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 취향저격 SF ‘노인의 전쟁’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에 입대했다.”

소설, 연극, 영화, 드라마, 뮤지컬, 게임 등등. 그 어떤 종류든 마찬가지. 어떤 콘텐츠든 관객/시청자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수많은 창작자들이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저토록 묘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딱 좋은, 정말 훌륭한 문장이라고 생각하며 이 소설의 제목을 밝힌다: <노인의 전쟁(Old Man’s War)>.

우리나라에선 팬이 적은 편인 SF 장르의 작품이어서 그다지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작가인 존 스칼지의 작품들은 노인의 전쟁과 이어지는 연작 시리즈를 모두 포함해서 거의 전 작품이 번역이 되어 출간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작품들 대부분 매우 재미있고, 무엇보다 SF라는 장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75세 노인이 도대체 어떻게 젊은 사람도 힘들어 하는 군 복무를 한다는 걸까?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시간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꽤 먼 미래, 인류가 우주 개척에 나서면서 외계의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지적 생명체들과 만난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물리력이 필요해지고, ‘우주개척방위군’이란 이름의 군대가 전지구적으로 운영되면서 유전자 조작을 거쳐 월등한 운동능력과 전투실력을 갖추도록 만들어진 새로운 몸에 75세 노인의 의식이 그대로 실린 최첨단 군인이 최전방에 서게 되는 것.

그런데 왜 젊은 군인이 아니라, 하필이면 노인인지?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한 대답은 다소 철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가 처음 우주에 나가서 만나는 다양한 환경과 지적 생명체들은 기존에 인류가 갖고 있던 보편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은 것. 현재 인류의 과학적 성취를 아득히 넘는 수준의 발전을 이룩한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곰팡이나 다름 없는 외형을 갖고 있다면, 이들과 어떻게 외교를 해야 하나? 지구의 어여쁜 사슴처럼 생긴 지적 생명체가 사실은 식인을 하는 종족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노인의 전쟁> 언젠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텐데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다양한 경험을 한 노인이어야 이처럼 생소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와 임기응변이 가능할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바로 <노인의 전쟁>이다. 그래서 새로운 몸에 노인의 의식이 심겨지는 것이고. 그 밖에도 SF 장르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들이 다양하게 묘사되는데, 대표적인 게 나노머신을 뇌에 주입해서 만든 ‘뇌도우미’. 다른 사람과 통신도 할 수 있고, 눈 앞에 헤드 업 디스플레이처럼 특별한 화면이 펼쳐지기도 하고,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번역해주기도 하는 나노 컴퓨터인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밀리터리 분야에서 아주 재미있는 설정이 하나 나온다. 소총의 총탄이 고집적 나노머신으로 되어 있어서 일반 소총탄으로 쓸 수도 있고, 유탄으로 쓸 수도 있고, 심지어 레이저나 화염방사기로도 쓸 수가 있는 총기류가 등장하는 것. 덧붙여서 우주개척방위군 소속 군인들의 육체는 모두 우주에서도 별다른 생명유지장치 없이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특별한 유전자 조작이 가해졌다.

작품의 주인공 존 페리, 그리고 여자 주인공인 제인 세이건 등은 연작 시리즈인 <유령 여단>과 <마지막 행성>, 그리고 번외편이라고 할 수 있는 <조이 이야기> 등에 계속 나온다. 노인의 전쟁은 미국에서 꽤 인기가 많은 편이어서 진작부터 영화 혹은 드라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실제 지난 2017년에 넷플릭스가 드라마화 판권을 획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그 이후에 더 진행된 소식은 없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젊은 소설가들 가운데 김초엽, 배명훈, 곽재식 같은 작가들이 SF 장르에 갖고 있는 애정이 남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신선하고 훌륭한 SF 장르의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라며, 김PD의 취향저격 SF ‘노인의 전쟁’ 일독을 강력 추천한다. 연작 시리즈를 포함한 작가 존 스칼지의 다른 작품들도 추천.

마지막으로 이 작품 <노인의 전쟁>에서 재미있는 떡밥 한 가지를 언급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시간적 배경이 서기 몇 년인지 정확히 밝히진 않고 있는데, 일단 “200년이 넘도록 MLB의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컵스는 지난 1908년에 월드시리즈를 우승했고 이후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무관으로 지내다가 지난 2016년에 기어코 우승을 차지(참고로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상대는 역시 70년이 넘도록 우승 경험이 없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였다). 그런데 소설은 2006년에 나왔으니, 1908년 + 200년이란 시간을 계산하면 산술적으로 ‘노인의 전쟁’의 시간적 배경은 약 2100년이 넘는다! 컵스 팬 여러분, 진정으로 존경합니다. MLB에선 시카고 컵스, NBA에선 뉴욕 닉스, (요즘은 아닐지 몰라도)프리미어리그에선 리버풀, 그리고 KBO에선 한화이글스를 응원하는 팬이라면 ‘파트너를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으니 안심하고 배우자로 삼으라’는 말이 있다고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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