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새로 선임

오래 전부터 축구를 봤던 팬이라면 위르겐 클린스만이란 이름은 꽤 익숙할 것이다. 특히 그 이름이 한국 축구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경기가 있는데, 바로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의 마지막 경기 대한민국 vs 독일의 경기. 그 경기에서 클린스만 (당시)선수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상대로 첫 번째 골을 정말 멋지게 뽑아냈다. 그리고 독일 팀은 내리 세 골을 더 넣었는데, 우리 팀은 후반 막판의 막판까지 독일을 상대로 투혼을 발휘했지만 2:3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또한 위르겐 클린스만은 손흥민의 까마득한 선배이기도 하다. 그는 토트넘 핫스퍼에서도 선수로 뛴 적이 있기 때문. 사실 토트넘에서 클린스만은 선수 생활 막바지에 꽤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팀 역사상 최초의 2부 강등 위기를 막아내기도 했다.

그 이후에 클린스만이란 이름이 또 다시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된 것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경기 결과 덕분. 지난 2004년 독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팀과 함께 한국을 찾아 대한민국 대표팀과 친선전을 가졌는데, 불과 2년 전 월드컵의 준우승 멤버였던 발락, 필립 람 등이 건재했음에도 대한민국 팀이 3:1의 승리를 거둔 것. 당시 세계 최고의 골키퍼였던 올리버 칸을 상대로 이동국이 멋진 발리슛을 터뜨렸던 장면을 아직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되었다. 일단 축구협회와의 계약기간은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까지. 다만 클린스만은 감독으로선 내세울 만한 성공적인 커리어가 사실상 전무한데다 지난 2~3년간 사실상 백수 생활을 지내서 ‘불과 한두 시즌에 최신 트렌드가 바뀌는’ 현대 세계 축구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능력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솔직히 말하면 ‘선수 시절에 반짝했지만 감독으로선 별 볼일 없는 퇴물’이나 다름없는 감독을 비싼 돈 주고 데려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어느 정도인고 하니 독일의 축구 전문지에선 대한민국 대표팀이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조롱하기까지 하는 수준.

굳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당연히 기대에 못 미치는 인선인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국에 거주한다는 조건에 대해서도 협회도, 감독 본인도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과, 감독 재임 시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었고 선수들 사이에서의 평가도 부정적이었다는 점(특히 독일 대표팀 감독 시절 세부적인 전술은 당시 코치였던 요아힘 뢰브의 작품이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 등이 걸린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제적인 시각으로 볼 때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란 자리가 능력 있는 감독 지망생에게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자리라고 하긴 힘들다는 점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따지고 보면 감독 자리에서 거둔 성과와는 별개로,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자리에 한 번이라도 앉았던 히딩크, 요하네스 본프레레, 슈틸리케, 그리고 직전의 파울루 벤투 등등 모든 감독들은 한국에 올 때 솔직히 커리어 최정상의 위치는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조차 레알 마드리드에서 사실상 실패한 상태였고 지난 월드컵에서의 성과로 평가가 확 달라진 벤투 감독조차 ‘중국 리그에서 헤맸던 감독’이란 평가가 붙어있지 않았던가?

지금으로선 그저 믿어볼 수밖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말하길 “축구 감독 선임은 결혼 상대를 찾는 것과 같으며, 클린스만 감독도 이번 자리에 본인의 명예를 걸었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독이 든 성배’란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다. 클린스만 감독은 언제,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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