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뜨거웠던 지난 여름, 언제 이 더위가 가실 건지, 아니 진짜 가긴 갈 건지 생각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글을 작성하는 날짜는 벌써 12월1일이다. 지난 주에 내린 올해 첫 눈은 그야말로 폭설이어서 오가며 교통사고도 많이 봤을 정도. 그러면서 날씨가 추워지는가 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별로 춥지 않다. 지난 주에 내린 폭설은 얼지도 않고 금방 녹아버렸고 참 희한하게도 오늘은 낮 기온이 섭씨 10도를 넘어갔다!
날씨가 왜 이 모양인지, 진짜 이상기온의 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드는 요즘이다.
아무튼 보리스 매거진의 지난 115호 업데이트로부터 보름이 넘게 지나서야 새 글을 쓰게 되는데, 지난 기간 동안 너무 바쁘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까놓고 말해서 볼 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요즘 영화관에 걸린 영화 중엔 <위키드>와 <글래디에이터 2>가 그나마 조금 관심을 모으고 관객들을 모으고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두 편 모두 취향이 아니어서 선택하기가 조금 꺼려지기도 했고. 특히 <글래디에이터 2> 같은 경우는 평가가 조금씩 갈라지는데, 1편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으니 차라리 1편이라도 다시 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 ㅋㅋㅋ;;
그래도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조금씩 챙겨보고 든 생각을 정리한다. 지난 10월에 봤던 영화와 드라마들에 대한 느낌은 아래 링크에서.
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에 대한 짤막 소감 / 2024년 11월
<강남 비-사이드> 박누리 감독 / 조우진, 지창욱, 김형서 등

만약 <강남 비-사이드>라는 드라마를 5~6년 전에 봤다면 ‘어디서 비슷한 내용의 미국 범죄 드라마 그대로 가져왔구먼’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현실은 창작물보다 (항상)더하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른바 ‘버닝썬 사건’이 사람들에게 준 충격은 그만큼 컸다.
그리고 본작의 이야기 구상에도 그 사건은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서울 강남. 여기에서 여성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꼴통 경찰’ 강형사(조우진), 이른바 VIP들의 유흥을 위환 접대 여성들을 관리하는 포주 윤길호(지창욱), 강남을 떠도는 젊은 여성 제니/김재희(김형서/비비) 등이 얽히고설키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일단 매우 다크한 범죄물이기도 하고, 하필이면 지창욱과 김형서 등의 배우가 겹쳐서 본작과 마찬가지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최악의 악>이 쉽게 떠오른다(그리고 <최악의 악>에서도 공간적 배경은 서울 강남이었다). 다만 두 작품의 평가는 조금 달리하는 것이 맞을 듯. <최악의 악>에서 역시나 시청자의 흥미를 제일 크게 끌었던 요소는 언더커버 경찰의 신분이 언제 들통날지 그 조마조마한 외줄타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경찰의 부인(역시 경찰인)을 둘러싸고 하필이면 조직의 보스와 삼각관계가 펼쳐졌던 부분이나, 마지막까지 꽤나 쫄깃했던 연출도 돋보였고.
그런데 <강남 비-사이드>의 경우 화려하기 그지없는 강남의 밤거리, 어지러운 클럽의 모습, 그리고 시청자를 진짜 어지럽게 만드는 이른바 VIP들의 엽기적인 파티 행각 등은, 뭐랄까 그저 ‘전시’만 된 느낌이어서 약간 안타깝다. 게다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버닝썬 사건’의 충격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강남 밤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는 점이 작품 기획 단계에서 고려되지 않은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곤 해도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지창욱과 김형서(‘어둠의 아이유’, 그 비비 맞다. ㅋㅋㅋ) 등은 전작(?) <최악의 악>에서 보여준 모습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꽤 다른, 준수한 모습이었다. 조우진이야 원래 훌륭한 배우이긴 한데, ‘아주 조금’ 더 나이가 들고 더 무거운 느낌의 배우가 강형사 역을 맡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고. 비비가 조우진의 딸(극중에서 강형사의 딸과 김재희는 친구 사이이긴 하다) 뻘이라고? 잘해봐야 삼촌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배우 이야기를 하면서 최학구 역을 맡은 김종수를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다가 영화는 조금 늦은 나이에 출연을 하기 시작한 걸로 아는데, 영화에 처음 얼굴을 알릴 때만 해도 뭔가 어수룩한 아저씨 같은 느낌의 역을 많이 맡다가 <밀수>에서 악역을 처음 맡으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그는, 이번 작품 <강남 비-사이드>에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악당 역을 맡아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지난 2월에 공개된 <살인자ㅇ난감>의 송촌 역 이희준과 더불어서, ‘올해의 빌런’이란 상이 있다면 마땅히 시상해야 할 것이다.
