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조명되는 ‘전쟁의 개들’, 와그너 그룹에 대하여

주로 스파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첩보 스릴러 문학의 대가로 꼽히는 프레더릭 포사이스 작가는 데뷔작인 <자칼의 날>을 포함해서, 모든 작품의 문학적 성취가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에 대표작을 굳이 논하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을 지경이다. 아무튼 그의 여러 작품 중에 <전쟁의 개들(Dogs of War, 국내 출판명 ‘심판자’)>이란 제목의 작품에는 ‘용병’이 등장한다.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신생 독립국 장가로 공화국. 어느 날 이곳에서 거대한 규모의 백금 광산이 발견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영국 광산 업계의 막후 실력자 맨슨 경은 용병 부대를 투입시켜 장가로 공화국의 정부를 전복시키고 꼭두각시 정부를 세워 백금 광산으로부터 막대한 부를 손에 넣을 계획을 세운다.

프레더릭 포사이스 작가의 대부분 작품이 그렇지만, <전쟁의 개들>에선 특히 치밀한 상황 묘사가 돋보인다. 예컨대 용병들을 무장시킬 다양한 무기를 조달하는 방법부터, 이 무기들을 특정한 나라에 밀반입하는 과정, 그리고 나름(?) 멀쩡한 정부를 용병들이 접수하는 모습까지, 정말 눈앞에서 직접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한 부분이 정말 탁월하다. 진작에 절판이 되어 지금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듯. 참고로 영화화도 되었다.

영화화된 <전쟁의 개들>은, 사실 원작 소설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냉전 시대에 세계를 양분한 각각의 진영이 제3세계의 신생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닌데, <전쟁의 개들>은 거대 자본 권력이 제3세계 정부를 전복시키려 ‘쌈짓돈’을 털어 용병을 고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와 참 비슷한 일이 실제로도 벌어지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미국 뉴욕 현지 시간으로 지난 1월10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 등의 서방 국가들은 현재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의 용병 집단 ‘와그너(혹은 바그너) 그룹(Wagner Group)’이 해당 국가에서 민간인 살해와 약탈 행위 등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와그너 그룹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흥 재벌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설립한 용병 기업으로, 현재 아프리카에서 ‘공식적’으로는 ISIS를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당연히 러시아 측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 또한 와그너 그룹은 북한으로부터 다량의 로켓과 미사일 등의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북한은 이 내용을 부인했다)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와그너 그룹의 공식 로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정보기관에선 와그너 그룹이 아프리카 지역과 세르비아와 벨라루스, 코소보 등에서도 ‘은밀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사실상 푸틴 대통령이 사병 조직처럼 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당연하게도, 러시아에선 이와 같은 내용을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어쨌거나 ‘문명의 시대’라는 21세기에도 세계 도처에서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용병은 어디까지나 용병일뿐, ‘착한 일’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 앞서 이야기한 <전쟁의 개들> 결말에서 주인공 캣 샤농이 다소 의외의 선택을 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이어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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