼히어로가 사람과 부딪히면 그 부딪힌 사람은 어떻게 될까? 개미만큼 작아질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사람 몸 속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원래의 크기로 돌아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한 그대로(?) 된다. 그렇게 높은 수위의 표현 때문에 호불호는 극단적으로 갈릴 것이란 이야기를 한 것. ‘TV 드라마에서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표현을 볼 수가 있는데, 어쨌든 ‘더 보이즈’는 안 그래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OTT 플랫폼 시장에서 후발 주자에 속하는 아마존 프라임의 간판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완전히 성공했다.

육체적인 능력으로나, 인성 면으로나 완벽할 것만 같은 슈퍼히어로들이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을뿐더러 완전 막장 of 막장이란 설정을 가진 작품이 ‘더 보이즈’가 처음은 아니다. ‘왓치맨’에 비하면 풍자와 비틀린 유머가 훨씬 세고, ‘주피터스 레거시’에 비하면 캐릭터 설정이 더욱 탄탄하며, ‘엄브렐러 아카데미’에 비하면 사이다 그 자체!

비틀린 슈퍼히어로(+ 에이전시)들의 막장 행각과 말 그대로 ‘약 빤’ 비주얼에 거부감이 없는 시청자라면 강력 추천한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중엔 좋아하는 사람보다 눈살을 찌푸릴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자, 당신의 선택은 과연? 우리나라에선 OTT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최강의 슈퍼히어로, ‘홈랜더’ 역 배우인 안토니 스타는 싸이코패스 연기를 매우 훌륭하게 해냈다.
그런데 하필 현실에서도 만취한 채 술집에서 폭행을 저지른, 그야말로 홈랜더역 메소드 연기(…)를 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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