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대민 홍보 대행 업무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여러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홍보 부서 담당자들과 업무 관련으로 컨택도 하고,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흥미로운 게 있어 풀어본다.
일단 전국의 지자체 대부분은 봄과 가을에 이런저런 축제를 연다. 물론 지역의 특산품이나 해당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볼거리를 알리는 축제가 가장 많긴 한데, 그 외에 전국 어느 동네에서 열려도 별로 이상할 게 없는(?) 축제도 있다. 봄에 열리는 ‘벚꽃축제’가 대표적. 벚꽃축제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축제와 창원 진해에서 열리는 군항제 등이 제일 유명한데 그 외에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벚꽃축제만 약 2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바로 그런 벚꽃축제에 관해서, 어쩌면 적거나,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볼까 한다.
1) 만약 벚꽃축제 때 꽃이 피지 않는다면? 혹은 먼저 피어버린다면?
앞서 벚꽃축제는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열린다곤 했지만, 사실 그 날짜를 보면 일주일 정도 차이만 날뿐 거의 동일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벚꽃은 활짝 피었다가 지는 시기가 정해져 있고 피는 날짜 또한 매우 짧아서 1년 중 불과 며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축제의 특성상 평일을 피해 대부분 주말에 열린다.
어차피 날짜는 매년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는데, 만약 그 날짜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벚꽃이 피질 않았다면? 혹은, 날짜가 아직 한참 남았는데 먼저 활짝 피어버린다면? 당장 올해도 문제다. 안 그래도 날씨가 갑자가 따뜻해지는 바람에 벚꽃이 일찍 피었고, 엊그제 전국적으로 제법 많이 내린 비와 제법 많이 불어댄 바람이 벚꽃을 그야말로 ‘바이든’ 해버린 것.
비바람이야 어쩔 수 없다 치고, 적어도 꽃이 피고 지는 날짜를(불과 며칠 동안이긴 하지만) 늦추거나 땡기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면 그게 정말 가능한지 놀랄 사람들이 은근히 좀 있을 것 같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 방법은 약의 힘(…)을 빌리는 것. 농약을 살포할 때와 마찬가지로, 벚꽃의 개화 시기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약을 뿌린다. 당연하지만, 그 작업은 일선 공무원들의 몫이다. ^^;;
2) 벚꽃축제가 전국 여러 곳에서 그렇게 많이 열리는 이유는?
바로 그 해 열린 지자체 벚꽃축제의 흥행(?) 여부는, 해당 지자체 홍보 담당자는 물론 지자체장에게도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라고 할 만하다.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꽃이 피고 지는 시기까지 조절하는 약이 개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벚꽃축제는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때만 되면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겐 매우 중요한 사업이 된다. 그 이유를 듣게 되면 조금 입맛이 씁쓸해질 수도 있겠다. 이렇게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많이 열리는 이유는, 그런 축제를 전후로 해서 지역의 경기가 반짝 하고 살아나기 때문이고, 그에 따라 세수도 찔끔 확보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전국의 많은 지자체는 대부분 소멸 상황으로 가고 있는 중. 이렇게 아주 잠시나마 지역 경기에 ‘뽐뿌질’을 하는 것조차 없다면 조금 극단적으로 ‘앉아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축제는 해당 지역에 소중한 것이다. 실제로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 등은 지역 축제 중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며 여러 지자체 및 심지어 일반 기업체에서도 레퍼런스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덧붙여, 지역 축제와는 살짝 궤가 다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춘천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등도 마찬가지로 성공한 지역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무튼 앞서 언급했듯 올해 전국 각지의 벚꽃축제는 안타깝게도 예년처럼 흐드러진 벚꽃을 보긴 힘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자조적인 카피가 현수막으로 걸리기도 하고. ㅠㅠ 그 담당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서 슬픈 한편으로, 어쩌면 이런 식으로 인터넷 공간에서나마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니 나름 성공한 케이스가 된 건가?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