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인공지능으로 자동 작동되는 제트파이터의 시대가 온다는(혹은 이미 왔다는) 시류를 온몸으로 부정했던 바로 그 주인공, 톰 크루즈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도 그의 ‘시대착오적 나르시시즘(혹은 로맨티시즘?)’은 여전하다. 게다가 이번에 그가 까마득한 절벽에서 몸을 던져가며 맞서는 적은 심지어 사람도 아니고 인공지능 그 자체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I>(이하 <미션 임파서블 7>)은 개봉 전부터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올 여름 시즌의 최고 흥행 기대작이었다. 동일하거나 비슷한 장르의 그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적어도 볼거리 측면에선 결코 떨어지지 않는 작품이고, 주인공 톰 크루즈는 한국에 팬도 많기 때문. 실제로 이 시리즈는 국내에서 관객 수 5백만에서 6백만, 그 이상까지 동원하며 일정 수준 흥행에도 성공한 시리즈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미션 임파서블 7>의 경우 시리즈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흥행이 다소 신통찮은 듯. 이번의 7편 파트 1과 파트 2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제작비가 올랐다곤 해도(그런데 하필이면 코로나가 크게 터지던 때 제작하던 터라 파트 2 작업도 지연되며 현재 작업 수준은 촬영과 편집 모두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전체 제작비 약 3억 달러에 최종 매출이 약 6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요즘 관객들은 영화 흥행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경우가 많기에 굳이 부연하는 게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영화 제작비 두 배 매출이면 간신히 본전치기를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올 여름 개봉한 나름 ‘경쟁작’인 <오펜하이머>와, 의외로 흥행 기세가 높은 <바비>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어느 모로 보나 ‘도저히 흥행에서 실패할 것 같지 않은’ 막강한 프랜차이즈의 성적이 좋지 않다면 분명히 어딘가에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뒤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스토리를 주워섬기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 살펴보기로 한다. 이번에 세계를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악당은 사람도 아니고, ‘엔티티’란 이름이 붙은 인공지능이다. 이 인공지능은 그 발전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서, 아무튼(?)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무기(를 통제할 수 있는 열쇠)로 현현(顯現)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액션과, 액션의 연속. 솔직히 바로 직전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탑건: 매버릭>을 본 이후여서 그런지 이 시리즈의 그 어떤 작품과 비교애도 주인공 ‘에단 헌트’와 주연 배우 ‘톰 크루즈’ 사이의 간극이 거의 느껴지질 않는다. 디지털 시대의 악당에 온몸으로 맞서는 아날로그 전사? 에단 헌트, 아니, 톰 크루즈를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텐데 이 시리즈의 주연배우 말고 제작자로도 나선 톰 크루즈가 그런 관객들의 환시를 기꺼워할지, 그 반대로 여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쭉 보면, 관객으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 가지 테마가 있다. 이 시리즈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스턴트 액션(당연하지만, 주인공 톰 크루즈가 ‘직접’ 온몸으로 뛰어드는)은 그저 눈요기만을 위한 보여주기 식 스턴트가 아니라, 스토리 자체에 참 절묘하고도 적절하게 녹아든 액션이란 것. 그런 점에서 톰 크루즈는 마치 버스터 키튼이나 해롤드 로이드의 정신적 계승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벌이는 근사한 액션’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시작한 건 아마도 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칼리파에 맨몸으로 오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때부터였던 듯하다. 그 작품에서도 우리의 주인공이 부르즈 칼리파 외벽에 매달렸던 분명한 이유가 있고, 마찬가지로 <미션 임파서블 7> 에선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진 분명한 이유가 있다.

다만 그와 같은 상황을 관객들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고/못하고 있는 상황은 다소 안타깝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션 임파서블 7>은 시리즈의 전작들과 비교해서 흥행 성적이 나쁜 편이고 특히 해외에선 <오펜하이머>와 <바비> 등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나름 경쟁작들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실정.
솔직히 이 작품에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특정 캐릭터를 활용한 방식에 관한 문제라든지, 주인공이 처하게 된 상황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든지, 액션 자체가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상황’에 너무 경도되었다든지 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것들.
그래도 <미션 임파서블 7>은 처음부터 ‘PART I’임을 밝혔고 곧(그렇다곤 해도 내년은 되어봐야 알 수 있을 듯) 시리즈의 후속작, 즉 ‘PART II’를 제작 완료하고 극장 개봉을 할 것이다. 시리즈의 다음 편에서도 관객들은 똑 같은 반응을 보일지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