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손수 제작한 사제 총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범죄 사건이 벌어졌다. 게다가 범죄 당일은 피해자가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연 날이었으며, 이 친족 살해범은 아들 외에도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며느리와 손주까지도 살해하려고 했다는(사제 총기의 작동 불량으로 미수에 그쳤다) 이야기까지 들으면 진짜 내가 보고 들은 게 사실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
자신의 혈육을 스스로 살해할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그 살해범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무척 궁금하긴 하다.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는 일은 종종 일어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존속살인’이란 말은 심심치 않게 들어도 ‘비속살인’이란 말은 참 듣기 어려운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건을 둘러싸고 또 그만큼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이전의 많은 사건들과 비교해서 다소 특이한 점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유가족이 입장문을 낸 것. “유족들이 더 이상 근거 없는 추측으로 고통 받고,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향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는 말로 끝맺음을 한 입장문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들 총기살해 사건’ 유족이 보내온 입장문(동아일보)
어떤 사건의 피해자나 관계자가, 특정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일은 사실 이전에도 있긴 했다. 세월호 참사나 10.29 이태원 참사 같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사건 사고들이 그랬는데, 그 때도 참 이런저런 말들(당연히 네거티브한 쪽으로)이 많았던 걸 기억한다.
이번 친족 살해 사건이 벌어지고 나름 시간도 어느 정도 흘렀고, (유족들은 보도를 원치 않았지만)그래도 여러 미디어에서 사건을 조명한 기사들이 나오고 해서 이젠 많은 사람들이 사건의 전말을 알 만큼은 알게 된 듯하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인맥이 있는 모 일간지 기자를 통해서 사건 직후 이야기를 들은 게 있다. 그 내용이란 게 사실 별 건 없었고, 사건 직후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 정도.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법 많이 듣게 된, 따지고 보면 별로 좋은 뜻도 아닌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2차 가해’ 혹은 ‘2차 피해’라는 말이 그것. 앞서 이야기한 대규모의 사회적 참사도 그렇고, 특히 누군가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범죄 사건에서 유독 2차 가해/피해가 많이 벌어지는 듯.
어떤 사회든 사건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일로 인해 2차, 3차로 피해가 발생하는 일만큼은 많은 이들의 노력과 제도 개선으로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언론의 보도 태도가 바로 서야 할 것인데 솔직히 대한민국 언론 수준을 생각했을 때 요원한 일이라고 생각한다(ㅠㅠ).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많이 벌어지는 2차 가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엄격한 관리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일어난 무안공항 참사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서 입에 담기도 힘든 망언을 한 이용자에게 사법 조치가 내려진 일이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관련 내용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강화될 필요도 있고 피해자 가족에 대한 다양한 지원도 검토해 볼만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유족이 원했듯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쓸데없는’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