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정말 영화판에서 철수할까?

지난 2023년의 한국영화 업계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살펴보자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다. 팬데믹 사태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고 OTT 서비스가 흥하면서 영화 팬들의 관람 환경이 변화한 것도 이유가 될 것이며 무엇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있긴 있었다. 특히 <서울의 봄> 같은 경우 상징적(?)인 숫자 1천2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2023년 전체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고 2위 또한 한국영화이자 이젠 정말 ‘성공 신화’가 된 <범죄도시> 시리즈의 신작 3편이었다(1천만 명 동원).

아마도 세상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명과 암이 공존했던 2023년의 한국영화였다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그 중 ‘어두움’이 훨씬 더 컸던 곳이 있다. 바로 한국영화 업계를 넘어서 글로벌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주목 받는 자리에 놓인 CJ ENM이 바로 그곳. CJ ENM이란 이름이 어떤 이름인가? 한국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과 <극한직업>과 <국제시장>은 물론,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에 빛나는 <기생충>(이 자리를 빌어 이선균 배우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을 제작하고 배급한 회사가 아니던가?

그랬던 CJ ENM이 지난 한 해 거둔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제작비가 230억 원이나 들었다던 <더 문>은 쫄딱 망했고, 전체 제작비가 무려 7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해지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2020년 개봉)와 2부(2024년 개봉)의 경우 손익분기는커녕 폭망 수준이라고 하니.

<외계+인> 2부가 극장 개봉을 했지만…

물론 CJ ENM이 영화로만 먹고 사는 회사는 아니다.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사업도 영위하고 있는데, 사업 부서는 달라도 회계 업무는 전체를 총괄해서 진행할 테니 영화 분야의 적자를 다른 사업부가 메워주는 셈. 실제로 지난 2023년 3분기 CJ ENM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그건 드라마 부분이 선전을 해준 덕분이다.

여기에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진 바, CJ ENM은 상당한 수준의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그 내용의 사실 여부는 정확히 확인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CJ ENM 내에서 실력 있다고 평가 받던 드라마와 예능 부문 PD들이 JTBC나 아예 OTT 플랫폼으로 대거 이직을 하는 상황만큼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아 무섭다

정말 CJ ENM이 영화판에서 철수를 할까? 73년생으로 무척 젊은 구창근 대표이사는 아니라고 펄쩍 뛰면서 여러 미디어를 통해 밝히고 있지만, 나름 ‘이 바닥’ 언저리에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짬밥 먹은 이들 사이에서 떠도는 말 중엔 ‘영화 사업 접는다는 소문이 난 회사는 언제고 반드시 접는다’는 말이 있다. 비교적 근래엔 해외의 영화 제작사가 한국에 직접 들어왔던 20세기 폭스 코리아(사명 변경 후 20세기 스튜디오 코리아)의 경우 <곡성>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대박을 터뜨린 직후 (이전까지의 소문대로)한국에서 완전히 철수를 했다. 따지고 보면 CJ ENM은 그 태생부터가 <쉬리>에 투자했던 삼성영상사업단이 해체된 이후 남겨진 인력들로 꾸려진 회사 아닌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려울까.

쥐꼬리 월급 받아먹고 사는 나 같은 소시민이 대기업 걱정(?)을 한다니, 개미가 코끼리 처지 걱정하는 격이지만 이건 걱정이 아니라 그냥 관심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면,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임을 전제로 해서, 아직 한국영화 업계의 전체적인 판도에선 CJ ENM 같이 돈줄은 물론이고 제작과 배급 모든 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발을 빼는 일이 벌어지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이 바닥’의 불문율이 이번엔 부디 깨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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