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AI’, 성공하길 바란다

아주 솔직하게 말해보기로 한다. 만약 윤석열이 작년 12월3일에 그 헛짓거리를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서기 2025년 6월 현재까지도 대통령으로 남아있었다면, 그래서 그가 바로 오늘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사방팔방에서 쏟아졌을 비난과 조롱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정부, 5년간 1조원 투입해 ‘모두의 AI’ 만든다 (뉴스1)

R&D 예산을 하루아침에 반 토막, 1/3토막을 내버린 게 바로 윤석열 아니었던가. 그러면서 ‘또 어디서 눈 먼 예산 뽑아먹을 궁리를 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 텐데, 일단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하기로 한 일이라고 하니 의심을 조금 걷어내기로 한다. 그리고 나름 냉철하게(?)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해야 하는 일인가’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지금도 Chat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심지어 중국의 딥시크 같은 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사실상 공짜로 쓸 수 있기는 하지만 이게 일단 국가의 전략자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언제 발이 묶일지 모르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당장 중국에선 미국으로부터 GPU조차 공식적으로 수입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딥시크가 업계를 그만큼 놀라게 한 것이기도 하고(사실 딥시크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리소스를 바탕으로 개발된 것이란 얘기도 들리긴 하는데 그런 점은 일단 논외로 하자).

그리고 본 사업의 주체는 기사에도 나와있듯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당연하게도 해당 서비스는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LLM(Large Language Model,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정보를 생성하는 모델)일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은, 그저 사람 몇 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 좀 두드리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아니다. LLM의 개발 과정을 간단하게나마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우선 대량의 디지털 콘텐츠를 확보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그런 콘텐츠를 목록화하고 스토리지에 쌓아서 기계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어떤 식으로 출력해야 하는지도 정해야 할 것이며, 하다못해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과정에 대한 제어도 필요할 것이다. 그 모든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것이고, 버그를 잡으면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일을 가장 잘 해야 하는 대상은 국가에 소속된 공공기관이어야 할 것이고, 거기에서도 최고의 인재여야 할 것임에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의 AI’에 대한 생각

두 번째, ‘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해보자. 기사에서 언급된 바, 정부가 해당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예산은 향후 5년간 1조원이라고 한다. 이 비용으로 인재도 양성하고, 개발에 필수 요소인 GPU도 정부가 나서서 확보하며, 관련 법령도 제정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AI 모델 성능의 95% 수준에 도달하는 가칭 ‘K-AI’를 개발하여 시민들에게 보급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지금 결론을 논하는 건 대단히 섣부른 일일 것이다.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속히 시행하면서 어떤 점이 잘 되고 있는지, 혹은 잘 되지 않고 있는지 확인하며 프로세스를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 김대중 대통령의 강력한 드라이브 아래 진행된 초고속 인터넷 보급도 언급 초기엔 일반 시민은 물론 관련 업계에 있던 사람들조차 대부분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당시 ‘어려운 사업은 안 하는 게 낫다’면서 다들 손 놓고 있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기는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세 번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자. 위에 이야기한 사업이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어 결국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고,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최고 수준의 생성형 AI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 치자.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무엇이든 가능할 것이다. 어머니가 봄나들이 때 공원에서 찍은 꽃 사진을 고흐 스타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고, 회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김대리가 지난 10년간의 업계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며, 연로하신 아버지를 위해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려고 하는 이웃집 새댁이 신청 절차를 쉽게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미래는 지금부터 대비하면 좋을 것이다. 막연히 AI란 뭔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실 요즘도 어지간한 규모의 회사에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라면 AI의 도움으로 무척 쉽게 해낼 수 있으니, 누구나 직접 사용해보고 가능하다면 피드백도 넣으면서 몸소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나름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일일 것이다.

모쪼록 성공적인 결론이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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