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여 결국 민간인 사상자까지 다수 낸 러시아에 대해 전 세계적인 비난과 성토가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포함한 다수 국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스포츠, 특히 세계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글로벌 스포츠면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아주 좋아한다는 축구(그런데 사실 많은 정치인들이 축구를 좋아하긴 한다)에서도 러시아 제재에 나섰다. 국제축구연맹 FIFA가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인 카타르 월드컵에 러시아의 출전을 금지하는 강력 제재를 실시했다.

현지 시간으로 2월28일, FIFA는 러시아의 국제 대회 개최 금지 및 국제 경기에서 러시아라는 이름, 국기, 그리고 국가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 러시아 제재를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국제 대회 출전 금지는 하지 않아서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이 쏟아지자 불과 하루가 지난 현지 시간 3월1일 결국 러시아 대표팀(그리고 러시아의 축구 클럽도. 황인범 어쩌나 ㅠㅠ)은 FIFA와 UE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가 없다는 추가 제재 내용이 발표된 것.
이번 FIFA의 러시아 제재 기한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즉, 향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황에 따라 제재가 풀리거나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러시아와 같은 조에 속한 폴란드와 스웨덴, 체코 등은 러시아 대표팀과는 경기를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기도 했고 11월 개막 전까지 지역 예선이 원활하게 펼쳐지려면 선수 소집과 훈련 등의 사전 스케줄이 명확하게 잡혀야 할 텐데 그런 부분이 원천적으로 어렵게 되었으니 어쨌든 러시아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축구에서 월드컵을 포함한 국제 대회는 물론이고 A매치가 열릴 때 대표팀의 유니폼을 보면 자국의 국기가 가슴에 붙어있지 않은 것을 볼 수가 있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처럼 가슴 대신 소매나 선수의 목덜미 깃 부분에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일단 FIFA가 주관하는 국제 대회 및 A매치의 경우, 각국의 축구협회가 해당 국적을 가진 선수들 중에 가장 훌륭한 선수들을 선발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국가를 대신한다기보단 각국 축구 협회를 대신한다는 것이 대전제이긴 하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론(?)을 신봉하는 호사가들도 제법 많다. 축구란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격렬하게 펼쳐지는 스포츠. 따라서 경기장에서 맞붙는 상대와 겨루는 사실상의 ‘전쟁 시뮬레이션’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가 지나치게 격화되거나 하는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가슴에 자국 국기를 달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 어떤가, 그럴싸하지 않은가?!
어쨌든 축구팬의 입장에선 당연히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펼치는 ‘일합’을 관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저 멀리 유럽 어디에선 부도덕한 명령에 의해 시작된 부도덕한 전쟁에서 젊은이들과 어린이, 노인, 여성들이 목숨을 잃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부디 하루 속히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모든 이들이 자유로워지길.