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에 대한 짤막 소감 두 번째

개인 사정으로 인해 꽤 오랜 기간 동안 보리스 매거진 업데이트를 하지 못했던 이야기는 이미 전한 바 있다. 새로 시작한 일에 적응하기가 어렵기도 했고 무엇보다 참 힘든 일이어서 그랬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다시 한번 꺼내본다. ㅠㅠ

그러면서 영화관은 가지 못해도(<오펜하이머>도 아직 못 봤다. ㅠㅠ) 잔뜩 구독하고 있는 OTT를 통해서 영화와 드라마들은 조금씩이나마 챙겨봤으니,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정식 리뷰 대신 ‘짤막 소감’이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이야기, 그 두 번째.


<엘리멘탈> 피터 손 감독

너무나도 다른 두 생명체, 서로에게 이끌리다

마침내 보게 되었다. 올해 극장에서 개봉한 외국영화 중에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전체 1위는 한국영화인 <범죄도시 3>) 바로 그 작품. 그리고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작품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엘리멘탈>은 서로 엄청 ‘다른’ 두 생명체가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두 생명체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이들이 반대하는 건 물론이고 원소 단위에서부터(…) 억까를 시전하지만 오직 서로에 대한 둘의 사랑으로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한다는, 담백한 내용. 익히 알려졌듯이 작품을 연출한 피터 손 감독은 이민자 가족의 후손으로, 그가 성장기에 겪었던 회한도 어느 정도 담겼다.

아무튼 최근 얼마간 즐긴 콘텐츠들 가운데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작품으로 <엘리멘탈>을 주저 없이 꼽을 수 있겠다. 유일하게 한 가지 불만인 점은 주제곡이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다는 것.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끼는 점이 하나 있는데, 최근 디즈니의 극장용 장편 작품들 중엔 고전 애니의 실사화보다는 <엘리멘탈>이나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나 <엔칸토>처럼 제3세계와 깊은 연관이 있는(이민자 가정 출신의 감독이나, 아예 제3세계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거나) 작품들이 완성도 측면에서 월등하게 낫게 보인다는 점이다.

<털사 킹> 테일러 셰리던 / 실베스터 스탤론

기름기 뺀 실베스터 스탤론의 맛깔나는 연기

보리스 매거진의 지난 짤막 소감 업데이트에서도 언급했던 <라이어니스>와 함께, 테일러 셰리던이 크리에이터로 나섰고, 실베스터 스탤론 할배가 주연이다(스탤론은 이 작품에서 제작도 겸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은 이탈리아 마피아의 일원으로 나온다. 모종의 일을 겪고서 무려 25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감방을 나오니 세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있다. 뉴욕에 본거지를 둔 조직의 보스는 이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고, 젖먹이에 불과했던 보스의 아들이 조직을 장악한 상태. 그나마 노년의 조직원을 우대한답시고 그에게 내민 카드는 시골 중의 시골, 오클라호마 털사로 사실상 유배를 보내는 것.

세상은 달라졌다고 했지만, 또 어떤 측면에서 보면 세상은 그리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다(?). 드와이트(스탤론)가 한참 끗발 날리던 시절 방식대로 털사를 ‘털어먹으려’ 하더니 (거의)실제로 털사의 왕이 되어가고… 개인적으론 일부 설정에서 크리에이터인 테일러 셰리던 답지 않게 우연이 너무 겹치지 않나 싶었지만, 전체적으론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특히 실베스터 스탤론이 능글맞은 할아버지 마피아 역을 꽤나 잘 소화했다고 생각. 1시즌의 성공에 이어 2시즌 제작이 확정됐다고 한다.

<하트 오브 스톤> 톰 후퍼 감독 / 갤 가돗

갤 가돗은 액션 연기에 참 잘 어울리는 배우

사실 공개되고서 한참이나 지난 작품을 뒤늦게 봤다. 공개 전 예고편을 보니 때깔이 괜찮아서 살짝 기대를 했는데… 여기저기서 참 많이 봤던 모습이 그대로 나오는 모습에 다소 실망. 다만 주인공 갤 가돗은 (액션 장면에서 대역을 많이 쓰긴 했지만)’액션 장면을 참 잘 소화하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본인의 매력을 잘 알고, 잘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로 꾸준히 출연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배우의 능력(혹은 매니지먼트의 능력?). 다소 실망스럽다곤 했지만 킬링타임 용으로 나쁘지 않은 작품.

