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름지기 인생에는 때가 있는 법. 만났으면 언젠가 헤어질 때가 오고, 뿔뿔이 흩어져 있다가도 다시 만나야 하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이번엔 미국 중부의 작은 시골 동네 호킨스의 아이들이 모일 차례다. 지난 2016년부터 (귀엽게)고군분투하면서 친구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마을을 지킨 아이들이 다시 뭉쳤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는 오리지널 작품이 많은 넷플릭스에서도 대표작 오리지널 시리즈라고 할 만하다. 넷플릭스 작품들의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시청 가구수, 시청 시간 등의 기준이 있는데 어느 모로 보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이 역대 1위를 굳건히 사수하고 있는 와중 ‘브리저튼’과 ‘위쳐’,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 등이 대략 그 뒤를 잇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이와 같은 인기에 막대한 제작비로 화답했다. 시즌 1만 해도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재잘거리면서(?) 뛰노는 소소한 작품이란 느낌이었는데, 직전인 시즌 3에 와선 1980년대 배경을 실감나게 연출하기 위한 세트 제작과 시각효과에 투자된 비용이 상당한 수준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이제 시즌 4에서 더욱 스케일이 커진 ‘기묘한 이야기’는 은근히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비주얼도 서슴지 않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만한 궁금증도 조금씩 해소를 시켜주고 있다.
예컨대 바로 이런 것: 극중 ‘엘’이란 이름을 가진 소녀의 원래 이름은 ‘일레븐’에서 따온 것이다. 말 그대로 열 한번째 아이인 건데, 그렇다면 첫 번째 아이는 누구일까? 과연 있기는 할까? 그리고 또 다른 의문으론,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가 통하는 문이 어느 날 갑자기 열린 이유가 뭘까? 혹시 누가 의도적으로 연 것일까? 그 비밀 연구소에선 도대체 무슨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던 걸까?
시청자들의 이와 같은 의문들이 이번 시즌 4에서 모두 풀리진 않지만, 적어도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강력한 의문은 어느 정도 풀린다는 정도만 언급하기로 한다. 덧붙이면, 애초 ‘기묘한 이야기’는 시즌 4를 총 9부작으로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사정상 맨 뒤의 8편과 9편은 시즌 4 Part 2로 구분되어 오는 7월에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묘한 이야기’는 시즌 5로 종료된다고 한다(넷플릭스 오피셜이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이끌어온 주력 캐릭터들은 누가 뭐래도 시즌 1부터 장기근속(?)을 하고 있는 엘, 마이크, 더스틴(특히 인기가 많다! ㅋㅋㅋ), 윌, 루카스 등의 창립멤버들. 그러다가 직전의 시즌 3에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본격적으로 스케일을 키우면서 스티브, 로빈, 낸시 같은 멤버들이 추가 투입되기도 했고.
이번 시즌 4 Part 1은 총 에피소드가 7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편의 에피소드 러닝타임이 기본적으로 70분 내외에 달하면서 전체적으로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이야기를 크게 세 그룹이 각각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구성 방식을 취했다. 마치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여러 슈퍼히어로들이 양자역학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과거로 가는 과정에서 그룹을 나눈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하면 몇 가지 측면에서 이점이 생긴다. 우선 여러 캐릭터들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고 갈등의 요소를 더 드라마틱하게 짤 수가 있다. 또한 시청자 입장에선 많은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할 때 피로도가 심화되고 집중도도 떨어지기 쉬운데, 이와 같은 부분을 방지할 수가 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에선 크게 세 그룹이 구성되었다. 우선 원년멤버들인 엘, 마이크, 더스틴 등은 바로 지금, 현재에 나타난 무시무시한 살인 괴물 베크나를 무찌르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또 다른 그룹은 시즌 3부터 참여한 스티브, 로빈, 낸시, 그리고 이번에 새로 추가된 에디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워터게이트’(ㅋㅋㅋ)를 통해 들어간 뒤집힌 세계에서 베크나의 추적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추적한다. 사실 가장 고생하는 그룹이 바로 이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동창이자 연인 사이가 된 조이스와 짐, 그리고 전작에도 나왔던 머레이. 전작 시즌 3의 쿠키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짐은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이고, 이를 확인한 조이스가 급하게 시베리아로 떠나면서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Part 1이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시리즈를 관통하여 이어져온 여러 가지 떡밥들을 조금씩 수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근거는, 이제 사실상 시리즈의 대단원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제작이 완료되어 공개만 앞두고 있는 시즌 4 Part 2나, 곧이어 공개될 시즌 5는 이 시리즈가 이전까지 새 시즌이 공개되면 직전 시즌에 이어 시간이 일정 정도 경과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시즌 4로부터 곧바로 이야기가 이어질 것으로 강력하게 추측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이제 시즌 5가 마지막 시즌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혀지기도 했으니.

어쨌든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Part 1은 뚝심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사실 뭔가 굉장히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내세운 미드의 경우 거하게 펼쳐놓은 떡밥을 전혀 수거하지 못한 채 아쉬운 마무리로 끝난 경우가 은근히 많다(예컨대 ‘로스트’ 같은 경우). 그런데 ‘기묘한 이야기’는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개연성을 구현하고, 캐릭터들 각각에게도 흥미로운 서사를 부여했으며, 점층적인 구성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는 데에도 성공했다. 명불허전! 넷플릭스의 효자로서 할 일을 훌륭하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는 7월1일에 공개되는 시즌 4 Part 2는 에피소드 두 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1편과 2편이 아니라 시즌 4의 8편, 그리고 9편이라고 하며 러닝타임이 각각 85분(에피소드 8), 그리고 무려 150분(에피소드 9)이나 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다시 악마에 맞선 용감한 아이들의 활약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