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2025년 대한민국에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라는 말만큼 공허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이미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며,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여러 정권이 큰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노력한 것도 사실이고,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런데 어째서 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한두 가지 명백한 이유 때문이라고만 하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집값 문제가 클 것이다. 인구도 가장 많고 일자리도 가장 많은 서울은 고사하고, 서울에서 조금 빠진 수도권에서조차 평범한 월급쟁이가 순수하게 ‘월급만 모아서’ 자기 집을 마련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그 와중에, 지인 중에 실제로 ‘그렇게 한’ 사람이 두 명 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 ㄷㄷㄷ). 그런 만큼 당연히 지금, 대한민국에서 집값이란 문제는 굉장히 많은 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진짜 이렇게까진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뉴스 한 꼭지를 봤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들여와? 거지야?” 맞벌이 부모 눈물짓게 한 ‘혐오 공화국’(한국일보)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 국공립어린이집이 들어오는 일에 대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그 과정에서 이를 심하게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었다는 것.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 반대의 논리를 펴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소유한 재산을 두고 계급을 나누고자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었다는 것.

이 땅에선 왜 어린이가 새로 태어나지 않게 되었나

기사를 읽으면서 진짜 참담한 마음을 금하기 힘들었다. 내가 비록 아이를 낳아 키우는 입장은 아니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이 어떤 덴지 모르는 건 아니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략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입소하려면 대기를 타거나 심지어 인맥까지 동원해야 하는, 그런 곳이었고(모르긴 몰라도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기사에 나온 경우는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면서 차후 국공립으로 전환될 계획이 있었다고 하니 더 좋은 일 아니었나?

자기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국공립어린이집이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주민들의 생각은, 솔직히 뻔하다. 까놓고 말해서 ‘내 집값 떨어지는 꼴을 못 보겠다’는 것 아닌가?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명백한 사실을 굳이 밝혀야 하나 (아주 잠깐)고민이 되긴 하지만 ‘굳이’ 밝혀보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만한 나이의 부부들은 높은 확률로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영위(+ 맞벌이 부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부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가 없게 되면 자연히 이사를 고려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가진 재산이라곤 ‘오로지 머리에 한 채 이고 있는’ 아파트밖에 없는 노인들만 남은 상권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인가? 상권이 무너지면 지금의 아파트 값은 계속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알 만한 사실을, 그저 집값에 눈이 먼 그들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이 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지, 왜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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