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시리즈의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I>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CGI의 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배우’의 영화”란 표현을 썼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표현은 매우 적절했다고 여기고 있고, 다시 돌아온 ‘새로운 듯 여전한’ 모습의 톰 크루즈/에단 헌트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만날 수 있는 할리우드의 ‘진짜 무비 스타’에 대한 최고의 헌사일 것이다(아래 링크에서 전작의 리뷰를 볼 수 있다).
CGI의 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배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I>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파이널 레코닝>. 전작이 PART I이었는데 그 ‘두 번째 이야기’, 즉 파트 2가 아니라 무슨 이유에선지 아예 부제가 바뀌었다. 아무튼 내용은 전작으로부터 이어진다)의 예고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주인공 헌트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마지막 딱 한 번만, 나를 믿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 대사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들어간 것일 테고 본작의 운명(?)도 예감케 했다. 진작부터 알려진 것처럼, 30년이 다 되도록 이어지면서 주인공(과 주변의 캐릭터)도 늙고 배우도 늙고 관객도 함께 늙어간(…) 이 시리즈는 이번이 그야말로 마지막임을 천명했으니. 누가?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톰 크루즈 본인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치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는 일이 그다지 쉽진 않은 것이 본작 <파이널 레코닝>의 특징. 러닝타임 세 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은 대략 세 단락으로 거칠게 나눌 수 있다. 일단 전작에서 벌어졌던 일을 빠르게 일별하면서 지난 시리즈 일곱 편 전체에서 벌어졌던 일들도 살짝 조명한다. 다음으론 세계를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존재 ‘엔티티’(엄밀하게는 그 열쇠, 포드코바)를 획득하는 과정이고, 마지막 챕터는 엔티티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악당과의 육박전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펼치는 ‘맨몸 액션’을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 전작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시리즈에서 우리가 보는 스턴트 액션의 특징은 ‘이야기에 참 잘 녹아 들어간’ 액션이란 점이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의 톰 크루즈가 온몸을 던진 액션이 그저 보여주기만을 위한 액션이 아니란 것.

본작을 보면 이미 예고편에서도 진작 소개가 된, ‘하늘을 날아다니는’ 복엽기 날개 위에서 헌트가 벌이는 아찔한 액션이 단연 눈길을 끈다. 이전에 <로그 네이션>만 해도 그저 비행기 날개에 매달린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아크로바틱 액션이 펼쳐진다. 당연하지만 이 모든 스턴트는 톰 크루즈 본인이 직접 한 것.
그리고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명장면은 단연 중반부, 잠수함 세바스토폴호 내부에서 벌어지는 액션이다. 설정상 헌트는 특수 제작된 잠수복을 입고서(아니 그 전에 ‘맨몸으로’ 태평양 한복판에 빠지기도 하고)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잠수함 내부에 들어가야 하는데 일단 들어가선 세밀하게 설계된 각종 오브젝트와 동선에 따라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보는 이에 따라선 거의 밀실공포에 가까운 수준).
물론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 헌트의 액션이긴 하지만, 그와 함께 다양한 활약을 펼치는 팀원들의 모습 또한 조명 받아 마땅하다. 사실 <고스트 프로토콜>까지만 해도 꽤 쏠쏠한 재미를 주었던 루터(빙 라메스), 벤지(사이먼 페그)의 모습이 전작에선 잘 안 보여서 실망했던 팬들도 있었을 터. 그런데 본작 <파이널 레코닝>에선 얼굴이 많이 바뀐, 그러니까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파리(폼 클레멘티에프), 드가(그렉 타잔 데이비스) 등의 캐릭터들이 나름 협동 플레이에 나선다. 심지어 1편에서 그야말로 단역에 불과했던 캐릭터까지 30년만에(!), 매우 타당한 이유로 다시 나오니 오랜 팬으로선 감격에 겨울 따름.

“(주연 톰 크루즈, 혹은 이 시리즈 전체에 대한)의리 하나로 영화를 봤다”고 하는 팬들이 있는 반면 작품에 대해 비판할 요소도 적지 않다는 팬들도 있다. 여전히 특정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이야기 자체가 지나치게/쓸데없이 복잡하다고(그리고 너무 길고) 하기도 하며, 솔직히 아이언맨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것만 같은(ㅋㅋㅋ) 에단 헌트의 스턴트 같은 부분이 바로 그렇다. 그 모든 지적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바가 전혀 없진 않다.
그럼에도, 터질 듯한 방광을 부여잡고(…) 긴 러닝타임을 지내고 나서 맞이한 엔딩 시퀀스는 30년에 걸친 이 장대한 시리즈 전체 바치는 헌사와도 같이 느껴진다. 헌트와 팀원들이 사선을 넘나들며 목숨을 걸었던 것은 결국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이들’의 안녕을 구하기 위함이었으며, 그렇게 하기까지 헌트와 팀원들의 ‘모든 선택이 결국 지금의 결과가 된’ 모습까지, 정말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 것.
이제 이 시리즈는 진짜로 끝인 듯하다. 그리고 할리우드 역사상 손꼽히는 ‘낭만의 스타’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작품도 어쩌면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져 헛헛하기도 하다. 앞으로 할리우드에서 <파이널 레코닝>이 보여줬던 화끈한 스펙터클을 능가하는 작품이 또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이널 레코닝>과, 톰 크루즈/에단 헌트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 있는 작품을 우리가 만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탑건: 매버릭>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