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얼마간 즐겼던 콘텐츠들에 대한 짤막 소감

지난 한 달여,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이었음을 밝힌다. 언제부턴가 누가 힘들다고 하면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내 경우는 그야말로 순수하게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다는 점이 다소 특이하달까(?).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못했던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는데 그게 하필이면 몸을 많이 쓰는 일이어서 그랬던 것. 어느 정도 미리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ㅠㅠ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와선 샤워를 하고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싫었을 정도였으니.

그렇지만 그 기간 동안에도 틈날 때마다 영화도 보고, OTT 채널에서 드라마도 보고 했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워낙 힘들어서(…) 그 후기를 리뷰로 정리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그래서 일단 오늘 업데이트에서는 이전처럼 길게 작성하는 리뷰가 아니라 짤막한 소감 정도로 써보고자 한다. 언제나 그랬듯(?) 기간을 정확히 명시하긴 힘들지만 앞으로도 당분간은 보리스 매거진의 취향 코너는 요런 식으로 업데이트를 하고자 한다.


<밀수> 류승완 감독 /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

<밀수>, 아주 재미있었고 특히 음악이 좋았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고,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올 여름 시즌에 본 여러 콘텐츠 가운데 ‘재미’는 단연 으뜸! 특히 배경으로 깔린 1970년대부터 80년대 정도에 나왔던 <앵두>와 <연안부두>,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 주옥 같은 한국 가요들이 환상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이 하고 싶은 것 다 한 느낌.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듯한데 개인적으론 좋았던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기대했던 작품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좋게 봤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 듯하다. 참 오랜만에 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영화인데, 재난 상황과 그 이후를 조명하는 시각 자체가 외국과 우리나라가 묘하게 달라서 더 현실적이었다. 이병헌의 연기는 정말 끝내줬고, 박서준이란 배우를 전에 본 적이 많지 않았는데 은근히 연기 잘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D.P. 2> 한준희 감독 / 정해인, 구교환, 손석구 등

1시즌에 이어서 여전히 갑갑한 대한민국 군대 이야기, <D.P. 2>

1시즌처럼 고구마 1백개를 먹은 듯 답답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가 했는데, 안준호 일병은 왜 갑자기 마동석(?)이 된 건지.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을 그대로 조명했다. ‘대한민국 군대는 강력한 견제가 없으면 최소한의 합리성도 보장하지 않는 조직’이란 것. 그런 국방부가 이번엔 일평생을 조선 독립에 바친 홍범도 장군을 깎아 내리고 있다.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테일러 셰리던 / 조 샐다나, 니콜 키드먼 등

‘외계인 여전사’ 가모라(?)가 CIA 요원으로 출연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의 시나리오를 썼고 <윈드 리버>를 연출한 테일러 셰리던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작품. 파라마운트 플러스 플랫폼에 속해 있어 현재 국내에선 티빙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해외에서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CIA 요원의 이야기인데, 특이하게도 여성 요원을 투입시켜 ‘타겟’(대부분 암살 미션의 타겟이다)의 가족 중 여성(부인이나 딸)과 친밀하게 지내도록 한 뒤 미션을 수행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 외에도 CIA를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얼마나 ‘지저분한’ 일들을 도맡아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아무튼 꽤 재미있게 본 시리즈.

<무빙 > 박인제, 박윤서 감독 /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등

<무빙>,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의 새 밥줄(?)이 될 것인가

불과 두 달여 전, ‘넷플릭스 코리아의 최고 아웃풋이 <오징어게임>이라면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의 최고 아웃풋은 <형사록>’이라고 직접(!) 이야기했는데 그 발언을 철회해야 되겠다. 2023년 9월 현재, 누구라도 <무빙>이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할 것. 솔직히 처음 두 편 정도의 에피소드는 썩 끌리지 않았는데, 계속 보다 보니 몰입을 하게 됐다! 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2시즌을 연출한 바 있는 공동 감독들의 역량과 함께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한 원작자 강풀 작가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탁월한 솜씨에도 힘입은 바 크다고 본다. 일단 첫 시즌은 에피소드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제 앞으로 공개되는 에피소드에선 아마도 1세대 주인공들과 2세대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거대한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한다.

<마스크걸> 김용훈 감독 / 고현정, 나나, 이한별, 안재홍 등

무려 배우 3명이 캐릭터 1명 역할을 맡아서(?) 열연을 펼친 <마스크걸>

공개 당시 꽤 인기가 있었다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얼굴은 매우 못났는데 몸매는 엄청난(?) 주인공이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딱 여기까지만 들으면 뭔가 외모지상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는 내용 같지만 일단 처음엔 그렇다고 쳐도 뒤로 갈수록 뭔가 계속 새로운(?) 가지가 생겨나더니 엔딩은 너무 서두른 느낌. 이 작품 역시 호불호가 살짝 갈리는 듯한데, 개인적으론 조금 중구난방스럽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볼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은 선한 캐릭터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피카레스크 구성에 관심이 많은 듯. 덧붙이면 이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훌륭했다.

<뿅뿅 지구오락실> 나영석 PD / 이은지, 김미현, 이영지, 안유진

뒤늦게 찾아서 보게 된 <뿅뿅 지구오락실>

작년과 올해 초까지 두 개 시즌으로 제작된 버라이어티 프로인데, 공개 당시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가 뒤늦게 소문을 듣고 1시즌부터 정주행 중. 멤버들의 케미가 좋다 못해 넘쳐 흐르는(…) 수준이라 보고 있으면 기가 빨리는 느낌까지 받는데(특히 ‘괄괄이’ 이영지의 에너지란), 특히 음악퀴즈와 랜덤 플레이 댄스 코너가 압권이다!


이 정도가 지난 한 달여 동안 재미있게 즐겼던 콘텐츠들이다. <오펜하이머>도 아직 못 봤고, 넷플릭스에 새롭게 올라온 드라마와 영화들도 보는 대로 비슷한 방식으로 감상을 올릴 예정.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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