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에게 박수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지난 12월15일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노 웨이 홈)’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전할 것이 있다. 본 원고를 작성하는 날짜 기준으로 개봉으로부터 첫 주말이 지나지 않은 터라 아직까진 영화를 본 관객보다 영화를 볼 관객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본 글에서 되도록 스포일러가 없도록 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다소 엉성한(?) 표현이 나오더라도 독자 여러분은 양해를 해주시기 바란다는 점이 하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19 확진자와 중증 환자 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기존 4단계 수준으로 격상됨에 따라 영화관은 영업시간 제한(오후 10시) 정책이 발동, 애초 예상보다 전체 관객 수가 훨씬 못 미치게 될 게 뻔해졌다는 점이 나머지 다른 하나다.

보리스 매거진의 지난 기사, ‘이터널스’에서 언급한 내용을 돌이켜보면서 ‘노 웨이 홈’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0년 넘게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로부터 열정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대표했던 캐릭터들, 즉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 등은 사망을 했거나 현역에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했다. 동양에서 온 신비의 격투가와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류를 지켜낸 신적인 존재들이 그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자 했으나 그들의 첫 걸음이 살짝 불안해 보이는 것이 사실.

이제 MCU의 명실상부한 ‘소년 가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스파이더맨이 이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러고 보니 스파이더맨은 ‘항상 가난하고 짠내 나는 고딩’이었단 것이 다시금 생각나 미소를 짓게 만든다… 뭐, 사실이 그런 걸 나더러 어쩌라고.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바, 길게는 거의 20년 전에, 짧게는 7년 전에 개봉한, 현재의 MCU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실사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출연했던 빌런들이, ‘멀티버스 어쩌구 타임라인 어쩌구’ 하는;; 모종의 이유로 다시 얼굴을 내미는 이번 ‘노 웨이 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할 것 같으면, 어떤 캐릭터가 나오고 어떤 배우가 나오고 하는 부분보단 오히려 스파이더맨의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다시 일깨워주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스파이더맨은 우리의 친절한 이웃. 그리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전작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스파이더맨은 세상을 구할(것이란 오해를 산) 정체불명의 히어로 미스테리오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심지어 피터 파커의 정체까지도 밝혀진 상황. 여기에서 스파이더맨이 극복해야 하는 대상은 일개 빌런 수준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오해와 선입관일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슈몰이를 하며 사이버 렉카질을 하는 데일리 뷰글의 편집장은 어쩐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화살촉 대장 이동욱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철없는 고딩의 순진한 소원이 어떻게든 이루어지려는(이 와중에 맞장구를 쳐준 ‘책임 있는 어른’ 닥터 스트레인지. ㅋㅋㅋ) 순간,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이미 예정된(?) 사건이 발생하고 스파이더맨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펙터클. 모르긴 몰라도 MCU의 팬이라면, 슈퍼히어로 장르의 팬이라면 적어도 ‘어벤져스’의 대단원이었던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에 못지 않은 흥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노 웨이 홈’에서 단연 돋보이는 배우는 윌렘 데포일 것이다. 2002년 작 ‘스파이더맨’에 등장했고, 코믹스 시절부터 대대로 스파이더맨의 숙적이었던 그린 고블린 역으로 20년이 흐른 후 프랜차이즈에 다시 출연한 이 배우는 바로 그 그린 고블린이 어느 면에서든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가 대적할 수 없는 막강한 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윌렘 데포에겐 분장도, 코스튬도, 그 어떤 특수효과도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냥 ‘나름 과학자’인 노먼 오스본이었다가, 어느 순간 눈에 힘 주고 목소리만 깔면 마치 스위치를 탁 켠 것마냥 그린 고블린이 ‘되어 버리고 마는’ 미친 연기를 선보인다.

긴 말 할 필요 없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일종의 기준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이후,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노 웨이 홈’만한 재미와 흥분을 느끼게 해줄 작품이 나오긴 힘들 것이란 생각이다. 전혀 관심도 없거나, 볼 계획이 없는 사람은 있을지라도 일단 관심이 조금은 있고 볼 계획이 있어서 결국 보게 된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든 최고의 관람 경험일 것이다.

긴 말 필요 없다. 보실 분들은 지금 빨리 극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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