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4회를 맞은 아카데미상은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참 다양한 논란과 이슈를 낳았다. 여러 후보들 가운데 누가 봐도 명백히, 그 해에 가장 훌륭했던 작품(이나 배우)에게 해당 분야 최고의 상을 주는 대신 엉뚱한 작품(이나 배우)에게 상을 준 정도는 아카데미 역사에선 그저 애교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 ‘패튼 대전차군단’의 조지 C. 스콧, ‘대부’의 말론 브란도,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피터 오툴처럼 아예 아카데미상 수상을 거부한 배우들도 있었고 폴 뉴먼이나 우디 앨런처럼 유명 배우와 감독이면서 시상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아카데미상 관련 논란이라면 단연 지난 2017년 제89회 시상식의 작품상 이슈. 시상식 맨 마지막, 작품상 발표와 시상을 하기 위해 나온 ‘보니 앤 클라이드’의 콤비(?),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당시 발표자 페이 더너웨이는 작품상 수상작을 ‘라라랜드’로 발표했는데, 약 2분 여의 시간이 흐른 다음 워렌 비티가 수상작을 ‘문라이트’로 다시 발표하는 촌극을 빚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기에 따라선 그에 못지 않은 논란이 지난 주에 있었다. 현지 시각 3월27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무려 폭행(!) 사건이 벌어진 것. 94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기도 한 윌 스미스가 시상식 도중 자신의 아내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두고 ‘수위 높은’ 농담을 한 크리스 락의 싸다구를 날려버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상황은 이렇다. 윌 스미스의 아내이자 역시 배우이기도 한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자가면역질환을 앓으면서 원형탈모증이 생겨 아예 삭발을 했는데 크리스 락이 이를 두고 “’G.I.제인’의 속편을 기대한다”고 한 것. 참고로 ‘G.I.제인’에서 주연을 맡았던 데미 무어가 작품 내에서 삭발을 한 부분을 농담 소재로 삼은 것이다.

시상식 현장은 그야말로 ‘갑분싸’였지만, 이어 당사자인 윌 스미스가 남우주연상 호명을 받곤 무대에 올라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날엔 공식 사과문도 올렸다. 그리고 또 다른 당사자인 크리스 락 또한 윌 스미스를 고소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며 사태는 봉합되는 수순.
그런데 진정 흥미로운(왜 아니겠어!) 것은, 해당 소동을 지켜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일단 어떤 일이 있어도 직접적인 폭력은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 있다. 싸다구 수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유럽에선 이렇다 할 당위성도, 목적도 없는 침략전쟁이 벌어지며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러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공적인 자리에서 사사로이 폭력을 휘두른 모습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윌 스미스의 입장(과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물리적인 폭력만 폭력인 것은 아니고 언어에 의한 정신적인 폭력도 엄연한 폭력이라는 것. 더군다나 본인도 아니라 질병을 겪고 있는 가족을 희화화하는 행위는 농담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는 입장인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의 시각으로는 ‘맞을 짓을 한’ 크리스 락이 원래부터 좀 싸가지 없는 개그를 하기로 유명한 코미디언이기도 했고 본인이 흑인이며 ‘오스카는 백인 잔치’란 내용의 풍자를 하면서 정작 동양인에 대해선 매우 차별적인(그러면서 동양인 배우 성룡하고 같이 ‘러시아워’ 시리즈는 잘도 나왔더군?) 개그를 쳤던 일까지 재소환되었다.

워낙 보기 드문 광경에 보기 드문 사건인데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잘잘못을 따지기가 참으로 곤란한 일이었다는 생각이다. 굳이 개인적인 시각을 덧붙이면 크리스 락이 먼저 선을 넘었다는 쪽에 가까운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