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동석 주연 영화에서 관객들이 원하는 바는 명백하다. 주인공이 얼마나 통쾌하게 상대를 두들겨 패는지, 그걸 영화는 얼마나 잘 보여주고 있는지를 관객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범죄도시 2’는 배우(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여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에 전작만큼이나 성공을 했다. 실제로 개봉 2주차에 이르면서 벌써 전국에서 관객 500만을 모았고, 이 수치는 팬데믹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가파른 추세다.
슬리퍼 히트를 기록했던 전작은 19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고(모르긴 몰라도 바로 그 등급 때문에 흥행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는데, 그 후속작은 의외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으면서 왠지 이야기의 밀도가 전편에 비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가 있던 것도 사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잔인한 폭력 묘사 등이 전편과 비교해서 별로 다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왜 15세 등급이 나온 건지? 하는 의문이 들고(물론 신체 훼손 같은 장면이 나오지만 직접적으로 보여지진 않는다).
전편에서 관객들이 특히 호평을 했던 부분은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갈 때 구질구질한 군더더기가 없이 시원시원하면서도, 은근히 구성도 치밀하게 짜였다는 점이었다(‘범죄도시’의 화끈한 액션 때문에 시나리오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데 낭비되는 캐릭터가 없고, 각 캐릭터가 대표하는 그룹간 밸런스 분배가 절묘하다).

2편에 와서는 이야기가 조금 단순해지면서 치밀함이 상대적으로 덜해 보이긴 하지만, 이것저것 재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만 직진하는 이야기에선 오히려 그게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군데군데 포진한 깨알 웃음 포인트도, 다소 90년대스럽긴 하지만(실제 ‘범죄도시 2’의 시대적 배경은 2008년이다) 관객들을 터지게 만든다.
‘범죄도시 2’가 나온다고 했을 때 많은 영화 팬들이 궁금해했던 부분은 과연 악당 역으론 누가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었을 터. 전편의 장첸(+ 패거리)이 그만큼 엄청난 포스를 보여줬기 때문. 그리고 그 문제의 악당은, 바로 손석구 배우가 역할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포함해서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 그 특유의 서늘한 눈매 때문에 무시무시한 악당 역으로 나오면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기어코! 나왔고 그 연기 또한 장첸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편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원 컷 롱테이크 장면(장이수 모친의 환갑 잔치에서의 격투씬)에 비견할 만한 장면도 나온다. 극중 베트남, 강해상의 아지트에서 강해상과 두익이 킬러들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 그리고 곧이어 마석도와 벌이는 격투 장면이 바로 그것. 전체가 원 컷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롱테이크가 쓰이기도 하는 등 꽤 공을 들인, 나름 야심적인 장면으로 보인다.

‘범죄도시 2’를 이야기하면서 음향 효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 영화 관련 게시판에선 시사회를 보고 나온 관객이 “마동석 주먹에서 샷건 소리가 난다”는 말을 했는데, 사실 샷건보단 대포에 더 가깝다(…). 원래 ‘타격감’에서 음향은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음향 효과 같은 포스트 프로덕션 부분이 이전까지의 한국영화에서 매우 부족했던 것은 사실. 이게 돈을 들이면 들인 만큼 티가 확 나는데,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대충 뭉개고 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튼 이제 ‘범죄도시 2’에서 음향 효과가 관객에게 이렇게 큰 만족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 대사도 잘 들리지 않았던 한국영화(의 음향 부분)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시리즈는 2편이 개봉도 하기 전부터 진작 3편의 기획에 돌입했다. 악당 역의 캐스팅도 일찌감치 진행했는데 3편엔 시리즈 사상 최초로 일본인 배우가 출연한다고. 아무튼 이 통쾌하고 박력 넘치는 시리즈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우리 곁을 찾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모쪼록 매너리즘에 빠지는 일만 없기를 바란다. 1편과 2편에 대해 관객이 호평을 하는 이유는,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가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석도 형사는 진급하지 말고(!) 계속 현장에서 뛰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