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 멋짐이 폭발한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작품 가운데 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가 드물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영화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등의 콘텐츠와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비슷하게 보여도 사실 굉장히 많이 다르기 때문.

어떤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에서 가장 차이가 두드러진다. 일단 게임은 (당연하지만)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소비자가 더 깊게 몰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역사가 바로 이 장르의 역사가 되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게임의 이와 같은 특성이 바로 양날의 검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영화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서사를 전달하는 방식에 게임이 서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별다른 고민 없이 우겨 넣으려다 보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게임 원작 영화 중 그나마 원작의 팬들과 영화 팬들이 모두 그럭저럭 좋은 평가를 내렸던 ‘사일런트 힐’이나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같은 경우는 원작이 가졌던 매력적인 요소들이 영화에서도 잘 녹아 들어간 작품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실사 영화는 아니지만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상 콘텐츠 전체를 통틀어 아마도 최고의 평가를 받을 만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아케인’이 바로 그것. 전체 1시즌이 에피소드 9편이고, 에피 3편씩이 각각 1막(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케인’은 앞서 말한 것처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게임에 실제 등장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게임 내에선 ‘챔피언’이라 불리는 다양한 캐릭터들 가운데 징크스, 바이, 케이틀린, 빅토르 등이 주연급으로 등장한다. 참고로 게임 내에선 초창기부터 바이와 징크스가 사실 자매라는 설정이 일종의 떡밥으로만 존재하다가 이번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공식 설정으로 확립되었다.

‘아케인’이 게임 원작인 것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인 것은 당연하지만, 어쩌면 매우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그 진행에 있어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한 장르인 AOS(‘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인 Aeon of Strife의 이니셜을 따온 것으로, 간단하게 말해 팀플레이로 끊임없이 싸워서 이기는 게 거의 유일한 미덕인 장르. ‘LoL’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에선 MOBA, 즉 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라고도 부른다)여서 이야기 자체에 원작을 살리고 어쩌고 할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원작이 있기는 있는 만큼 원작 게임을 잘 아는 이라면 더 재미있겠지만, 게임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도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진입장벽 같은 게 없었다는 이야기.

물론 ‘아케인’의 시나리오 작업에는 원작 게임의 개발사이자 서비스사인 라이엇게임즈가 깊이 관여했고 작품 제작은 물론, 공개를 전후로 한 홍보 프로모션까지 매우 다양하게(그리고 많이!) 진행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라이엇게임즈는 ‘아케인’을 허투루 만들고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원작 게임 자체가 그 진행에 있어 일정한 스토리가 반드시 필요한 장르가 아니라곤 했지만 이미 게임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챔피언이 150여 명이나 준비되어 있고 그 챔피언들이 길건 짧건 각각의 설정과 스토리와 세계관을 갖고 있는 와중, 드라마화하여 시청자에게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할 정도로 매력이 충만한 징크스, 바이, 그리고 제이스와 케이틀린 같은 캐릭터들을 주연급으로 등장시킨 것은 라이엇게임즈의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캐릭터와 세계관 등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데, 사실 ‘아케인’이 가장 멋진 부분은 바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살짝 어색할 수도 있는 3D 그래픽과 손으로 스케치를 한 듯한 느낌의 2D 그래픽이 카툰 렌더링 방식으로 절묘하게 어우러져 캐릭터와 배경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필자인 김PD도 게임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아케인’을 보게 됐고, 이 느낌이 하도 독특해서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다 보니 왜(어떻게) 이런 형식이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원래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게임 자체만큼 게임 속 캐릭터의 설정 원화(2D 일러스트)도 유명한 경우가 많았던 것. 바로 그 설정 원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을 때 가장 인상적인 지점을 제작진이 영리하게 찾아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큰 성공을 거둔 ‘아케인’에 대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우선 좋은 소식은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고, 나쁜 소식은 시즌 2는 2022년에 만날 수가 없다는 점. 언제가 되었든, 좋다! 이매진 드래곤스의 ‘Enemy’를 들으면서 다시 정주행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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