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을 실제 가본 건, 아주 어렸을 적의 일이다. 대략 초등학교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여튼 어느 해의 어린이날 온 식구가 동물원에 갔던 것.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그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호랑이 우리 앞에서 호랑이를 구경하던 (우리 식구 포함)많은 이들이 호랑이가 “어흥~!” 하고 울부짖자 똑같이 “어흥~!”이라고 하면서 그 소리를 흉내 냈던 모습이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 많은 어린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동물원은 사실 동물 입장에서 보면 온갖 비인간적(아니, 비동물적?) 처사로 가득한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란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어느 정도 철이 들만큼 든 이후였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은 대개 아주 먼 나라에서 온 동물들로, 생활 환경이 원래 지냈던 고향과 비교하면 너무 춥거나 너무 덥고, 입맛에 맞는 먹이를 구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항상 우리 안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점이 매우 큰 스트레스라고.
바로 어제, 서울 광진구 길거리에서 무려 얼룩말(!)이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이 얼룩말은 약 3시간이 흐르고 포획되기 전까지 주택가와 대로를 참 열심히 쏘다니며 많은 이들의 카메라에 포착되는 등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사연은 이렇다. 광진구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 중이던 ‘세로’라는 이름의 이 얼룩말이 우리 주변의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한 것인데, 탈출 전엔 안타깝게도 부모를 여의고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게다가 원래 얼룩말이란 종은 곱게 사육을 하기가 워낙 어렵기로 유명해서 어린이대공원에서도 세로를 각별히 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동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어떤 동물이 탈출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일어나곤 한다. 가깝게는 지난 2018년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는데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라 사살되었고, 2009년엔 국립수목원에서 유전자 보존을 위해 사육하던 늑대 ‘아리’가 탈출하여 역시 마찬가지로 사살되는 일이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 탈출 사건은 지난 2005년 어린이대공원(보안에 좀 신경을 써야 할 듯 ^^;;;)에선 공연을 위해 대기하던 코끼리가 무려 6마리나 탈출하여 도심을 활보하는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많은 예능 프로에서 ‘장작’으로 쓰이기도 했다.
동물원은,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게 슬프기만 한 걸까? 아닌 게 아니라 ‘슬픈 동물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부턴 우리에 갇힌 동물만 보면 그 눈빛이 괜히 쓸쓸해 보여서 좀 안타깝기도 한데, 다소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적이고 ‘동물권’의 인식을 반영한 생태동물원이 선을 보이고 있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주생태동물원이 바로 그것. 원래는 아주 오래된 동물원이었는데 지난 2015년 노후화된 시설을 손보는 과정에서 시멘트와 인공적인 구조물 등을 걷어내고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바람직한 친환경적인 생태를 구축하기 위해 나섰고, 실제로 전주생태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다른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에 비해 이상 행동(하루 종일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벽에 머리를 찧는다거나 등등)을 하는 사례가 확실히 줄고 있다고 한다. 확실히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오늘도,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풀 죽은 얼굴로 관람객들 앞에 ‘전시’되어있는 동물 친구들이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부디 언젠가는 고향의 초원과 산간과 바다를 다시 활기차게 누비는 꿈을 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