<뭉쳐야 찬다 2> 안정환 감독(?)

감동적인 결말, <뭉쳐야 찬다 2>

김PD가 좋아하는 예능 프로가 딱 두 편 있(었)다. <뿅뿅 지구오락실>은 시즌이 전부 끝나고 한꺼번에 몰아본 경우이고, <뭉쳐야 찬다 2>는 일요일 본방 사수는 못해도 적어도 월요일에 OTT를 통해 꼬박꼬박 챙겨본 경우. 그런 <뭉찬 2>가 지난 9월3일 종영을 했다.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안정환 감독은 전국제패라는,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는데 전국일주 도장 깨기에는 실패했으나 최종장에 속하는 서울 대회에서 어쩌다벤져스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려한 막을 내렸다. 참고로 작년 요맘때, 그러니까 시즌 전체에서 약 1/3 정도가 지났을 때 보고 작성한 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스포츠는 과연 재미있을까? 뭉쳐야 찬다 시즌 2

개인적으론 재미있게 봤으나 시즌 1 때와 비교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많이 보이는 듯하다. 무엇보다 전국제패를 목표로 하고, 운동능력으로 보면 일반인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은퇴/현역 선수들이 실제 축구선수와 다름없는 훈련을 하며, 몹시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 등에서, 엄연히 예능 프로인데도 ‘예능보다 다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실제 시즌 초반에 비해 최종화까지 와선 시청률도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렇긴 하지만 가끔은 ‘진짜 축구보다 더 재미있었던’(이것이 편집의 힘인가) <뭉찬 2>가 끝나니 아쉽긴 하다. 그리고 <뭉찬>은, 박항서 감독(!)이 출연하는 시즌 3을 예고하며 끝마쳤다.

<도적: 칼의 소리> 황준혁, 박현석, 김상훈 감독 / 김남길, 서현, 유재명 등

들인 제작비에 비해 너무 가난한(?) 연출, <도적: 칼의 소리>

본 글 작성일 기준으로도 불과 며칠 전 공개되었다. 그래서 전체 9부작 시리즈 중 3편까지밖에 못 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머지 에피소드를 다 보게 되진 않을 듯하다. 이 작품에서 제일 큰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연출(특히 액션 연출) 부분이 너무 ‘가난하다’는 것. 연출이 가난하다는 말을 풀어보면 그저 상황 자체를 보여주는 데에 급급해서 전체적인 동선 구성이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 데다가,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캐스팅의 중량감이 현저히 부족하다. 의병장 최충수 역의 유재명 정도를 제외한 배우들은, 미안한 말이지만 제작비 수백억이 투입된 시리즈의 주연을 맡기에 그다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총기가 제법 많이 등장하는 시리즈인데도 고증이 영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많고. 듣자 하니 스튜디오드래곤의 꽤나 야심적인 프로젝트였다고 하는데… 아무튼, 글쎄올시다.

<무빙> 박인제, 박윤서 감독 /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등

<무빙>, 2023년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를 책임지다

보리스 매거진의 지난 업데이트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무빙>은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의 최대 아웃풋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해외에서도 꽤 높은 평가를 받으며 ‘만약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면 훨씬 더 인기가 많았을 것’이란 언급도 있을 정도. <무빙>의 미덕은 무엇보다 이야기 전반에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의 정서가 깔려있다는 점이고, 그게 ‘오글거리지 않게’ 잘 표현된(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점이라고 본다. 여기에 여러 캐릭터의 다양한 능력이 잔재미를 주고 예정된 결말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간 점도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가 지난 한 달여 동안 재미있게 즐겼던 콘텐츠들이다. <오펜하이머>는 여전히 아직 못 봤고, 곧 공개될 작품들 중엔 디즈니플러스 채널의 <비질란테>와 넷플릭스의 <발레리나> 등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TV 계정이 있다면, 이른바 ‘몬스터버스’의 일원으로 고질라가 등장하는 새 시리즈 <모나크: 레거시 오브 몬스터즈>도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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