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업데이트에 이어 이번에도 ‘짤막 소감’만을 전하게 되었다. ㅠㅠ 요즘 일이 좀 많아서 퇴근하고 집에 와선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자기 바빴던 때문이기도 하고, 솔직히 볼 만한 영화나 드라마도 공개가 뜸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확실히 6월은 여러모로 뭔가 어정쩡한 시즌이긴 하다. 본격적으로 여름 시즌에 돌입하기 직전이면서 대중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만만찮은 파워를 갖고 있는 학생들은 첫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해서…
아무튼 직전의 짤막 소감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라.
지난 얼마간 즐겼던 영화와 드라마들에 대한 짤막 소감 / 2025년 5월~6월
<광장> 최성은 감독 / 소지섭, 허준호 등 출연

나름 인지도가 있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여서 공개 전엔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공개 이후 좋은 평가보단 그렇지 못한 평가가 더 많이 보여서 아쉽다. 개인적으로 소지섭의 팬이어서 아쉬운 마음이 더한 듯.
본작에 대한 혹평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원작의 아기자기한 설정이나 세계관이 대부분 사라지고 그냥 ‘소간지’ 소지섭의 주먹질(그리고 연장질)만 남은 흔해 빠진 조폭 액션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그저 그런 액션물 중 하나 정도로 치부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편인데, <광장>에는 그보다 큰 문제가 존재한다.
특별한 스토리나 자질구레한 설정 같은 건 일단 치우고 그저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기로 했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가치도 있는 일일 것이다. 진짜 문제는 본작이 그런 선택을 했음에도 액션(특히 주인공 남기준/소지섭)의 콘셉트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설정상 제법 큰 규모의 폭력조직 하나를 혼자서 작살낼 정도로 전투력이 뛰어난 주인공인데,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건 그저 ‘원펀치’와 ‘맷집’과 ‘연장질’ 정도. 게다가 기준은 한 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상태인데 절뚝거리며 잘도 싸운다.
그저 먼치킨 주인공 한 명이 말 그대로 ‘무쌍’을 찍는다는 게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매번 똑같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들 욕하는 <범죄도시> 프랜차이즈를 보자. 여기에서도 주인공 마석도(마동석)가 원래 복서 출신이란 설정을(2편에서야 비로소) 집어넣었고 이후의 액션을 보면 기본적으로 복싱에다 (경찰이면 으레 배우는)유도와 태권도의 기술이 조금씩 섞이도록 비주얼이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참 오래된 영화긴 하지만 원빈 주인의 <아저씨>를 보면 주인공 차태식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기술을 오래 전부터 터득했고 그 탁월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걸 알 수가 있다(참고로 <아저씨>의 차태식이 구사하는 무술은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에서 채택한 무술 ‘크라브 마가’에 동남아 지역에서 성행하는 무술을 혼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광장>의 남기준은? 진짜 앞서 말한 것처럼 ‘원펀치, 맷집, 연장질’밖에 보이질 않는 것. 특히 기준 역 소지섭의 경우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서 멋지고 우아한 액션을 보여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배우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름 액션을 제법 잘 소화한 적도 있었는데 본작에선 그렇지 못해서 답답한 것이기도 하고.
혹평이 많다곤 했지만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은 액션물이란 의견도 있긴 하다. 공개 직후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주로 아시아 국가들에서 넷플릭스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소년의 시간> 필립 바란티니 감독 / 스티븐 그레이엄 등 출연

지난 3월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꽤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찜해놓고 있다가 뒤늦게 보게 되었다. 사실 총 4편 에피소드 중 2편까지만 본 상황. ^^;;
어린 한 소년이 같은 반 학생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경찰에 체포된다는, 대강의 줄거리만 알고 있어서 ‘혹시 진범이 누군지 찾는 스릴러물인가?’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내용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진지한 사회 고발 장르에 더 가까운 드라마. 참고로 원제인 <Adolescence>는 번역하면 ‘청소년기’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러니까 어린이보다는 조금 더 나이를 먹었고 아직 성인은 되지 못한, 딱 드라마 속 주인공 제이미(오언 쿠퍼) 정도의 나이를 뜻하는 단어.
굳이 내용을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저 드라마 속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의 왕따 문화, 소셜 미디어의 폐해, 마초이즘(특히 남자 청소년들 사이에서) 같은 점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골머리를 썩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한 줌에 불과한 극단적인 소수 청년들의 지지를 자양분으로 삼는 정치인마저 나오지 않았던가?
한 가지 덧붙이면, 영국 드라마는 확실히 미국 드라마와 비교하면 뭔가 다른 맛이 있다. 미국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매우 다양한 장르에서 분방한 상상력을 보여준다면, 영국 드라마는 뭔가 조금 더 쫄깃한(?) 매력이 느껴진다고 할까? ㅋㅋㅋ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 댄 트라첸버그 감독

‘프레데터’는, 해당 종족 전체를 이야기하기도 하는 한편으로 각 객체를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아무튼 지난 1987년 아놀드 형님 주연의 영화에서 처음으로 데뷔한 이래, (프리퀄을 포함한)여러 속편들과 코믹스, 게임 등에서 출연하면서 나름 컬트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주인공. 그런 프레데터가 이번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나오게 된 것.
본작은 총 3편의 짤막한 작품들이 옴니버스로 구성되다가 최종 에필로그에서 그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로 뭉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덧붙이면 후속작에 대한 떡밥도 뿌려졌다). 작품 연출은 프레데터 프랜차이즈의 직전 작품인 <프레이>의 댄 트라첸버그 감독.
전술했듯 프레데터라는 캐릭터가 나름 인지도도 있고 인기도 있는데, 후속 작품들이 여러 편 나오면서 완성도도 너무 들쭉날쭉하고 설정도 조금씩 바뀌는 등 정신이 좀 없는 편. 다만 프레데터 종족은 우주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전투 종족이고, 최강의 전사를 뽑는 일에 종족(그리고 각 객체)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설정만은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 프레데터 프랜차이즈가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알아보긴 어렵지만, 일단 두 편 연달아 연출을 맡은 댄 트라첸버그 감독이 두 편 모두에서 준수한 연출을 보여줬기에 제작사가 전권을 주고 총괄 크리에이터 같은 직책을 맡겨서 영화든, 드라마든 아니면 애니메이션이든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아케인> 이후 참 비슷한 느낌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많이도 보게 된다.
이상으로 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을 정리했다. 지난 업데이트에도 이야기했지만 <씨너스>를 꼭 보고 싶었는데 상영관에서 금방 내려가서 아쉬워하던 차, 희한하게도 다시(?) 올라와서 보려고 하니 상영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밤 12시 상영 시작이라니 ㄷㄷㄷ)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