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어? ‘조르바’처럼 살아볼까

인생, 조르바처럼 살아볼까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09.

지난 2009년에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그리스인 조르바>를 봤다. 이른바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로 연상되는 그 이름, 조르바는 사실 요즘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보면 눈살을 찌푸릴 만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이다. 전쟁에 참전했을 때의 일이라곤 하지만 사람을 죽인 적도 있고, 술을 마실 땐 항상 말술로 마시는 사람. 그런 데다 여자는 또 무척이나 밝히는 호색한이기도 하고, 종종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을 그르치기도 하는 사람.

그런 조르바에 대해서 왜 세계의 그렇게 많은 문호와 식자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책 표지를 보면, 그 자체가 광고이긴 하지만 토마스 만, 존 스타인벡, 콜린 윌슨은 물론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함께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알베르 카뮈 등의 문호들은 물론이고 슈바이처 박사까지도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필경 세상에 대한, 인생에 대한 조르바의 태도에 매료되었기 때문 아닐까.

작품에서 화자인 ‘나’는 크레타로 가서 석탄 광산을 개발하는 일을 하게 된다. 도중 아테네에 있는 항구 근처의 술집에서 조르바를 만나게 되는데, 조르바란 사람이 행색도 조금 남루해 보이기도 하고 매사에 큰 소리 뻥뻥 치는 허장성세 느낌도 나는데, 이 사람한테서 참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어서 결국 같이 석탄 광산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조르바가 과거에 겪었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읊어주는 것도 듣고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도 하고 조르바와 함께 여러 가지 일을 겪기도 하는데 결국 마지막엔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가 <그리스인 조르바>의 내용.

그 무엇보다, 가장 멋진 캐릭터 조르바

이 작품처럼 그 제목은 정말 많이 알려졌는데, 정작 제대로 읽은 사람은 적은 경우는 아마도 워낙 옛날의 작품이어서 자칫 재미 없고 지루할 것만 같은 인상 때문일 터.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비슷한 인지도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그리스인 조르바>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작품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작품 ‘조르바’ 캐릭터를 쌓아가는, 첫 부분부터 대략 1/4 ~ 1/5 정도의 분량에선 정말이지 포복절도할 수준의 유머가 펼쳐지는가 하면 그야말로 ‘이래서 세계적인 대문호의 대표작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표현도 많이 볼 수가 있다. 솔직히 중간 부분 가서는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고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앞서 말한 초반과 마지막 부분은 정말 누구에게나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

“하느님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자, 갑시다” 내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하느님뿐만 아니라 악마도!” 조르바가 조용히 덧붙였다.

“두목! 이 세상에서 악마의 발명품이 얼마나 근사한지, 혹 생각해본 적 있어요? 예쁜 여자, 봄, 애저구이(새끼돼지 구이 요리), 술, 이런 건 모두 악마의 발명품이라고요. 하느님은 수도승, 금식, 카밀레 차, 못생긴 여자 같은 걸 만들었고요.”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09.

세상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대해 조르바가 가진 태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대목으로 본 글을 마치고자 한다. 그런데 구체적이라고 해봐야 별 건 없다. 무엇보다도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하거나 타이르는 듯한 태도는 조르바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행동일 터. 인생, 뭐 있어?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춤 추고, 그렇게 즐기다 가는 거지!

P.S: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출간된 <그리스인 조르바>는 사실 ‘중역의 중역본’이라고 할 만하다. 애초 니코스 카잔차키스 작가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진 건 프랑스어 번역본이었고, 영어 완역본조차 지난 2014년에 처음 나왔을 정도. 그러니 그 이전까지는 세계의 여러 독자들이 모두 중역본이나 중역의 중역본을 보고 감동을 받은 것. 다만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8년,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재직 중인 유재원 선생이 번역을 한 완역본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으니 지금 이 글을 보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려는 독자가 있으면 가급적 완역본을 추천.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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