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만 남은 ‘평화의 제전’ 올림픽, 보이콧으로 얼룩지다

지난 12월3일, IOC 본부 앞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반대를 외치는 시위자들

미국과 중국. 어느 모로 보나 현재 전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나라가 기싸움을 벌이면서 이른바 ‘평화의 제전’이라고 하는 올림픽은 허울만 남게 되었다. 오는 2022년 2월(2가 몇 개?) 한 달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24회 동계올림픽 / 동계패럴림픽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리고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번 미국의 보이콧 선언에 대해 ‘사실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선수단 참가를 거부하는 100% 보이콧이 아니라 해당 대회에 외교 혹은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수준의 ‘외교적 보이콧’이기 때문. 실제로 현지 시간으로 12월6일 미국 백악관에서 있었던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졌고 “선수단 파견을 막지는 않겠지만, 대회를 축하하는 데에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 동계패럴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단행한 이유는 일단 표면상으론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항의 차원.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벳, 그리고 홍콩 등지에 대한 중국의 탄압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 규탄이 나온 게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 규탄의 목소리는 정치인 등의 공적 부문은 물론이고 시민 단체 같은 민간 부문에서도 나왔고 심지어 연예계에서도 중국을 비토하는 움직임이 관측되었을 정도.

이번 보이콧의 표면적 원인이 된 인권 탄압 같은 이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코로나 19와 오미크론 따위의 변이 어쩌구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은 전 세계의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대규모 이벤트가 온전히 성사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인해 ‘사실상 우리 세대 진정한 평화의 축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

사실 올림픽이 이번과 같은 외교적 보이콧 수준이 아니라 아예 선수단조차 참가를 하지 않은 완전한 보이콧으로 얼룩진 사례가 이전에 없던 것은 아니다. 동서 진영간 냉전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엔 모스크바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 대부분이 참가를 거부했고, 바로 이어 개최된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엔 마찬가지로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진영 대부분이 보이콧을. 재미있는 것은 그 바로 뒤의 1988년 하계올림픽은 서울에서 열렸는데 동서 양대 진영 대부분의 국가들이 참가해서 당시로선 참가국 수 기록을 세웠던 점.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국과 중국이 서로 드잡이를 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우리에겐 좋을 게 전혀 없다. 우리나라와 가장 많은 교역량을 가진 나라가 중국인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과도 대놓고 척을 질 수도 없는 노릇. 부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슬기로운 판단을 내리고 행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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