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들다: 마케팅 용어 ‘왝 더 독(Wag the Dog)’이란?

서양 속담에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들다(The Tail wags the Dog)’이란 말이 있다. 우리 식으로 풀어보면 주객이 전도된 상태. 즉,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 정상인데 그 반대로 꼬리가 개를 흔드는 꼴이 된 것. 여기에서 가져온 말이 바로 ‘왝 더 독’이고, 동명의 영화도 있다. ‘레인맨’으로 유명한 배리 레빈슨 감독이 연출했고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드 니로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소재로 했고, 예전에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참 재미있게 봤던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

아무튼 ‘왝 더 독’이란 말은 마케팅 분야에서도 빌려와 썼다. 마케팅에서는 ‘특정 제품 구매 시에만 함께 주는 증정품을 노리고 바로 그 제품을 구매하는 현상’을 일컬어 ‘왝 더 독’ 현상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런 현상을 우리는 진작 많이도 지켜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은 스타벅스의 다이어리 및 여행용 트렁크 등을 활용한 마케팅. 스타벅스 다이어리나 트렁크는 바로 이 증정품을 얻기 위해 한 매장에서 한꺼번에 커피를 수십 잔이나 주문하는 일이 벌어졌고 또 이런 증정품만을 별개로 판매하는 일도 빚어져 뉴스에도 나왔을 정도.

그리고 또 ‘왝 더 독’의 유명한 사례로는 맥도날드의 해피밀이 있다. 요즘은 좀 뜸한 듯한데, 한 때 맥도날드에선 어린이용 해피밀 완구를 받기 위해 일부러 세트 메뉴를 주문하는 이들이 많아서 이 역시 뉴스에서 소개가 되었을 정도. 그 외에도 굽네치킨의 소녀시대 브로마이드(소녀시대 팬덤에선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샀더니 치킨을 주더라’라는 농담이 유행했다) 등이 대한민국 소비시장을 달궜던 왝 더 독 현상이다.

바야흐로 2022년, 대한민국에선 다시 한번 왝 더 독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포켓몬빵. 요즘 편의점 입구에선 ‘포켓몬빵 품절입니다’라고 써 붙인 종이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포켓몬빵을 사면 그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포켓몬 캐릭터가 새겨진 스티커)을 얻기 위해 빵을 사러 동네 편의점을 누비는 사람들도 그만큼 자주 볼 수 있다.

현재의 포켓몬빵 사태(?)가 흥미로운 것은, 약 1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포켓몬 시리즈를 바로 그 때 보면서 가장 열광했던 세대가 이제 대략 30대를 전후로 해서 경제력을 갖춘 세대가 되었다는 것. 실제로 포켓몬빵 열풍을 업고 편의점 CU는 3월1일부터 14일까지 불과 보름 동안 빵 카테고리 매출이 전월 대비 81.6%, 전년 대비 71.6% 증가했고 GS25 편의점에서도 빵 부분 매출은 전월 대비 47.8%, 전년 대비 25.7% 증가했다고. 당연하게도, 포켓몬빵을 생산하고 있는 SPC 삼립의 주가 또한 크게 상승했다.

요즘 말로 ‘킹받는’ 상황. ^^;;;

SPC 삼립은, 지난 달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이렇게까지 성공을 거둘 것을 예상했을까? 글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아무리 과거에 인기가 있던 제품이라도 요즘 다시 출시를 한다고 모두가 잘 팔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어떤 제품이든 그 제품이 가진 특유의 ‘생명력’이 요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구석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 정말 인기가 많았던 국진이빵, 핑클빵 등이 2022년에 재출시가 된다면, 많이 팔릴까…?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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