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영화 역사상 최고의 트릴로지: <반지의 제왕>

영화 역사상 최고의 트릴로지, <반지의 제왕>

당연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내가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를 보는 것이. 많은 영화 팬들이 자신의 ‘인생 영화’로 꼽는 데에 주저함이 없을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이고, 나도 마찬가지기에.

<반지의 제왕>이란 콘텐츠를 처음 접했을 때가 약 30여년 정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 직장에 다니던 때였을 텐데, 당시 <반지전쟁>이란 제목으로 예문출판사에서 세 권짜리로 나온 책을 사서 봤다(요 물건은 지금도 내 방 책장에 꽂혀있다). 아주 두껍고, 글자는 작아서 보기가 참 어려웠지만 압도적인 재미 덕분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두어 번 정도는 더 봤을 것이다. 그러던 중, 아마도 PC통신(벌써 연식이 드러나는 단어가 ㅋㅋㅋ;;) 게시판을 통해서 이 작품의 영화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이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영화로 만들 수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이가 나만은 아니었던 듯, 저자 톨킨과 <반지의 제왕>의 팬덤에선 (어설프게 만드느니 아예 안 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영화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인데 어떻게 이런 정보를 접했는지 조금 의아하긴 하다. 모르긴 몰라도 한참 후에 얻은 정보를 당시엔 실시간으로 마주했다는 일종의 착각 때문일 수도).

그렇거나 말거나 영화는 제작에 착수했고, 오랜 기간의 촬영과 후반작업을 거쳐 결국 영화관 개봉. 처음 1편인 <반지원정대>(2001년), 2편 <두 개의 탑>(2002년), 3편 <왕의 귀환>(2003년)은 각각 1년의 기간을 두고 차례대로 개봉을 했다. 3편만 해도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데, 극장판 마지막 편을 볼 때만 해도 이 시리즈가 ‘우리 시대에 만난 영화 역사상 최고의 트릴로지’이며 ‘향후 20년이 넘도록 그 어떤 작품도 넘어서지 못한 위대한 걸작’이란 사실을 그 많은 관객들 대부분은 몰랐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 개봉 전 <반지전쟁>을 거의 세 번 정도 봤고, 1편 <반지원정대> 개봉 후 영화관에서 두 번 보고 소설을 다시 한 번 더 봤고, 2편 <두 개의 탑> 개봉 후 영화관에서 두 번 보고 소설을 다시 한 번 더 봤고, 3편 <왕의 귀환> 개봉 후 영화관에서 두 번 보고 소설을 다시 한 번 더 봤다. 이렇게만 해도 소설은 벌써 여섯 번이나 본 거고 영화도 마찬가지로 전체 시리즈를 여섯 번 봤다. 이후 출시된 확장판 DVD를 구매해서 두 번을 다시 정주행. 영화관에서 두 번인가 재개봉을 했을 때 역시 다시 봤고, 때때로 케이블 영화 채널과 OTT에서도 한두 번씩은 봤으니… <반지의 제왕>이라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온전히 내 인생에서 투입한(?) 시간만 쳐도 거의 일주일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 “프로도를 위해”

내 인생에서 그 시간이 낭비였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 감성을 그만큼 더 풍부하게 성장시킬 수 있었으니 꽤 윤택한 투자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번에 넷플릭스에 다시 올라온 트릴로지(그러고 보니 <반지의 제왕>이 넷플릭스에 올라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이전에도 넷플릭스에서 본 적이 있다)를 다시 봤다.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볼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는 <반지의 제왕> 말고 또 없구나.

<반지의 제왕>을 다시 볼 때 유일한 불만은 (이번 넷플릭스를 포함해서, 일반 OTT에 올라온 경우)확장판이 아니라는 점. 앞서 언급했듯 확장판을 극장에서 재개봉한 경우도 있고 OTT에 따라 별도로 구매해서 시청할 수도 있으며 ‘굳이 확장판을 볼 필요 없이 기존 극장판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확장판이 그 나름의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기억을 되살려 <반지의 제왕> 극장판과 확장판의 차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선 개인적으로 꼽는, 극장판과 확장판의 가장 큰 차이. 바로 곤도르의 섭정 데네소르가 자신의 아들들 중 차남인 파라미르를 왜 그렇게까지 쥐 잡듯(…) 내몰았는지, 다시 말해 장남 보로미르만 왜 그렇게 편애했는지에 대해서. 극장판에선 척후로 나갔던 파라미르가 돌아오자 데네소르가 “네 형은 전투 중 장렬하게 사망했는데, 넌 살아서 돌아왔구나”라고 하면서 꼽을 주니(…) 보로미르가 굵은 눈물을 흘리며 “(적을 물리치고)다음에 돌아오면, 더 나은 아들로 대해주십시오”라는 식으로 대사를 하며 전장에 나간다.

