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에게 그다지 익숙한 장소가 아닌데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 배경이 있다. 바로 ‘카지노’. 따지고 보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볼거리로서 등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조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그렇다면 대관절 카지노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그럴까? 그런 질문에 대해선, 카지노를 직접 가보면 알 수 있다고 하는 게, 얼핏 무책임하게 들리면서도 가장 적절한 답변이라고 하겠다. 성별 불문, 나이 불문하고 카지노 안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많은 이들의 눈빛은, 직접 본 사람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것.
지난 2022년 12월부터 디즈니 플러스 채널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카지노>를 이끌어가는 동력 또한 ‘사람들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고, <카지노>에서 ‘카지노’라는 배경은 많은 캐릭터들이 발산하는 욕망의 전시장으로서 훌륭히 기능하고 있다. 사실 주인공 차무식(최민식 분)만 해도,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절대 뒤쳐지면 안 된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고 되뇌면서 흔한 말로 ‘잡초 같은 생명력’을 이어가다 보니 중년의 나이에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게 된 것 아닌가?

드라마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차무식의 어린 시절과 과거를 조명한 1시즌 초반부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성하게 되는 이야기가 흐르면서 아무래도 조금은 늘어지는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물론 그런 부분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한데, 너무 전형적인 이야기(불우한 어린 시절, 숨가쁜 대한민국의 1980년대, 그리고 ‘어둠의 세계’에 빠지게 되는 등등)이고 솔직히 연출 자체도 그다지 세련된 느낌은 없어 흥미가 덜했던 것도 사실이고.
<카지노>의 진짜 재미는, 차무식이 결국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일궈낸 이후, 그러니까 1시즌 말미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작중에 나온 것처럼 딱 봐도 으리으리한 규모의 호텔 카지노라는 사업은 어차피 100% 깨끗하게만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 정계의 실력자에게 적당히 뇌물도 찔러주고, ‘밤의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조직과도 적당히 연이 닿아 있어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내용들이 모두 작중에서 직간접적으로 그려지고, 그러면서 차무식이란 캐릭터가 완전히 선한 주인공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나쁜 악당도 아닌, 묘하게 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청자에게 흥미를 전달하는 것!
여기에 더해서 주변 캐릭터들과의 갈등 요소도 본격적으로 부각되며 재미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처음 <카지노>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오승훈(손석구 분) 캐릭터가 경찰로 등장해서 차무식과 대척점에서 겨루는가 했더니 1시즌 거의 끝날 때쯤 처음 나와서;; 2시즌 들어 본격적으로 서로 마주보고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사실 그 전에 이미 서태석(허성태 분)과 서로 큰 갈등을 빚기도 하고.

이전까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공간적 배경이 외국이고, 외국인 배우가 출연하는 경우 안타깝게도 외국인 배우의 연기가 함량 미달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물론 외국에서도 꽤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한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카지노>에서는 나름 비중이 적지 않은 CIDG의 마크 역 배우나, 삼합회 간부 역 배우 등은 꽤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이야기에, 믿을만한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치며, 나름 스펙터클도 적지 않은데다 안정적인 연출까지, 모든 부분에서 준수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군데군데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이야기와 캐릭터가 ‘갑자기 휙 바뀌는’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많지는 않고. 다만 국내에서 공개된 채널 자체가 OTT 중에서도 파이가 크지 않은 디즈니 플러스란 점이 못내 아쉬운 시청자들이 제법 있을 듯. 개인적으론 디즈니 플러스가 자신 있게 선보일 만한 오리지널 K-콘텐츠로서도 손색이 없으며,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 수를 견인할 수 있는 수준의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글쎄, 실제론 어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