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시리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1979년의 첫 작품으로부터 (본 글에서 소개할 <에이리언: 로물루스> 전까지)총 여섯 편의 작품이 나오는 동안 전세계에서 참 많은 팬을 양성했다. 당연하지만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대부분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에이리언의 팬덤 형성에는 그 무엇보다도 ‘에이리언’이란 캐릭터의 매력(?)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봐도 역시 틀리지 않을 것.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H.R.기거(Giger)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한 외양(에이리언의 디자인이 남성 성기를 은유하고 있다는 건 이젠 아예 공공연한 사실이다), 압도적인 위압감, 점액질 타액과 산성 혈액 등의 독특한 디테일은 이토록 명백한 안타고니스트를 영화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몬스터/크리처의 반열에 올린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에이리언> 시리즈가 표방하고 있는 SF/호러라는 장르가, 따지고 보면 꽤 마이너한 장르여서 ‘안 보는 사람은 절대로 안 보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시리즈를 한 번도 안 본) 이들 사이에서도 에이리언이란 캐릭터의 존재 자체는 은근히 유명(?)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블록버스터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으니(마이너한 장르 치곤 흥행에도 나름 성공했다) 사방팔방에서 마케팅을 많이 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독특한 점이라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직접 연출한 프리퀄 두 작품(<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 외에 전작들은 감독도 모두 다르고 장르도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1편이 SF/호러였다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편은 사실상 블록버스터 액션 장르였으며, 데이빗 핀처 감독의 3편이 1편으로 회귀한 모습이었다면 장-피에르 쥬네 감독의 4편은 캐릭터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드라마에 가까웠다고 하겠다.

직전에 언급한 프리퀄 두 작품,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경우 시리즈의 아버지와 같은 감독이 시리즈의 전통을 다시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의욕이 컸으나 솔직히 결과물이 성공적이었다고 하긴 힘들다고 본다. <프로메테우스>는 전체 스케일에 비해 빈 공간이 너무 많았고,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뜬금없는 엔딩이 회의감마저 들게 만들었으니.
각설하고, <이블 데드> 리메이크와 <맨 인 더 다크>로 아기자기한(?) 호러 장르에서 솜씨를 뽐낸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연출한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역시 가장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1편과 2편 사이(실제 작품의 타임라인도 1편과 2편 사이에 위치한다) 그 어딘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답습이 아닌, 시리즈에 대한 존중이다. 그러면서 감독 본인의 특기도 잘 살렸으니, 팬들의 환호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보며 특이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출연 캐릭터들(배우들도 마찬가지)이 무척이나 젊다는 것이다. 거의 어리다고 여겨질 정도. 시리즈 대대로 출연한 캐릭터들이 훈련 받은 과학자나 군인, 아니면 용병, 혹은 직장인(?)들이었던 걸 생각하면 거의 그 아들이나 딸 뻘인 세대. 물론 그런 이유가 있긴 하다. 본작의 캐릭터들은 말하자면 뒷골목 청소년들로,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구 때문에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한다(물론 주인공 레인은 조금이나마 나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한다). 그러고 보니 감독의 전작인 <맨 인 더 다크>에서도 좀도둑질조차 서툰 뒷골목 청소년들이 나오네? 감독 취향이 보이는 듯.
전작 <맨 인 더 다크>에 대한 언급에서 더 들어가 보면, 좁은(그리고 어두운) 공간에 갇힌 일단의 사람들이 압도적인 위력을 가진 존재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내용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따지고 보면 <에이리언> 1편부터 쭉 이어진 테마. 이를 다시, 그리고 더 짜릿하게 조명하는 데에 성공했기에 감독의 특기가 잘 살아났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덧붙이면 최근 얼마간 숱하게 쏟아진 할리우드 시리즈의 후속작들에서 보여준 불만 요소도 깔끔하게 제거했다. 바로 ‘시리즈의 후속작을 보기 위해 전작의 내용까지 모두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하는’ 한계가 그건데, 극단적으로 아예 에이리언이란 캐릭터 자체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더라도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향유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하긴, 호러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 자체가 지극히 단순하긴 하다. 하지만 그것조차 못하는 작품도 얼마나 많은가).

다만, 동전의 양면처럼 작품의 장점 극단에 단점도 존재한다. 바로 폐쇄적인 공간에서 느끼는 위협이란 점에서 작품 전체의 스케일이 좀 작게 느껴진다는 것(실제로 공개된 제작비도 시리즈 전체의 네임밸류나 볼륨에 비해 다소 적은 8천만 달러라고 한다). 대규모 전투 액션이 벌어졌던 2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노모프가 여러 마리 등장하는데, 그 ‘떼거지’가 와이드하게 보여지질 않으니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기대했던 액션 장면은 그저 주인공 혼자서 ‘무쌍’을 펼치는 게 전부.
단점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보단 앞서 이야기한 장점이 훨씬 큰 작품이라고 하겠다. 눈치 챈 독자도 있겠지만, 앞선 4편 이후 나온 프리퀄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개인적으로 참 불만이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내가 보고 싶던 <에이리언> 시리즈의 후속작을 본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장-피에르 쥬네 감독의 4편이 지난 1997년에 개봉을 했는데, 그로부터 27년이 지나서야 기다리고 기다렸던 작품을 만난 셈이다!
과연 국내에서의 흥행 성적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앞서 언급했듯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대중적이라곤 결코 말하기 힘든 장르인데 현재 극장가에서 맞붙은 작품은 역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위스터즈>와 故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자 한국 현대사를 다룬 무거운 느낌의 <행복의 나라> 정도. 스펙트럼이 많이 다른 이 작품들 중 2024년의 ‘몸비 시즌’(요즘은 잘 안 쓰는 말인데, 연중 가장 관객이 많아서 ‘극장에 들어가려면 몸을 비비고 들어가야 하는’ 시즌이란 뜻이다)이 지나고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