확장판에 있는 장면은 보로미르의 생전 모습(파라미르의 회상 포함)이다. 보로미르는 어떤 전투에서 큰 전과를 올리고 돌아와선 곤도르의 백성들 앞에서 멋진 연설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환호. 이를 보면 보로미르는 곤도르에서 충분한 민심을 얻고 있고, 무엇보다 장차(아버지 데네소르의 대를 이어) 곤도르의 왕위에 오를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극장판에서 빠진 이 짧은 장면에서도 데네소르가 장남과 차남을 분명히 차별하고 있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보로미르 또한 자신이 곤도르의 왕위를 계승할 인물이란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1편 마지막에 반지원정대 중 가장 먼저 반지의 유혹에 빠지는 인물이 왜 하필 그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장차 왕이 될 자신(보로미르)이 이 모든 전쟁을 끝내고 세상을 평정해서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 절대반지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생각하면, 앞뒤가 충분히 맞는다는 것.

반지원정대 중, 하필 보로미르가 반지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다음으로 확장판에 추가된(엄밀히 따지면 극장판에서 빠진) 부분은 아라곤이 사우론과 1:1 눈싸움(…)을 벌이는 장면. 사루만이 애지중지하던 팔란티르 신석이 아이센가드 전투 중 탑 아래로 떨어지고 피핀이 이를 줍자 간달프가 서둘러 수습하는 장면과, 이어 다들 밤에 잘 때 호기심을 못 이긴 피핀이 신석을 다시 열어보고(?) 사우론이 이를 눈치채는 장면은 극장판에서도 볼 수 있다(이 부분에서 한 가지 덧붙이면, 피핀이 그저 민폐 캐릭터여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호빗족은 매사 호기심이 많은 종족이고, 그런 호빗 중에서도 피핀은 유독 호기심이 강한 캐릭터란 설정이 원작 소설에 나온다).

그 뒤에, 간달프와 아라곤 ‘파티’가 모르도르의 검은 문으로 직접 쳐들어가 사우론의 눈길을 잡아 끌기로 작정을 하는데 바로 출정 전야에 아라곤이 직접 팔란티르 신석을 열어보는 장면이 확장판에 실려있다. 당연히 여기서 사우론이 이를 알게 되고, 아라곤이 (손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도 이를 들고서)”기다려라…! 내가 바로 가서 네놈을 멸하리라!” 하는 식의 대사를 하는 장면이 바로 확장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면.

이 두 가지 장면은 그만큼 인상적이었기에, 지금도 확실히 기억이 난다. 그 외에도 조금 가물가물하지만 생각나는 장면은, 1편 맨 처음 시작 부분이다. 먼 옛날 인간과 엘프 연합군이 사우론과 전투를 벌이다가 절대반지가 끼워진 사우론의 손가락을 자른 이실두르(3편 마지막에 ‘아라곤을 위해 새롭게 벼려진’ 바로 그 검의 소유자이자, 아라곤의 먼 조상)가 실제 그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우는 장면이 확장판에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도 절대반지를 직접 손에 끼우는 인물은 몇 명 되지도 않는다.

그 외엔 호빗족의 생태(?)를 잘 보여주는 장면도 확장판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아이센가드 전투에서 (엔트를 잘 꼬셔서)사루만을 패퇴시킨 메리와 피핀이, 아이센가드 탑 지하에 있는 창고를 털면서 각종 식량, 연초 같은 물자들이 풍부하게 저장되어 있는 걸 보곤 매우 즐거워하는 장면도 나온다. 아는 이들은 이미 많이들 알고 있지만, 호빗족은 원래부터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춤 추고 즐기는 걸 아주 좋아하는 종족이고, 그런 그들이 오랜 노숙 생활(…)로 매사 부족하게 지내왔으니 이 창고에서 얼마나 기뻤을까.

세상을 구한 영웅들에게 경배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다시 본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사실 확장판 DVD도 책장에 꽂혀있긴 한데 어차피 지금은 DVD를 돌릴 수 있는 플레이어도 없으니 ㅠㅠ 확장판을 새로 구매해서 다시 볼까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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