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관객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나이트메어 앨리’

바야흐로 팬데믹 시대. 이른바 ‘3밀(밀폐, 밀집, 그리고 밀접)’ 환경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하 수상한 시절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영화 산업이다. 영화관이야말로 밀폐된 공간이고, 낯 모르는 사람들과 밀집하거나 밀접하게 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 사람들이 영화관을 꺼리게 되자 많은 관객이 들 것으로 예상(혹은 기대)하고 제작된 영화는 개봉을 연기하고, 마땅히 볼 만한 영화가 없으니 관객은 영화관으로 향하던 발길을 끊고… 이런 악순환이 적어도 3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전염병 감염이 가장 우려되는 공간이야말로 가장 방역을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안전한 공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영화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는가?

각설하고, 영화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과거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진 요즘, 다시 떠올리게 되는 질문이 있다: 영화는 우리 관객에게 과연 어떤 즐거움을 주는 것일까? 혹은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뒤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한다.

어딘가 음산하고 어둡고 수상쩍은 등장인물들

다소 괴짜 기질이 있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고 빚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가 창조해낸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기괴한 외양의 생명체들은 (매우 자주)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투영하고 있다. 반인반수로부터 스페인 내전의 아픈 역사를(‘판의 미로’), 물속에 사는 괴생명체로부터 차별의 알레고리를(‘셰이프 오브 워터’) 읽어내는 일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터다.

‘나이트메어 앨리’에서 그와 같은 괴생명체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비뚤어진 욕망에 사로잡힌 부도덕한 인물이 어떻게 허명을 얻고,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줄 뿐. 그런 점에서 주인공 스탠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는 정말이지 탁월하다. 그 못지 않게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그리고 윌렘 데포 등 출연진은 모두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물론 배우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능력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델 토로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그는 배우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100% 끌어내는 디렉팅에 매우 능한 연출자란 생각도 든다.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샐리 호킨스의 눈빛 연기란!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재미와 진정한 쾌락, ‘나이트메어 앨리’에서 찾아보시라

다시 맨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영화는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가? 기묘한 두려움을 선사하는 세트, 의도적으로 고색창연한 카메라워크, 관객을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퍼포먼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감독의 연출이 ‘나이트메어 앨리’에는 있다. 이 어둡기 짝이 없는 2시간 동안의 만화경 앞에서 객석에 앉은 관객은 옴짝달싹 못하는 지경에 빠지고 만다. 거실이나 침실의 TV를 통해서(그 TV의 크기가 얼마든!), 소파나 침대에 반쯤 누워서, 군것질거리 입에 털어 넣으면서 이 영화를 감상할 때와 영화관에서 감상할 때의 차이는 분명히 클 것이다. 영화가 우리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 그것에 대해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준비한 대답이 바로 ‘나이트메어 앨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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