감독에 대해서 한 가지 덧붙인다. 박누리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찾아보니 <돈>을 연출했던 감독이며 전작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꽤 하드한 범죄물을 필모로 갖고 있는데 약간 희한하게도(?) 여성 감독이네. 괜찮은 시나리오가 붙어서 시너지가 나오길 기대한다.
<아케인 시즌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케인>은 이미 3년 전에 1시즌이 공개되었을 때에도 큰 화제였다. 특히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2D와 3D 그래픽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구현해낸 에너지가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된 듯한 느낌이었던 것. 그 점에 대해서 역시 3년 전에 리뷰를 하면서 언급한 바가 있긴 하다.
요약하면, <아케인>의 원작이 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부터 여러 캐릭터들의 설정 원화가 매우 유명했고 바로 그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기술적 시도가 바로 이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꽃을 피운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3년 전의 1시즌은 큰 호평을 받았고, (게임 자체에서 스토리는 거의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나온 내용이 그대로 게임의 세계관에 편입되기도 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시즌. 1시즌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이야기의 마무리에 와 가는 듯하다(아직 세 번째 에피소드까지만 본 상태고, 이번 2시즌이 마지막 시즌이 될 거라고 한다). 메인 캐릭터인 바이와 징크스 자매는, 1시즌에 비하면 묘하게 나이를 좀 먹은 느낌?
2시즌 전체로 따지면 3막 중 아직 1막까지만 본 상태인 건데, 과학이 발달한 도시 필트오버와 ‘언더그라운드 도시’ 자운의 대립각이 1시즌에 비해 조금 더 날카롭게 선 상태. 그러면서 필트오버의 권력 중심부에 자리하게 된 제이스, 집행자 군단에 정식 참여한(!) 바이, 그녀와 꽁냥꽁냥한 사이가 된 케이틀린, 그리고 여전히 카리스마 뿜뿜하는 징크스 등등의 캐릭터들이 갖는 아이덴티티도 더 명확해질 걸로 보이고.
<인테리어 차이나타운>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등 / 지미 양, 클로이 베넷 등

디즈니 플러스에 새로 올라온 콘텐츠들을 훑어보던 중, 뭔가 특이할 것 같은 느낌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 시리즈인데 역시나 특이하긴 하다(?). 왠지 태어나면서부터 중식 레스토랑의 웨이터일 것만 같이 생긴(그러니까, 매우 평범하게 생긴) 주인공 윌리스는 평소 경찰 드라마를 즐겨 본다. 언젠간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멋진 활약을 할 날이… 올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 그러다가 기묘한 일이 발생하며 진짜 드라마에 출연했던 그 경찰 콤비, 그리고 차이나타운 경찰서에 새로 온 미모의 여형사와 함께, 형의 실종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에 얽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약간 이세계 전이물 같은 느낌이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전반적으론 코믹한데 시리즈가 중반을 넘어서면 본격 미스터리 느낌도 풍긴다.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조금 더 찾아보니 꽤 인기가 좋았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제작 총괄(Executive Producer, 말하자면 ‘쇼러너’ 같은 느낌)로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자리했다(그리고 그는 에피소드 1편의 연출도 맡았다).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중국계 미국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포스>에서 약간 얼빵한 과학자 역으로 출연했던 지미 양이 주인공 윌리스 역을 맡았고,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서 스카이 역으로 출연했던 클로이 베넷(사실 그녀도 중국계 혼혈이다)이 차이나타운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형사 라나 역을 맡았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예쁘다! +_+
전체 10편 에피소드 가운데 아직까지는 절반도 안 본 상태인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 그래서 도대체 이 모든 이야기가 어떻게 된다는 건지? ㅋㅋㅋ
앞으로, 적어도 연말까지는 지난 2~3주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듯하여 다음 업데이트도 언제가 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ㅠㅠ 역시 혼자서 뭐든 하려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