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세련된, 112년 전의 작품: 목요일이었던 남자

모던 스릴러의 전형을 제공한 작품. 지금으로부터 110여년 전, 한 작가가 내놓은 위대한 비전은 딱 저렇게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목요일이었던 남자(The Man who was Thursday)’가 처음 독자들에게 소개된 때가 1908년이란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 체스터턴은 소위 고전 혹은 정통파 추리소설을 논할 때 셜록 홈즈나 미스 마플 등과 함께 빼놓을 수가 없는 대표 캐릭터인 브라운 신부를 창조한 작가이니 그런 것도 가능했을 터.

아, 오늘 이야기할 작품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동명의 영화도 있는데 영화 말고 오늘은 소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걸로. 사실 영화는 보질 못했다. ^^;;

아주 인상적인 포스터 디자인

앞서 추리소설 이야기도 했고, 본작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고전 추리소설 장르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현대적인 스릴러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비밀 결사에 잠입한 후 내부에서 승승장구, 중간 관리자나 임원급으로 레벨 업을 한다. 아무래도 비밀 결사인 만큼 임원들은 본명 대신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를 자신의 가명으로 삼는데 그 가운데 ‘목요일’이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잠입한 주인공, 가브리엘 사임.

아무튼 결사의 회합이 있는 날, 회합을 마치고 나서면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임원이 뒷골목으로 가서 담배 한 대 피울까? 하면서 불을 붙여줄 때 탁! 잡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너 경찰이지?!”

바로 이 장면을 읽을 때 굉장히 놀란 독자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당연히 주인공도 깜짝 놀라는데, 그런 얘기를 한 임원이 이야기를 한다. “괜찮아. 나도 경찰이야.” ㅋㅋㅋ

그리고 ‘목요일이었던 남자’에선 무려 마차 추격전도 나오는데, 이런 점도 이 작품을 모던 스릴러의 전형이라고 일컫는 데에 주저함이 없게 만든다. 마차를 타고서 쫓고 쫓기다가 나중엔 자동차로 갈아타서 또 쫓고 쫓기고 하는데, 이런 점은 후대의 많은 카 체이스 씬이 크게 영향을 받은 부분일 것이고.

한편 작품의 도입부 부분을 보면 날씨를 굉장히 공들여서 묘사한 부분을 볼 수 있다. 노을이 지고 하늘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등등. 출판된 시기로 보거나, 인지도나 문학적 위상 등등으로 보거나 소위 고전에 속하는 문학작품들에서 주로 도입부에 날씨 얘기를 하는 걸 보는 건 그리 드물지도 않다. 대표적으론 레이먼드 챈들러가 그런데, 본작에서의 날씨 묘사도 현장의 생생함을 전하는 한편으로 다소 환상적인 비유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을 듯.

이 가운데 비밀경찰은 과연 누구인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작품, ‘목요일이었던 남자’

현재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우리나라에 약 서너 곳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와있다. 그 가운데 김PD는 지금은 절판이 된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나온 책을 읽었는데 다소 옛날에 나온 책이다 보니 표지도 그렇고 편집도 딱히 특별하다고 할 만한 점은 없었다. 그래도 내용이 워낙 재미있었으니 만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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