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12월13일 기준으로, 전국의 모든 식당과 카페에선 이른바 ‘백신패스’가 적용된다. 일주일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12일 자정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백신패스는 백신 2차 접종으로부터 14일이 지났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 혹은 PCR 분석 음성확인서를 말한다. 백신패스가 없으면 식당과 카페, 학원, 영화관 등에 모두 출입이 금지되며 만약 이를 어길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어쩌면,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 발생했다. 직장인들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점심시간에 질병관리청의 COOV 앱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먹통이 되는 일이 있었고, 잠시나마 네이버와 카카오톡 등도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QR코드 확인에 일부 이상이 발생하기도.
오늘은 월요일이고 해서 일선에서 미처 대처를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일 텐데, 그 정도는 하루 이틀이나 빠르면 몇 시간이면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백신패스가 전면 시행되면서, 전자출입명부와 안심콜을 통해 출입을 증명하게 되었고 수기를 통한 명부 작성은 불가하게 되었다. 이전에도 식당에서 수기 명부 작성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었다는 걸 떠올려보자. 코로나 시국이라 전자출입명부 확인 및 등록이 특별히 중요시된 것이지, 한참 전부터 주로 고속버스 티켓이나 기차표 예매,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무인 키오스크가 확산되면서 정보 기술 활용 능력에 따른 정보격차,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된 것이 사실.
굳이 이렇게, 꼭 10여 년 전 취준생의 필독서였던 시사상식사전 같은 책에 나올 법한 단어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부모님을 비롯해서 연로하신 분들을 주변에서 보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편리함에서 몇 광년은 떨어져있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일단 노인들은 거의 대부분 평상시에 복용하는 약이 한두 가지 이상은 있는데, 그 약이 떨어지면 병원에 가서 처방전도 받고 약국에도 들러서 약을 구매해야 한다. 그뿐인가? 인터넷에 익숙하다면 클릭 몇 번으로 뚝딱 뽑아낼 수 있는 서류도 노인들은 동네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렸다 신청해서 발급을 받아야 한다. 어지간한 업무는 인터넷으로도 상당 부분 가능해서 재택근무를 하는 시대에, 그나마 운이 좋게도 여전히 수입을 벌어들이는 노인들이 종사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이른바 ‘몸을 쓰는’ 일이라 출퇴근이 불가피하다.
지난 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내놓은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디지털 정보 접근 수준은 91.7%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무척 높은 수준이고 인프라 또한 매우 잘 구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4대 정보취약층(장애인, 농어민, 저소득층, 그리고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9.9%로 조사되어 정보격차 수준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디지털 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하여 생활을 더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을 가진(혹은 배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몹쓸 역병이 퍼진 상황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일조차 앞으로는 줄어들 테니 전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라도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내년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나온 후보 가운데 이 부분을 언급하고 공약을 내놓을 만한 후보는 없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